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84] 윤석열 언론계중진 관훈토론 ‘후기’

윤석열 후보 관훈토론 <사진/이미지 연합뉴스>

어제 윤석열 국민의당 대통령후보의 관훈클럽 초청 토론이 있었습니다. 중진 언론인들 모임인 관훈클럽은 화제의 인물을 초청해 성역 없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김종인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의 뒤에 숨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윤 후보가 차기 대한민국호를 이끌 대통령으로 적임자인지를 보여주는 첫 번째 시험을 치른 셈입니다.

국민의힘 경선과정에서 여러 차례 TV 토론이 있었습니다. 후보가 된 뒤 이런저런 곳에 초청받거나 방문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것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윤석열 후보의 참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신상발언이나 덕담, 또는 잘 모르겠다거나 막연하게 잘 해보겠다는 답변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한 달 전에 관훈토론회의 초청을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비교적 괜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자신의 생각을 확실하게 전달하고, 언짢은 질문에 대해선 웃음을 보이는 등 여유 있게 질의응답을 했다는 겁니다. 윤석열 후보는 매끄럽지는 못했지만 몇 달 전보다 나아졌다는 평가가 많아 보입니다.

관훈토론회에서는 중진언론인인 패널들이 베테랑답게 자신을 돋보이게 하거나 자신이 궁금한 사안보다는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질의했습니다. 어떤 질문을 해야 그 답변을 통해 시민들이 윤석열 후보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질문에서 묻어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윤 후보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토론회 초반부터 이른바 본부장 리스크, 윤석열 후보 본인과 부인, 장모에 관련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윤 후보나 선대위, 캠프도 예상하고 대비를 철저히 했을 겁니다. 윤 후보는 부분적으로는 인정하면서도 대부분 반박하거나 부인했습니다. 결혼 전의 이야기라거나 과잉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시민의 의구심을 제대로 다 풀어주지는 못했습니다.

최근 법원에서 잇달아 윤석열 후보 관련 판결과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난 10월 서울행정법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의 징계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며칠 전에는 검찰총장 직무집행정지명령(처분) 취소소송을 각하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입장을 받아들였습니다. 대선 출마 명분이 흔들린 셈입니다.

당연히 이 문제가 거론되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자신이 청구한 법무장관의 직무명령과 징계에 대해 재판부가 내용도 문제가 많고 절차가 불법이라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재판부는 징계처분 내용이나 절차가 불법이라는 판단은 내리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재판 내용을 왜곡한 셈입니다.

국가 미래에 대한 비전과 방향, 분야별 정책에 대해서 시민의 마음에 와닿는 답변이 부족했던 건 아쉽습니다. 예컨대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수사했던 윤 후보 입으로 국정원의 국내정치 관여와 사찰을 용인하는 듯한 답변을 한 건 뜻밖입니다. 철저한 인사검증을 강조한 거지만 결과적으로 정치공작과 시민감시를 괜찮다고 보는 인식이 드러난 겁니다.

또 윤석열 후보는 자신이 사용자(기업)편이 아니라면서도 노동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그릇된 인식을 갖고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주52시간 노동제나 최저임금에 대해서 ‘힘 있는 노조단체와의 정치적인 거래’로 받아들이고 있음도 드러났습니다.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좋은 정책방향과는 어긋나는 인식입니다.

윤석열 후보는 자신의 비호감도가 높은 이유를 ‘가짜뉴스’ 탓으로 돌렸습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재명 후보의 TV 토론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김종인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의 뒤에 숨는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참모습을 보이면 가짜뉴스가 사라지지 않겠습니까? 관훈토론을 보면 윤 후보가 이 후보와의 토론도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