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한강철교 투신 ‘저지’와 세계자살예방의 날 ‘단상’
9월 10일 오늘은 세계자살예방의 날,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제정했다,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빠져 나가던 지난 6일 오후 2시30분께 잠실철교 남단에서 한강으로 투신을 시도하려는 듯한 30대 남성이 눈에 띄었다.
필자는 그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50m쯤 떨어진 곳에서 주시했다. 그는 난간에 기대어 한쪽 발을 올려 놓으며 한강쪽을 자꾸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었다. 한강으로 투신을 시도하려는 게 분명했다. 필자는 이에 핸드폰에서 112와 119 번호를 눌러 순차적으로 신고했다.
경찰관과 소방관들과 지속적으로 통화하는 사이 또다른 남성이 투신을 기도하려는 남성의 행동을 카메라로 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30~40m 떨어져 있던 카메라를 멘 사람은 이 남성이 투신하려는 게 확실해 보였는지, 가까이 접근하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어느새 3m까지 근접해 뒷 모습을 계속 촬영했다. 그는 아마추어 사진작가쯤 되지 않을까 추정됐다. 30대 남성 바로 뒤에서 두번을 왕복하며 앵글을 맞춰가면서 촬영하는 것이었다.
필자가 신고한지 5분이 채 안 돼 태풍 힌남노로 불어난 한강의 거센 물결을 헤치고 119 수상구조대의 보트가 투신 예정 지점에 도착했다. 이와 거의 동시에 잠실철교 남단에 남녀 2인1조의 경찰차량이 조용히 ‘투신예정자’에게 접근했다.
경찰은 30대 남성의 자살 행동을 자제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남성은 경찰서에서 간단한 조사를 받은 후 보호자에게 안전하게 인계됐다고 경찰이 필자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한 생명을 건진 건 퍽이나 다행스런 일이다. 그런데, 그 옆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은 영 아니라는 생각이다.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과 자살장면을 기록하려는 것, 어떤 게 더 소중한 일일까?
지난 10여년간 분쟁지역을 취재 다니면서 나 역시 비슷한 상황에 마주치며 갈등한 적이 여러 번 있다.
지난 6일 한강에서 겪은 일은 내게 많은 걸 생각게 해주었다. 오늘 세계자살예방의 날, 다시 우리나라 자살 현황을 살펴본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인구 10만명 당 자살자 수가 26.9명으로 자살율 1위 국가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11.3명)보다 2배 이상 높다.2019년 기준 자살 사망자는 1만3799명(2017년 1만2463명 2018년 1만3670명), 하루 평균 자살 사망자는 37.8명에 이른다. 자살은 10~30대의 사망 원인 1순위(10대 37.5%, 20대 51.0%, 30대 39.0%가 자살로 사망)라고 한다. 성별로는 남자(38.0명) 여자(15.8명)보다 두배 이상 많다.
그날 우연히 목격한 30대 남성이 앞으로 자살 유혹에서 벗어나 생명 살리는 일에 앞장서면 얼마나 좋을까, 추석이자 세계자살예방의 날 든 단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