[손혁재의 대선 길목 D-1] “투표는 힘이 셉니다”···오직 ‘정직성’을 바탕으로
청와대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대통령? 아닙니다. 청와대의 주인은 바로 시민입니다. 청와대는 시민의 세금으로 지어졌고, 시민의 세금으로 유지 관리가 되고 있습니다. 청와대에 5년 동안만 들어가서 살도록 시민에게 허락받은 사람이 바로 대통령입니다. 그러니까 대통령선거는 청와대의 무료 임차인을 뽑는 날인 셈입니다.
청와대에 들어가 살고 싶어 하는 이는 너무나 많습니다. 이번에도 중간에 그만 둔 두명을 빼고도 열두명이나 됩니다. 각 당의 경선 주자들까지 하면 더 많습니다. 이 많은 희망자 가운데 누가 청와대 입주를 허락받을 수 있을까요? 바로 ‘밥값’할 사람입니다.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낸 세금으로 5년 동안 청와대에서 살려면 밥값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권력을 잡은 사람에게 돈이 있다면 권력에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다.” 프랑스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대표작인 <몽테 그리스도 백작> – 일본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암굴왕>으로 번역되기도 한 – 에 나오는 말입니다. 180년 전 이야기지만 이 말은 지금의 우리 현실에도 적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권력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희망이 있다”면 그 희망은 어떤 것일까요? 후보 자신이나, 가족 또는 소속 정당이 갖는 희망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당연히 시민 모두의 희망, 자신을 지지하고 선택하는 시민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시민들의 희망까지도 포용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최고의 공적 시민(public citizen)이기 때문입니다.
후보들은 시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열심히 희망을 이야기했습니다. 양극화가 완화되고 좋은 일자리가 생길 거라는 희망, 내 집 마련이 쉬워지고 결혼과 출산 육아와 교육문제가 해결되며 노후가 보장된다는 희망,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고, 국제평화도 이뤄질 거라는 희망을 이뤄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투표가 힘이 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우리 사회가 금세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문제들이 다 해결되지도 않습니다.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모든 걸 다 할 수도 없습니다. 지켜지지 못할 약속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약속이 상대적으로 현실성 있고, 약속을 지킬 의지와 능력이 있는 후보가 제대로 밥값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1910년 독일노동운동가 클라라 체트킨이 주도해 정해졌고, 1977년 유네스코가 국제기념일로 지정했습니다. 미국 여성노동자 1백여 명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자 다른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여성의 정치적 권리 인정’을 요구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8시간 노동’도 이들의 투쟁성과입니다.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의 보고서를 보면 여성지위는 아직도 ‘지구의 절반’을 대표하기엔 부족합니다. 우리나라는 여성의원 비율이 2022년 현재 19.0%입니다. 국제의원연맹(IPU) 통계에 따르면 여성의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2019년 기준으로 46.1%인 스웨덴입니다. 미국은 우리와 비슷한 19.6% 일본은 우리의 절반 수준인 10.1%입니다.
오늘 오후 3시 24분부터 일터를 떠나는 ‘여성파업’이 50여개 나라에서 벌어집니다. 남성과 똑같이 일을 하고도 임금을 적게 받는 ‘성별 임금격차’로 여성들이 무보수로 일하는 시간만큼 파업하는 겁니다. 조금 오래되었지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5년 여성의 사회적 지위 점검’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 대비 여성 임금비율은 67.0% 수준입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고 있습니다. 양성 평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나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내일이 선거날인데도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해 망설이는 시민들은 후보들의 여성관이나 노동관, 이에 따른 여성정책과 노동정책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무엇보다 말만 그럴 듯하게 하는 게 아니라 묵묵히 실천해낼 정직성이 바탕이 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겠지요.
투표는 힘이 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