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수도 함락과 미국의 ‘손익계산서’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이 함락된 것을 미국의 치욕으로 보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달리 보는 생각도 있다. 흔히 미국에 의존하는 동맹은 미국을 불신하고 중국은 웃을 것으로 본다. 그런가 하면 전혀 반대의 생각도 있다.
미국이 아프간을 이슬람 광신도들에게 남겨주고 중국이 골치 덩어리를 떠맡아 보라는 것이다. 중국의 신강 위구르 자치구역과 러시아 남부 지역을 혼돈으로 빠뜨리고,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봉쇄하며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도 차단하는 전략이 깔려있다고 본다.
9.11테러를 당하고 20년 동안 막대한 국부와 인명을 탕진하던 미국이 전통적 전략 자세로 복귀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제는 21세기 초강대국 중국을 기진맥진하게 만든다는 것으로, 이는 키신저를 훨씬 넘는 대전략이다.
아프간은 중국의 신강위구르 자치구에 맞닿아 있다. 신강(新疆)은 본래 중국이 아니다. 18세기 청조 건륭제에 와서 점령한 영토로 신강이라는 지명 자체가 말해주고 있다. 사라센 제국, 몽고의 오고타이 칸국, 티무르 제국 등에 지배하고 있던 지역이다. 신강은 160만㎢로 960만㎢ 중국의 1/6이다. 123만㎢의 티베트도 티베트불교로 결속되어 있다. 아프간은 영국과 러시아 등 제국의 무덤이었다. 소련 멸망 원인은 동구권 해체와 함께 아프가니스탄 침공 실패가 가장 크다. 오늘날에도 아프가니스탄은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스탄 등의 회교국가에 인접하고 있다. 이슬람을 통한 결속은 이데올로기와 실리를 벗어난다.
돌아온 탈레반의 아프간을 완전 장악한 후 이슬람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신강에서의 인권문제로 인한 소용돌이로 골치 아프다. 위구르족은 한족과 전혀 다르다. 단순히 95개 소수민족의 하나가 아니며 한자를 쓰는 민족이 아니다. 인근에는 많은 이슬람 국가가 있다.
이슬람 세계는 동서양의 중간에 있는 별개의 세계다. 법철학자 이항령은 1950년대 일찍이 이를 동서양 중앙의 세계로 체계화하였다. 더욱이 이슬람 문자가 별도로 있다. 이것은 한국에 한글이 있어 수천년 중국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정체성을 유지한 것과 같다.
아프간의 탈레반은 한번 정권을 잡았다 다시 돌아와서 이슬람법을 적용하되, 여성 인권을 부정하는 등의 극단적인 정책을 하지 않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제 탈레반이 산골에서 투쟁하던 때와 다르다. 나라를 책임지는 정치를 해야 하며 세계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올림픽에도 나가야 한다.
한 신문은 “미국은 동맹을 의심하고 중국은 웃었다”고 썼다. 이것은 보통 사람의 생각이다. 카불에서 탈출은 사이공을 탈출하던 것을 연상케 한다. 미국이 키신저가 맺은 평화협정에 기대했던 것과 같이 미국은 탈레반과의 평화협정에 기대를 걸었다. 2011년 미국은 9.11테러의 주범인 빈 라덴 사살에 성공했다. 전쟁의 일차적 목적은 달성했다. 더 이상은 도로(徒勞)였다. 바이든이 제대로 돌아왔다. 이제 쿼드에 힘을 더 쏟아야 한다.
이것을 오히려 “미국은 웃고, 중국은 그 뜻을 몰랐다”고 쓰기는 어렵다. 보통 사람이 이 시점에서 미국의 깊은 의도를 알기도 어렵거니와 이를 중국에 미리 알려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