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옥과 유일한 “장사란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유항양행 설립 당시와 이를 세운 유일한 박사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나는 아주 젊은 시절부터 쌀장사를 비롯해 여러 가지 장사를 했었다. 당시 장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장사란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었다”는 걸 몰랐다. 그러니 하는 장사마다 잘 되는 듯하다 가도 성공을 못했다.

거상(巨商) 임상옥(林尙沃, 1779~1855)은 헌종 대 역관 집안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할아버지 때부터 가세가 기울고, 아버지는 많은 빚을 진 채 돌아가셨다. 그래서 임상옥은 의주 지역에서 청나라를 상대로 무역활동을 하는 상인 밑에서 허드렛일부터 하면서 장사하는 법을 배웠다.

임상옥이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 항상 들어왔던 말이 있었다.

“재상평여수(財上平如水) 인중직사형(人中直似衡)”(재물은 흐르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말하자면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란 얘기다.

필자는 이 상도를 몰랐기 때문에 이익만을 바라보다가 장사에 실패를 한 것이다.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며, 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고, 따라서 신용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이다.”

어느 날 임상옥이 청나라에 가서 장사를 하게 되었다. 당시 청나라와의 주된 무역 품목이 인삼이었는데, 임상옥은 가져간 인삼을 다 팔아 첫 장사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듯 했다. 장사를 마친 임상옥은 일행과 술집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 여인은 술주정뱅이 아버지 때문에 그 술집으로 팔려온 것이었다.

임상옥은 돈 때문에 사람을 이런 곳에 팔 수 있냐며 자신의 돈 500냥을 내어주고 ‘장미령’이라는 이름의 그 여인을 구해 주었다. 그런데 그 500냥은 모시는 상인의 인삼을 대신 판돈으로, 그중 250냥이 자신의 몫이라 장사 밑천으로 삼으려 한 것이었다.

임상옥이 그렇게 한 데에는 사람이 먼저지, 돈이 먼저가 아니라는 자신의 아버지 말씀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조선으로 돌아온 임상옥은 쫓겨나게 되었다. 하지만 장미령이 후에 청나라의 고관대작의 첩이 되어 임상옥이 장사하는 데 많은 인맥을 만들어 주었고, 이를 기반으로 임상옥이 거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상인으로서 독립한 이후로도 청나라와의 인삼 전매로 임상옥은 이미 30대에 엄청난 거상으로 성장하게 된다. 어마어마한 부를 거머쥐었지만, 임상옥은 돈의 노예가 되지 않았다. 그는 항상 자신이 번 돈의 80%만 갖고, 나머지 20%는 인삼 경작 농가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아낌없이 썼다.

현종 때에는 수재가 발생하자 임상옥이 거액의 의연금을 내어 ‘평안도 귀성 부사’라는 벼슬을 받기도 했다. 이렇듯 임상옥이 욕심을 경계할 수 있었던 것은 “가득 차는 것을 경계하라”는 ‘계영배(戒盈盃)’ 술잔 덕분이었다. 이 술잔은 잔 안에 술이 70% 이상 차면 술이 없어져 버린다.

계영배

그 원리는 술잔 속에 작은 관(管)을 만들어 그 관의 높이까지 액체를 채우면 새지 않으나, 관의 높이보다 높게 액체를 채우면 관 속과 물의 압력이 같아져 수압 차에 의해 액체가 흘러나오게 되는 것이었다.

임상옥은 돈에 관한 자신만의 철학이 있었다. 그것은 당장의 이익을 좇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과 욕심이 가득 차는 것을 경계하고 자신이 번 돈의 5분의 1은 항상 이웃에게 나누는 것이었다.

부와 명예를 거머쥔 부자와 사회 고위층의 탐욕과 그로 인한 불공정과 불법이 만행하고 있는 요즘, 거상 임상옥의 ‘돈의 철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의 귀감이 되고 있다.

유일한 박사 <사진=유한재단>

유한양행 설립자 유일한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죽으면서 돈을 남기고 또 명성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값진 것은 사회를 위해서 남기는 그 무엇이다.”

지금 사업을 하는 분들이 거상 임상옥의 돈에 관한 철학을 체질화시킨다면 과거 나와 같은 실패는 하지 않을 것이다.

‘파레토 법칙’은 핵심적인 구성원 20%가 전체 가치의 80%를 차지하고, 나머지 구성원 80%가 남은 가치 20%를 놓고 경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80대 20법칙이 바로 거상 임상옥의 법칙이 아니었을까?

원불교 교리 중 ‘자리이타’(自利利他)이라는 것이 있다. 자리(自利)란 스스로를 이롭게 한다는 뜻, 이타(利他)란 다른 이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자리와 이타가 조화를 이루면서 동시에 완전하게 실현된 상태, 곧 자리이타의 원만함이 실현된 세계를 목표로 삼는 것이 바로 부처의 세계다.

그야말로 ‘사람을 남기기 위한 장사’가 자리이타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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