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4] 역대최고 777만명(17.57%) 사전투표와 단일화 효과

2일 후보 단일화 기자회견 뒤 윤석열 안철수 후보

777만명. 사전투표 첫날 3월 4일 투표를 마친 시민의 숫자입니다. 첫날 사전투표율 17.57%는 역대 최고입니다. 5년 전 제19대 대통령선거 때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 11.7%보다 5.87% 높습니다. 지금까지 사전투표는 평일인 금요일 첫날보다 휴일인 토요일 마지막날 투표율이 더 높았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전투표율은 30%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팽팽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어 양 후보 지지자들의 결집이 사전투표율을 높였습니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던 국민의힘도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몇 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시민들이 사전투표에 익숙해지기도 했고,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덜 붐빌 때 투표하려는 분위기도 투표율을 높였을 겁니다.

지역별로 볼 때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인 경기도(15.12%)에 비해 호남 지역 투표율이 20% 중후반대로 10% 정도 높았습니다. 역대 선거에서 호남지역의 투표율이 늘 높았으므로 큰 의미를 부여할 일은 아닙니다.

정치권과 언론은 사전투표 열기가 어느 후보에게 유리할 것인가를 따져보지만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단일화로 가능성이 커진 정권교체를 막으려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결집한다면 국민의힘 지지자들도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해 결집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일화 이후 양당 모두 지지자 결집 호소에 집중하는 건 이 때문입니다.

양당이 사안 하나하나에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워낙 박빙으로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국민의힘은 사전투표소의 투표지원 인력이 사용하는 방호장비 가운데 파란색 장비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파란색이 더불어민주당을 연상하게 만들어 선거중립성을 해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파란 장갑과 확진자 투표 때 사용하는 파란색 방호복을 다른 색깔로 바꾸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투표 현장의 방역 관리에 비상이 걸려있고, 더구나 확진자 투표로 투표지원 인력은 감염 위험을 안고 일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양당이 예민한 건 단일화 이후에도 판세가 팽팽하기 때문입니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가 이뤄진 3월 3일은 1998년 첫 번째 공동정부인 김대중 정부가 첫 내각 명단을 발표했던 날입니다. 이날 김대중 대통령은 국무총리 서리에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 감사원장 서리에 한승헌 변호사를 임명헸습니다. 17개 부처 장관은 물러나는 고건 총리가 제청해 임명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연출됐습니다.

국무총리와 감사원장을 서리로 임명하고, 물러나는 국무총리가 장관제청권을 행사한 것은 김종필 총리 후보와 한승헌 감사원장 후보의 국회 인준투표가 두 차례나 무산되었기 때문입니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날인 2월 25일에 열린 임시국회와 3월 2일에 다시 열린 임시국회에서 원내 과반의석을 가진 한나라당이 불참해 본회의가 열리지도 못했던 겁니다.

김종필 국무총리 서리는 다섯 달 만인 8월 17일 국회 인준을 받아 서리에서 벗어난 뒤 1년 5개월을 재임했습니다. 그 후임으로 박태준, 이한동 자민련 총재가 잇달아 국무총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햇볕정책에 대한 의견 차이와 집권 2년 이내 추진한다던 내각제 개헌의 불투명한 전망으로 DJP 공조는 2002년 2월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한 때 합당까지 추진했으나 끝내 무산되었고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는 연합공천도 무산되었습니다. DJP 공조로 정권교체를 하고 공동정부를 구성했지만 끝이 아니라 풀어나가야 할 새로운 과제가 생겼던 것입니다. 윤-안 단일화 직후 실시된 사전투표에서 시민들의 평가가 어떻게 반영되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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