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꼭 기억해야 할 이름 ‘위트컴’
11월 11일은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이다. 조금 늦었지만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유래를 알아보자.
동국대 박선영 교수(전 국회의원)에 따르면 지금의 부산은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출생한 리차드 위트컴(Richard S. Whitcomb) 장군의 공이 크다고 한다. 박 교수는 부산의 지명을 ‘위트컴시’로 바꾸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위트컴 장군의 업적과 일화를 보자.
첫째, 부산대학교 건립.
부산대는 위트컴 장군이 이승만 대통령을 설득해 50만평 땅을 무상으로 받았다. 부산대의 건설자금 25만달러는 원조로 해결하면서도, 진입도로와 부지조성 공사는 미 공병대가 직접, 무상 시공했다. 부산의 도로도 기본은 미 공병대를 움직인 위트컴 장군 덕분이다.
둘째, 피난민 지원.
1953년 엄동설한의 한겨울, 부산역 근처에 큰 불이 났을 때 위트컴 장군은 군수물자를 풀어 피난민들한테 먹을 것과 덮을 것, 의약품까지 아낌없이 풀었다. 그래서 미 의회로 불려가 청문회를 당하기도 했다.
그때 그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군인은 전쟁에서 이겨야 하지만, 미군은 주둔하는 지역의 주민들 마음부터 어루만져야 한다.” 그 말을 들은 의원들이 모두 기립박수를 쳤다는 일화는 전사(戰史)에도 나온다.
셋째, 메리놀병원과 성분도병원 건립.
메리놀병원과 성분도병원도 직접 건설했다. 병원은 장병들에게 월급의 1%로 한국사랑 기금으로 내놓자고 하면서, 직접 두루마기에 갓을 쓰고 다니며 모금운동을 벌인 끝에 지은 것이다.
넷째, 부인 한묘숙 여사와의 러브스토리.
위트컴 장군과 부인 한묘숙 여사와의 사랑은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사랑에 비견된다. 한묘숙 여사가 2017년 새해가 열리는 1월1일 영면함으로써, 유엔 기념공원의 남편 곁에서 영원히 안식을 누리게 되었다. 영국 헤론 상병 부부와, 한국 카투사 부부 등 모두 10여기의 합장묘가 있다.
다섯째, 유엔 참전용사 국제 추모의 날 제정.
2007년 11월 11일, ‘유엔 참전용사 국제 추모의 날’이 제정 되었다. 그런데 2020년에서야 비로소 처음 법정기념일이 됐다. 그래서 이날을 ‘턴 터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행사로 거행한다.
매년 11월 11일 오전 11시가 되면, 도시의 소음을 뚫고 싸이렌이 울린다. 한국전 참전 22개국은 시간을 맞추어 부산방향으로 고개 숙여 엄숙히 묵념을 드리는 추도행사다. 이 행사는 2007년 한국전쟁 참전 캐나다 용사인 빈센트 커트니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여섯째, 참전용사를 위한 부산 유엔기념공원.
한국전쟁 병력 및 의료지원 22개국 가운데 11개국의 참전용사 2314명의 유해가 안장된 ‘부산 유엔기념공원’이다. 터키 장병 462명을 비롯하여 영국 889명, 캐나다 380명, 호주 281명, 네덜란드 120명, 미국 40명, 프랑스 46명, 뉴질랜드 32명, 남아공 11명, 노르웨이 1명(의료) 및 대한민국(카투사 병력) 37명 등 11개국 참전용사 2300여명이 안장돼 있다.
일곱째, 지금 참전용사의 유해가 한국으로 되돌아온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아무 연고도 없는 극동의 작은 나라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희생된 고귀한 생명이 그만큼 많다는 것은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대가가 얼마만큼 크고 비싼지를 깨닫게 하는 시금석이다.
이 행사에 함께 가름하여 익혀야 할 것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외국병사가 종전이 되어 본국으로 귀환하여 여생을 보내다가 별세하였어도, 그 유해가 한국으로 되돌아와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행사가 여러 차례 있다. ?2015년 5월, 프랑스인 고(故) 레몽 조셉 베나르(Raymond Joseph Benard)가 처음이다.
2016년 5월12일 네델란드 참전용사 니콜라스 프란스 베설스, 2016년 10월27일 프랑스 참전용사 앙드레 벨라벨 등이다. 그들은 한결 같이 전쟁 참화를 딛고 일어선 한국의 발전상에 감격스러워 했으며, 사후에는 전우가 묻혀있는 한국 땅에 묻히길 소망하며 유언을 남겼다.
조국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한국인이라면, 참전용사들의 은덕을 잊을 수 없다. 은혜를 잊는다는 것은 사람 된 도리가 아니다. 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 가래떡 데이’가 아니다.
우리나라를 위해 산화하신 참전용사들을 위한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기리면 훨씬 의미 있는 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