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군 철수 이튿날, 아프간 수도 카불 거리 표정

아프간 카불 중심가로 들어가는 지점에 설치된 검문소. 탈레반이 철저히 검문했으나 미군 철수를 전후해 아주 느슨해졌다고 한다. <사진 모하메드>

[아시아엔=이신석 <아시아엔> 분쟁지역 전문기자] 8월 15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애초 예정됐던 8월 31일보다 하루 앞서 미군이 모두 떠난 2021년 9월 1일 카불의 거리 풍경을 <아시아엔>이 입수해 보도한다.

아프간 정부군 출신으로 <아시아엔>과 소통하고 있는 모하메드(가명)는 1일 밤(한국시각) 직접 촬영한 사진을 보내왔다. 모하메드는 “1일 낮 중앙은행 인근 거리에서 찍은 것”이라며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의 경계가 다소 느슨해졌다”고 말했다.

부르카를 쓴 여성을 뒤에서 촬영했다. 탈레반 눈을 피하기 위해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척하면서 촬영했다고 한다. <사진 모하메드>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촬영한 사진 가운데는 부르카를 착용한 여성의 모습, 중앙은행 앞 시민들이 모여 있는 장면 등이 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탈레반 병사를 촬영하다 발각되면 그 순간 죽을 수도 있다”며 “부르카를 입은 여성을 찍는 것도 발각되면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했다. 모하메드는 “여성이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고 외출하다 적발되면 그것은 여기 말로 ‘벼락을 맞을 짓’이나 다름없다”며 “부르카 외에도 챠도르 니캅을 착용하는 여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카불에선 대부분 기자들이 철수했거나 은신한 채 취재활동이 중단된 상태라고 모하메드는 덧붙였다. 그는 “카불 중심가로 들어가는 지점에 설치된 검문소의 경우 며칠 전만 해도 탈레반이 검문을 했었는데 이날(9월 1일)은 아무도 없어 차량과 사람이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프간 카불 시내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사진 모하메드>

모하메드는 “카불 시내 상가와 상점들은 모두 셔터를 내린 상태”라며 “탈레반이 카불을 접수하기 전 시내 거리는 커다란 바자르(시장)처럼 상가와 인도에는 좌판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 철수 이후 탈레반이 점령하면서 육로를 통한 수출입이 막혀 당장 필요한 생필품 구입이 무척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현재 아프간에선 생필품과 식료품의 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아프간 카불 중앙은행 앞에 길게 줄지어선 시민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현금 인출에 실패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한다.  <사진 모하메드>

불안감과 공포에 카불 시내 은행 앞에는 서둘러 현금을 찾으려는 주민들이 길게 줄지어 늘어선 모습도 그에게 목격됐다. 그는 “현금을 인출하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중앙은행에 갔지만 입구에 탈레반 병사들이 한사람 한사람 검문을 해 인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정부군 출신이어서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까 노심초사 하루하루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한다. 모하메드는 “지난달 15일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뒤 은행들은 영업을 중단했다가 최근 재개했지만, 현금 부족으로 인출 등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도 했다.

아프간 중앙은행은 지난 28일 민간 은행에 영업 재개를 명령하고, 1인당 현금 인출 금액을 일주일에 200달러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95억달러(약 11조원) 규모의 아프간 중앙은행 국외자산은 탈레반 접근을 막기 위해 미국 등이 동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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