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최후까지 저항했던 아프간 군인 “탈레반 네차례 매복에 대다수 생포…정부군도 투항해 가담”

탈레반에 피격당한 차량을 진화한 알리

[아시아엔=이신석 <아시아엔> 분쟁지역 전문기자] 아프간 정부군 부사관으로 탈레반에 최후까지 맞섰던 알리(36세·가명)가 8월 15일 새벽 4시12분(현지 시각) 다급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는 “아프간 수도 카불 인근에서 최후의 저항에 나섰던 정부군이 복귀 중 탈레반의 매복작전에 당했으며, 정부군 대다수도 탈레반에 투항해 옛 동료들을 향해 총을 겨눴다”고 말했다. 알리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의 현 상황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속수무책
아프가니스탄 간부로 현재 카피사 주 타가브 지역(카불 외곽 70km)에서 외곽 방어를 담당하는 알리의 대대는 탈레반의 공격에 속수무책 후퇴 중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전역의 정부군 대다수는 탈레반에게 모두 항복하고 있다.

#모든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은 탈레반에 항복하라
국가지도부는 물론 정부군 상부에서 항복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알리가 속한 대대 또한 이 명령을 따르려 하고 있으며, 모든 장비와 화기 소총을 반납하고 있다.

#함락 이후의 절망
급박하고 절망적인 상황이 매우 두렵지만, 탈레반과의 산발적인 전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알리와의 인연은 2016년 1월 기자가 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넘어간 한국인 김군의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기자는 2016년 초 터키 동부 하카리에서 군경합동수사부에 체포돼 터키 ‘반’ 소재 교도소에 잠시 동안 수감됐다. 당시 아기를 업은 터키 국적의 젊은 여인이 아프가니스탄 수감자의 아이를 출산한 후 그를 매일 면회 왔던 기억이 있었다.

터키에서 추방되어 한국에 돌아온 기자는 어느 아프가니스탄인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았다. 터키 반 소재 교도소에서 만났던 알리였다. 2016년 1월 터키 접경지역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알리와 그동안 수십 차례 연락을 주고 받으며 우정을 나눴다.

올해 5월 들어 미군이 철수 결정을 내리고 탈레반이 세를 확장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은 급변했는데, 알리와 SNS를 통해 주고 받은 메시지, 사진, 영상을 전한다.

전선에서 철수하고 있는 아프간 정부군

2021년 5월 18일
기자: 잘 지내는가? 잘랄라바드에 ISKP(이슬람국가 호라산지부)가 많이 창궐했다는데.
알리: 서방에서는 ISKP라고 하는데 우린 그냥 탈레반이라고 통칭한다. 우리 대대는 매일 같이 산발적인 전투에 나서고 있다. 그래도 난 잘 지내는 편이다. 지금은 걱정 없지만 앞으로가 걱정된다.

2021년 6월 10일
기자: 전황은 어떤가. 작년 초 난민 취재하러 그리스에 갔을 때 히오스 레스보스섬에서 너희 소수민족들 많이 만났다.
알리: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소수민족은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다. 늘 말하지만 내일이 걱정된다.

2021년 6월 16일
기자: 잘 지내는가, 친구?
알리: 우리 대대는 잘랄라바드에서 타가브까지 후퇴했다. 우린 모두 살아남을 것이다.

2021년 7월 24일
알리: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 우리 가족의 미래가 안 보여. 아프가니스탄에서 외부로 나가는 육로는 모두 탈레반에게 막혀버렸어. 친구여, 나를 도와줄 수 없어?
기자: 어떤 방법이 있을까? 여러 사람들에게 좋은 의견 구해볼게.
알리: 꼭 도움을 주기 바라.

2021년 8월 1일
알리: 친애하는 친구여. 정말 어찌 할 바를 모르겠어. 내 목숨도 지키기 힘들 뿐만 아니라 내 가족은 더더욱 지키기가 힘들어. 전 세계에 우리를 받아줄 만한 나라가 있을까? 제발 좀 알아봐줘. 너무나 절망적이야. 돈도 다 떨어져 부끄럽지만 알거지 상태야.

2021년 8월 3일
기자: 알리, 살아있어?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각자 자기 나라만 챙기기에 바빠. 어느 누구도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나도 실망이야. 지금 전황은 어떻게 되고 있어? 탈레반이 전국토를 다 점령했어? 카불은 어때?
알리: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

이후 기자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누구나도 겪는 생활고, 그를 도울 수 있을까? 어설프게 도왔다간 그가 타국에 정보를 팔아먹는 스파이로 몰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필요하다는 그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무력감이 들었고, 그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취재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라는 회의감마저 몰려 왔다. 이런저런 생각을 몇 번이나 반복하던 사이, 카불이 함락 직전까지 내몰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8월 14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피사 주 타가브 지역에서 아프간 정부군 대대 본부가 탈레반의 로켓포, 82mm 박격포에 피격돼 불타고 있다.

2021년 8월 15일~16일
기자: 어디야 알리?
알리: 집이야.
기자: 어떻게 된 거야?
알리: 우리 대대가 카불로 복귀하는 동안 탈레반 매복에 네차례나 걸려서 곤혹을 치렀어.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다수도 탈레반으로 전향해 우리에게 공격을 가했어. 마지막 4번째 매복에서 겨우 탈출해서 집으로 돌아왔어.
기자: 동료들은 어떻게 되었어?
알리: (말을 잇지 못하더니) 모두 탈레반의 포로가 되어 어디론가 끌려 갔어. 그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난 지금 너무 피곤해 좀 자야 해.(2021년 8월 16일 오전 10시경)

아프가니스탄 영토 대다수를 장악한 탈레반이 ‘공포’로 국가를 통치하고 있으며, 가택침입까지 불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알리와 그의 가족, 그리고 아프간 국민들의 안위를 간절히 바란다.

8월 14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피사 주 타가브 지역에서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이 탈레반의 82mm 박격포에 피격당한 군용 차량의 불을 끄고 있다. 이 차량에 탑승했던 아프간 정부군은 산 채로 불에 타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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