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권력’ 거머쥔 트럼프가 노벨평화상 ‘명예’까지 탐한다면?

트럼프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삼족정립(三足鼎立)이라는 말이 있다. 정(鼎)은 3개의 다리가 달린 솥의 모습을 나타낸 글자이니 정립(鼎立)은 ‘솥의 세발처럼 서다’라는 뜻이다. 세 사람 또는 세 세력이 솥의 발과 같이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 발의 각도가 120도를 이루는 자세는 다른 어떤 형태보다 안정과 균형을 상징한다. 삼각대나 삼발이의 발이 세 개인 것도 같은 이치(理致)다. 정립에도 안정된 균형을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 세 발은 길이와 굵기에 있어 동일해야 한다. 어느 하나의 발이 짧거나 가늘다면 균형 잡힌 힘으로 무게를 지탱할 수 없다.

‘정’은 고대 기물(器物)의 일종으로 토기 혹은 청동기이며 고대 그리스 신탁이나 중국의 홍산 문화기에 등장해 한 대(漢代)까지 이용되었다. 정은 원래 짐승의 고기, 물고기, 곡물을 취사하는 토기로서 출현했다. 하지만, 동시에 종묘(宗廟)에 조상신을 모실 때 제물을 익히기 위해서 사용되었기 때문에 예기(禮器)로서의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또 정교하게 만들어진 청동기 정은 국가의 군주나 대신 등의 권력의 상징으로 이용되어 왔다.

그런데 이 ‘정’의 균형이 깨지면 재앙을 부르는 것이다. 그것은 권력이 부와 명예를 탐하는 것, 부가 명예와 권력을 탐하는 것, 모두가 재앙의 씨앗이라는 것이다.

2월 19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자신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해달라고 요청하고, 이를 아베 총리가 “트럼프 미 대통령을 노벨상후보로 추천했다”고 일본의회에서 시인했다. 일본 정가가 아베의 아첨으로 어수선하다.

2월 17일 아사히신문 등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해 가을쯤 아베 총리가 미국 정부로부터 비공식적으로 추천 의뢰를 받아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추천했다고 보도했다. 노벨평화상 추천은 매년 2월께 마감되며 각국의 대학교수나 국회의원들이 추천 자격을 갖는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아베 총리가 자신을 노벨평화상 후보자로 추천한 사실을 깜짝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관련한 연설을 하던 중,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하다 “아베 총리가 노벨평화상을 주는 사람들에게 보냈다는 아주 아름다운 서한의 사본을 내게 줬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아베 총리가 ‘내가 삼가 일본을 대표해 당신을 추천했다. 노벨평화상을 당신에게 주라고 그들에게 요청했다’고 말했다”면서 “나는 고맙다고 했다. 많은 다른 이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나는 아마 노벨평화상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원불교 소태산(少太山) 부처님께서는 “그 의(義)만 바루고 그 이(利)를 도모하지 아니하면, 큰 이가 돌아오고 그 도(道)만 밝히고 그 공(功)을 계교하지 아니하면 큰 공이 돌아온다”고 했다.

북핵 문제만 해결되면 노벨상은 받아 놓은 밥상인데, 조급하게 서둘러서 일을 그르칠 염려가 있지 않은가?

소태산 부처님은 또 당신의 법호를 ‘솥의 산’(少太山)으로 ‘솥’(鼎)을 쓴 이유와 제자의 법호(法號)를 역시 정산(鼎山)으로 ‘솥 정’으로 정한 것은 강증산(姜甑山)의 ‘시루 증’(甑)을 의식했다고 한다. 시루는 행사 때나 쓰지만, 솥은 일상생활에서 쓴다는 의미에서 ‘생활시불법(生活是佛法) 불법시생활(佛法是生活)’의 뜻이 있다.

이와 같이 ‘정’은 세 발 달린 솥으로 제왕 또는 황제, 즉 왕 중 왕의 의미가 있다. 은(殷) 왕조에 이어 등장한 주(周) 왕실은 이른바 당시 천자(天子)가 존재하는 중원 지역의 중심이었고, 천자의 상징물로 육중한 세발솥이 있었다.

주나라에는 특별 제조품인 아홉 개의 세발솥을 구정(九鼎)이라 했다. 이 솥의 세발은 ‘부(富)’와 ‘권(權)’과 ‘명예(名譽)’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재앙을 부른다는 의미다. 최인호 장편소설 <상도>(商道)에 보면 석숭(石崇) 스님이 임상옥(林尙沃)에게 내린 인생의 비기(秘器) 중에 ‘솥 정’자가 있다. 그 의미를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에 물었다.

김정희는 ‘솥 정자’는 “부와 권력과 명예가 균형을 갖지 못하면 재앙을 부른다”고 했다. 부자인 임상옥은 ‘홍경래(洪景來)의 난’에 개입해서 권력을 탐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배운다. 결과적으로 임상옥은 이 교훈을 잘 받들어서 멸족의 재앙을 벗어난다.

일본의 덕장(德將)으로 통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후손들에게 “권력과 부와 명예의 합은 일정해야 한다”는 교서를 내린다. 그것이 도쿠가와 막부(幕府)가 일본 역사상 250년을 지탱한 비결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소태산 부처님의 말씀을 전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명예를 구한다는 것이 도리어 명예를 손상하게 하며, 지혜 있는 사람들은 따로 명예를 구하지 아니하나 오직 당연한 일만 행하는 중에 자연히 위대한 명예가 돌아오느니라.”

신약성경 ‘야고보서’ 1장에서 예수께서 “욕심이 잉태(孕胎)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長成)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한 말씀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공자 역시 군자(君子)는 세 가지 경계할 것이 있다고 했다. 소년기는 혈기가 안정되지 않았으므로 경계할 것은 색(情慾)에 있고, 장년기는 혈기가 굳세므로 경계할 것은 싸움(爭鬪)에 있고, 노년기에 이르러서는 혈기가 이미 쇠하였으므로 탐욕(貪慾)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역사상 유례가 없는 부자다. 거기에다가 대통령이라는 거대한 권력도 거머쥐었다. 이제 그것도 모자라 명예의 최고봉인 노벨평화상까지 움켜쥐려 술수를 쓰는 것을 보면 참으로 욕심이 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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