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박상설③] 샘골의 어린왕자, 변산의 은방울꽃

고 박상설 선생이 짓고 가꾼 홍천 오대산 600고지 샘골 캠프나비. 지난해 12월 23일 고인이 별세하고, 캠프나비는 혼자 오대산을 지켜보고 있겠다.  <사진 박상설 독자>


지난 12월 23일 별세한 박상설 캠프나비 대표는 <아시아엔> ‘사람과 자연’ 전문기자로, 캠핑과 인문학, 그리고 주말농장을 접목시켜 자연주의자이자 인문주의자로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박 전문기자는 “지식을 얻으려면 독서를 하고, 지혜를 구하려면 사람을 만나고, 더 큰 자유를 위해서는 자연에서 뒹굴어야 한다”는 지론을 실천하며 94세에 이 땅을 떠났습니다. <아시아엔>은 박상설 전문기자와 작년 6월 처음 만나, 30여일 투병 끝에 숨지기 전 가까이서 지켜본 최은자씨의 연재를 통해 박 전문기자의 마지막 200일의 삶과 생각을 되돌아봅니다. 박 전문기자는 아시아엔 창간직후인 2012년부터 만 8년간 ‘사람과 자연’ 전문기자로 활약한 한국 최고령 기자 중 한 분으로 꼽힐 겁니다. <편집자>

[아시아엔=최은자 자유기고가] 2021년 6월 6일 집으로 돌아온 날, 선생님은 이런 시를 보내주셨다.

향 짙은 커피 한잔 놓고
상큼한 그를
떠올리며
시인의 마음으로 그의 닉네임
상상하는 재미 솔솔 하다

새로운 정감으로 산뜻해졌던
그를 다시 떠올리며
샘골 깊은 산중에서
그 누구에게도 간섭 받지 않고

맑고 청초하며 자생하는
해맑은 고귀한 꽃
은방울꽃처럼

그대
칼보다 더 날카로운 혀를 피해
그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는
샘골의 은방울꽃

아무말 듣지도
하지도 않는
고고한 은방울꽃
                                          (깐돌이 할비)

샘골을 방문한 날 자생하는 은방울꽃이 피어서 매우 기뻐하셨고, 그렇게 예쁘게 살라고 내 별명을 ‘은방울꽃’이라 불러주셨다.

나도 시 편지를 받았으니 멋지게(?) 시로 화답했다.

샘골 방문 여운

아무도 가지 않은
새길을 돌아돌아
도착한 샘골에

잠시 지구별에 온
어린왕자를 만났네

머플러는 없었지만
그의 멋짐은
그의 순수함은 여전하였네

초록을 감싸안고
밤새 노래하는 시냇물소리는
내 노여움과 서러움을 씻어 주었네

너는 빛나니 너는 용감하니 걱정 말라고
어린 왕자 나를 안아주었네

샘골에 살짝 내려온 어린왕자
몰래 다른 별로 가 버릴까
오늘도 맘 졸이네

변산에서 텐트를 치고 포즈를 취한 필자

나는 홍천 샘골에서 텐트에서 자고난 치유를 생각하며 하루라도 빨리 자연속에서 머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주말, 집에서 불과 20분 거리에 있는 바닷가, 변산 솔숲캠핑장을 찾았다.

텐트는 있지만 쳐본 적은 없었다. 때는 바야흐로 코로나 시대 제법 알려진 이곳 캠핑장은 초만원 그러나 돌아갈 순 없다.

한 사이트를 차지하고 텐트 설치를 시작했다. 최초의 나만의 둥지를 지어보는 것이다. 한 시간여 씨름하다 거의 쓰러지기 직전 텐트치기에 성공했다.

그 안에 들어앉은 기분은 알함브라궁전의 여왕이랄까! 하하하.

시상이 또 떠올랐다

변산 앞 바다

해지는 변산바다
어디서든 해지지 않겠냐만은

저 노을은 나에게
블루스를 청하네

사뿐히 치맛단을 들고
구름위로 오르네

바람이 장단을 맞추고
하늘은 와인을 마시네

내려보니 바다!
껍데기는 던져버리네

이번엔 ‘깐돌이 할비’ 박상설 선생님이 답시를 보내주셨다.

자아를 찾아 시인으로 변신한 이
나의 텐트가 쳐 있던 지난 자리의 저녁노을

어스름 조여드는 어둠속
목가적 등을 켜는 텐트여

유월 마지막 가는 날 변산 바닷가 숲
마음 비우고 가라며
앉혀주는 숲

지난날 괴로움 치유해 주는 숲
말해준다

저 소나무가 혼자이듯
사람들도 혼자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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