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85] TV토론 ‘후보 정직성·정책 검증’ 창구로
[아시아엔=손혁재 자유기고가] 민주화 원로 124명이 내년 대선이 혼탁한 정치 공방 대신 주요 정책을 논의하는 활발한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원로들은 기후위기 극복, 미국·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협상, 미래세대와의 동행, 지방분권화, 일본 자민당 정부와의 군사협력 요구 거절 등 공론의 장에서 논의되어야 할 주요 의제 9가지도 제안하였습니다.
원로들의 제안은 시의적절합니다. 기본적으로 선거는 정책 대결의 장이 되어야 하지만 이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후보와 정당들이 말로는 정책 대결을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정책 대결보다 세몰이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지금도 정책대결은 실종된 상태입니다. 과거의 발언과 행위 등에 대한 시비걸기와 낙인찍기 수준에서 후보간 공방이 펼쳐질 뿐입니다.
정책 대결이 되지 않는다면 또 다시 지역주의나 색깔론, 돈 등 비합리적 요소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과연 정책 대결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라는 말도 있듯이 과거의 공약은 대체로 잘 지켜지지 않았고 시민도 큰 기대를 걸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선거를 정책 대결로 만들 수 있을까요?
후보가 제공하는 정책이나 공약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공약들이 비슷비슷할 뿐만 아니라 얼핏 봐서는 시민을 설레게 만들 장밋빛 일색이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기준에 맞춰 공약을 확인해봐야 합니다. 특히 정말로 필요한 정책인지, 실천 가능한 것인지, 필요한 예산은 확보될 수 있는지 등이 중요한 판단기준입니다.
또 우선순위를 따져볼 때 정말로 필요한 정책인가? 그 정책을 집행할 때 나타날 문제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그 문제점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또 그 동안 후보들이 쏟아낸 약속들 사이에 서로 상충하는 것은 없는가? 후보의 약속과 소속 정당의 정책이 모순되지 않는가? 이런 것들이 점검되지 않으면 공약 그 자체는 공허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이 정책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시민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지난 제15대 대선부터 등장한 TV 토론입니다. TV 토론은 대규모 군중동원 집회, 광장선거의 대안으로 선거비용을 줄이고 정확한 후보검증을 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물론 TV 토론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TV 토론은 ‘이미지의 정치’라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TV라는 매체의 감상적인 속성으로 말미암아 시민들이 토론 내용보다 후보자의 외모나 화법 따위의 이미지에 더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정책 내용보다는 말솜씨나 순발력, 매너 등 비본질적인 면이 시민의 판단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어찌되었건 원로들이 제안한 것처럼 대선을 공론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고 TV 토론이 그래도 가장 좋은 대안입니다.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토론을 지켜보면서 시민은 후보의 자질, 능력, 도덕성 등을 판단하게 될 것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오래 전부터 TV 토론을 제안했습니다. 매주 정책토론을 하자는 겁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이 후보가 정직하지 않아 법정 토론 이외에는 하고 싶지 않다며 피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 후보가 정직하지 않아 말이 매일 바뀐다면 TV 토론이야말로 이 후보의 부정직함을 시민에게 드러내 보여줄 좋은 기회 아닐까요?
법정토론은 공식 선거운동기간에 3 차례 하게 됩니다. 그러나 공식 선거운동기간 이전이라도 TV 토론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윤석열 후보는 정치 입문이 채 5개월이 안 되는 정치신인입니다.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매력도 보여주고 대선을 공론의 장으로 만들도록 윤 후보가 TV 토론에 적극적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