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83] ‘1노3김’ 13대 대선의 추억-지역주의와 북풍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은 2022년 3월 9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 5월 9일에 퇴임하고 새로 뽑힌 제20대 대통령은 5월 10일에 취임하게 됩니다. 제13대 대통령부터 제18대 대통령까지는 12월 중순 쯤 대선을 치렀고 이듬해 2월 25일에 취임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으로 파면되어 임기를 마치지 못하는 바람에 날짜가 바뀐 겁니다.
1987년 오늘은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된 뒤 첫 번째로 대통령 선거를 치른 날로 노태우 민정당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10월 유신을 통해 시민의 대통령 선출권을 박탈함으로써 제9대부터 제12대 대통령까지는 대통령이 간선으로 뽑혔습니다. 제9대부터 제11대까지는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선출했고, 제12대는 선거인단에 의해 뽑혔습니다.
16년 만에 대통령을 시민이 직접 뽑을 수 있었던 건 민주화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 때문이었습니다. 6월항쟁은 역사의 물길을 민주주의로 돌렸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고 방심하면 안 됩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겪었듯 민주주의는 조심히 다루지 않으면 깨지기 쉬운 질그릇과 같기 때문입니다.
제13대 대통령선거 투표율은 89.2%로 매우 높았습니다. 16년 만의 대통령 직선이었기 때문입니다. 흔히 1노3김이라 불리는데 노태우 후보에 맞서 김영삼 통일민주당 후보,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후보가 출마했습니다. 백기완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부의장도 출마했으나 야권 단일화를 촉구하며 선거 이틀 전에 사퇴했습니다.
노태우 후보는 득표율 36.6%에 그쳤음에도 당선되었습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가장 낮은 득표율입니다. 박정희, 전두환 독재에 맞서서 반독재민주화투쟁을 이끌었던 김영삼·김대중의 단일화 실패로 말미암은 어부지리였습니다. 김영삼·김대중 후보는 각각 28%와 27% 득표율로 2위와 3위에 그쳤습니다.
이른바 북풍도 노태우 당선의 중요 요인입니다. 그해 11월 29일 바그다드발 서울행 KAL 858편 보잉 707기가 버마 랑군 상공에서 폭발했고, 탑승객 115명은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 범인 김현희(마유미)가 대통령선거 전날 서울에 옴으로써 대선 최대변수로 작용했습니다. 노 후보가 극적으로 당선된 겁니다.
노태우 정부는 제6공화국이라 불렸습니다. 제5공화국이 총칼로 권력을 장악한 군부정권이라면 제6공화국은 민선군사정권입니다. 12.12 군사반란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지만, 노태우 장군이 시민의 직접 투표로 선출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군사 정부가 5년간 연장되었고, 결과적으로 민간 정부는 5년 후에야 탄생되었습니다.
1노3김이 팽팽하게 맞섰던 제13대 대선은 안타깝게도 지역주의가 선거의 주요변수로 자리잡은 선거였습니다. 노태우 후보는 대구 경북에서, 김영삼 후보는 부산 경남에서, 김대중 후보는 광주와 전남북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습니다. 김종필 후보는 과반은 넘기지 못했지만 대전 충남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모두들 후보의 출신지역입니다.
그 뒤 대통령선거를 비롯해 모든 선거에서 지역주의와 북풍이 선거전략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제14대 대선 때 일어난 초원복국집사건은 지역주의를 자극하려는 관권선거 모의였습니다. 제15대 대선 때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 유리하도록 휴전선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북한 측에 요청한 총풍 사건까지 일어났습니다.
색깔론도 북풍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지역주의와 북풍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움직임에 시민들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제13대 대선에서 이미 여성 대통령 후보가 출마하였음을 첨언합니다. 사회민주당의 홍숙자 후보입니다. 홍숙자 후보는 선거 도중 김영삼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