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87] 여야 외부 영입 난맥, 후보가 직접 나서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모두 홍역을 단단히 치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애초에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선대위를 꾸렸다가 재구성했습니다. 국정 실패에 대한 반성도, 쇄신 노력도 부족하다는 비판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새로 구성된 선대위도 인재 영입 1호인 조동연 교수의 사퇴로 흔들렸습니다.

국민의힘 선대위도 문제입니다. 위원장 없이 개문발차했고,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 사이에 소통부재로 갈등이 빚어졌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갈등이 봉합되고 김종인 위원장이 합류했지만 김종인-김병준 위원장 사이에는 아직도 찬 기운이 감돕니다. 김성태 본부장의 하차에 이어, 영입인사인 함익병 노재승 공동선대위원장이 잇달아 물러났습니다.

조동연 서경대 교수의 사퇴는 개인의 가족사를 까발린 사람들의 책임이 큽니다. 후보도 아니고, 공직에 진출한 것도 아닙니다. 사회나 시민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어린 자녀의 신상까지 공개하면서 이를 문제 삼은 건 인권유린 행위입니다. 가족을 지키려 물러난 조 교수를 더불어민주당이 지켜주지 못한 건 반성해야 할 일입니다.

김성태 전 의원이 선대위 총괄직능본부장에서 물러난 건 딸의 KT 특혜 채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입인사인 함익병씨는 독재 찬양·여성 차별 등 과거 발언이 문제가 돼 발표 7시간 만에 영입이 철회되었습니다. ‘비니좌’로 불린 노재승씨도 SNS에 ‘5·18은 폭동’ 영상을 공유하고 ‘정규직 철폐’ 등을 주장했던 사실이 밝혀져 사퇴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검증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하면서도 선대위가 한시적 조직인데다 SNS를 다 들여다볼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함익병 노재승 두 사람은 방송과 SNS에서 인지도가 높습니다.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문제의 발언, 문제의 동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들 발언의 문제점을 깨닫지 못했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겁니다.

여야가 쇄신의 상징으로 외부인사를 경쟁적으로 영입하다 보니 나타나는 일입니다. 득표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해서 끌어들였는데 문제점이 드러나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면 바로 포기하는 겁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후보가 앞에 나서지 않고 영입인사의 이미지나 인지도 뒤로 숨어버리는 일입니다. 최근 윤석열 후보가 뒤로 숨는다는 지적들이 나옵니다.

시민들은 후보, 아니면 그 후보를 공천한 정당을 보고 투표를 하게 됩니다. 영입인사가 아무리 훌륭해도, 김종인 위원장이나 이준석 대표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결국 선거운동을 책임지고 끌어나가야 하는 건 후보입니다. 후보는 당연히 시민 앞에 나서서 국정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지, 현안에 대해서는 어떤 정책으로 해결할지 밝혀야 합니다.

얼마 전 윤석열 후보는 청년문화예술인들과 만났습니다. 윤 후보의 이야기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질문을 했습니다. 윤 후보는 대답하지 않고 이준석 대표에게 마이크를 넘겼습니다. 당 대표를 예우해 발언의 기회를 준 것일 지도, 이 대표가 청년들의 성향을 더 잘 이해하니까 그랬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몰라서 그랬다는 이미지를 남긴 겁니다.

이런 일들이 되풀이되면서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의 뒤에 숨는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아는 게 없어서 그렇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만으로는 윤 후보 자신이 말하는 외연 확장이 어렵습니다. 시민 앞에 나서서 자신의 목소리로 비전을 이야기하고, 미래를 약속하고, 정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1993년 한국을 첫 방문한 클린턴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조깅을 하고 있다.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며 김영삼 대통령은 조깅을 열심히 했습니다. 평생 새벽 5시에 일어나 건강달리기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건강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가 ‘어떤 머리를 빌려야 할지 판단할 머리’가 없어서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시민 앞에 나서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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