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박상설⑦] “내 삶의 감독도 배우도, 나 은방울꽃임을 깨닫다”

행동하는 인문학 2차 포스터

깐돌이 박상설 선생님을 뵌 지 두달 남짓, 무더웠던 지난 여름 선생님 시가 한편 도착했다.

그대는
자유로워지는 길
정신세계와 현실 세계를 오가며
늘 고뇌를 박살내는
행동하는 인문학 혁명용사

집요하고 명쾌한
용맹한 페미니스트

무슨일이 생겨도
시원스레 해결해내는
세상에 두려울 것 없는
그대는 빠꾸미
                                   -8월18일 깐돌이 할비

박상설 선생과 최은자 필자

나는 곧바로 답을 썼다.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던 칭찬이
세상에 나가
무엇을 할지를 알려줍니다

일찍이 그 만남이 있었다면
누구의 목을 축이는 옹달샘이 되었을까요?

하지만 지금 이시간이 좋습니다.

너는 해내리라
너는 반드시 해내리라

우리가 기다린 말
어미가 젖 물리며 해주어야 하는 말
다 늙어서 듣습니다

화장터 가기 전 부지런히 움직이라
걷다가 죽는 게 행운이라 하시기에
깃발높이 흔들며 퍼렇게 일어섭니다

<연금술사> 표지. 박상설 선생은 마치 연금술사와도 같았다. 

“이것이 작업의 첫 번째 단계야. 불순물이 섞인 유황을 분리해 내야 하지. 실수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 돼.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야말로 이제껏 위대한 업을 시도해 보려는 내 의지를 꺾었던 주범이지. 이미 십년 전에 시작할 수도 있었던 일을 이제사 시작하게 된 거야. 하지만 난 이 일을 위해 이십년을 기다리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해.”(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중에서)

2021년 7월 31일 나는 행동하는인문학 살롱 2번째 모임을 주최하게 된다. 장소는 변산 시골집.

주변에 인문학 모임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액션이 있다.나 은방울꽃 감독이 나 은방울꽃 배우에게 외친다.

“레디 고! 액션!”

나는 설렜다. 살롱문학의 첫 호스트! 손님 초대는 집 청소부터 시작이다. 메뉴도 조촐하게 짰다.

행동하는 인문학포럼 2차 포스터

선생님이 주구장창 설파하는 먹고 똥 싸는 일이 아닌 행동하는 인문학 모임의 모습. 이런 나의 걱정을 아신 듯 박상설 선생님은 교재 첫머리에 이렇게 쓰셨다.

캠프나비의 행동하는 인문학의 길
자랑하려 들지 말고
길들이려 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

잡초로
흙에 뿌리 내려

낮은 곳에서
비바람에 흔들리며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의 안식

습관의 노예에서
즉각 행동하는 일꾼

편한 삶을 버리고
열불 나게 재미있는
주말농장과 인문학 레저놀이로
나는 나를 고용해 다르게 산다

이번에도 거의 안보이는 시력으로 교재를 만들어 오셨다. 한자 한자, 마치 수를 놓듯 아로 새긴 책자. 참 멋지다.

“나는 나를 고용해 다르게 산다.”

“삶을 기분의 끝없는 변화라고 묘사했다면, 나는 이제 우리 내면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어서, 마음의 모든 지각과 상태를 분류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각자의 내면에 있는 그 의식은, 차등조절자이며 때로는 하느님과 동일시하고, 때로는 자신의 육신과 동일시한다. 삶 위에 삶이 있으니 그것은 무한한 등급을 이루고 있다. 의식에서 비롯된 감정은 모든 행위의 존엄성을 결정한다.”(랄프 왈도 에머슨 ‘자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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