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0] 행복한 대통령이 보고 싶다
“행복한 대통령‘이 보고 싶다”는 내용으로 몇 번 글을 썼습니다. 오늘도 같은 제목의 글을 씁니다. 행복한 대통령이 보고 싶다는 건 시민 모두의 바람일 겁니다. 대통령이 되었다고 다 행복한 대통령은 아닐 겁니다. 임기를 마치고 시민의 아쉬움 속에 열광적인 박수를 받으며 청와대를 떠나는 대통령, 퇴임 후에도 존경받는 대통령이 행복한 대통령일 겁니다.
첫 번째 대통령부터 네 번째 대통령까지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습니다. 무리하게 헌법을 고쳐가면서까지 장기집권을 하던 첫 번째 대통령이 물러난 건 시민들이 경찰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하와이로 도망갔다가 죽은 뒤에야 돌아왔습니다. 다음 대통령은 쿠데타를 일으킨 정치군인에게 시달리다가 사표를 던졌습니다.
총칼로 권력을 빼앗아 헌정을 문란시켰고, 시민의 대통령 선출권을 없애면서까지 장기 독재를 하던 세 번째 대통령은 측근의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부인도 총탄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임자의 죽음으로 얼떨결에 최고 권력자가 된 네 번째 대통령은 12·12와 5·17로 권력을 찬탈한 신군부에게 쫓겨났습니다.
다섯 번째 대통령부터는 임기를 다 마치고 제 발로 청와대를 떠났습니다. 그러나 행복한 대통령이라고 부를 수 있는 대통령은 없었습니다. 수천 시민의 피로 물들인 총구를 앞세워 권력을 찬탈한 다섯 번째 대통령과 야당 분열에 힘입어 대통령이 된 정치군인 출신의 여섯 번째 대통령은 퇴임 후 구속되어 옥고를 치렀습니다.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켰던 일곱 번째 대통령은 아들의 비리와 전횡에다 IMF 체제를 불러온 경제 실패까지 겹쳐 쓸쓸하게 청와대를 떠났습니다. IMF체제를 조기에 극복하고 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분위기를 조성하고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여덟 번째 대통령도 아들들의 비리문제로 어두운 표정으로 청와대를 떠났습니다.
재임 중에 탄핵소추까지 되었던 아홉 번째 대통령은 퇴임 이후 검찰의 수사를 받는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자신을 뽑아준 시민을 무시하고, 섬겨야 할 시민과 싸우던 열 번째 대통령은 지금 옥중에 있습니다.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주장해 비웃음을 사기도 했는데, 뇌물수수와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17년 벌금 130억원 판결을 받았습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 최초의 부녀 대통령, 역대 최다득표 대통령인 열한 번째 대통령도 행복한 대통령이 아닙니다. 외신이 “어설픈 민주주의 국가의 여전히 인기 있는 독재자의 딸”이라고 지칭했던 열한 번째 대통령은 국정농단 게이트로 탄핵 소추와 심판을 거쳐 최초의 파면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추가했습니다. 옥살이를 하다 지금은 사면복권되었습니다.
이제 두 달 뒤에는 촛불혁명의 기대를 안고 당선된 열두 번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게 됩니다. 열두 번째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 초보다 많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임기 말임에도 40%대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30%를 넘지 못했습니다. 약속을 다 지키지는 못했고 숙제도 많이 남겼지만 시민의 박수 속에 청와대를 떠나기를 바랍니다.
오늘 열세 번째 대통령이 탄생합니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라고들 하고, 비호감이라 재미가 없다는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영화라면 TV 드라마라면 재미없으면 채널을 바꾸면 됩니다. 그러나 선거는 그럴 수 없습니다. 한번 결정되면 5년 동안 바꿀 수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사전투표율은 냉랭한 것 같던 시민들의 관심이 크다는 걸 보여줍니다.
오늘 시민이 어느 후보를 선택하든지 행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랍니다. 선택을 받은 후보는 선택받지 못한 후보들이 대변하는 시민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선택받지 못한 후보는 시민의 선택을 존중하는 게 그 출발점입니다. 선관위도 사전투표 때 준비미흡으로 빚어진 논란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선거관리를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