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교신 아프간 정부군 “죽음 기다리느니 탈레반 맞서 싸울 것”
[아시아엔=이신석 <아시아엔> 분쟁지역 전문기자] 2021년 8월 15일 카불과 외곽을 지키고 있던 아프가니스탄 보안군에게 항복 명령이 떨어지자 나의 친구 모하메드는 곧 무기와 장비를 반납해야 했다. 그러는 가운데 수도 카불은 탈레반에게 함락되었다.
무기를 반납하고 카불로 이동 중에 아프가니스탄 보안군이던 어제의 동지가 탈레반에 투항해 모하메드 소속 부대원들에게 실탄을 퍼부었다. 모하메드가 소속했던 대대급 부대의 간부를 포함한 상당수 정부군이 사살되거나 포로로 끌려갔다. 당시 모하메드는 탈출을 감행해 천신만고 끝에 카불 외곽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몸을 숨기고 있다고 했다.
집안에 비트(은신처)를 파고 숨어있는 모하메드는 지난 며칠 사이 기자와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주고 받았다.
-제발 무사하길 바란다.
“잠시 외출을 했었는데 총알과 폭탄 파편이 주택가에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현재 카불 외곽은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 밖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그 곳 상황은 어떤가?
“매일 밤 탈레반이 가가호호 방문해서 정부를 위해 일했던 사람이나 경찰 보안군 출신을 색출해서 사살하거나 끌고 가고 있다. 너무 두렵다.”
-안전하게 지내길 매일 기도하고 있다.
“미스터 리, 혹시 미국이나 캐나다 또는 유럽에 연고가 있어? 나와 우리 가족의 망명을 도와줄 수 있을까?”
-모하메드 사실 몇달 전부터 너를 어떻게든 그 생지옥에서 구해내려고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불가능했다.
“고마워. 미스터 리.”
-우리가 서로 알고 지낸 지 5년이 지났어. 그래서 더 맘이 아파.
“맞아, 우리가 터키 국경지대에서 만났으니 시간이 많이 지났네.”
-소수민족인 네가 그동안 너의 민족을 위해 인권운동을 했다던가,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나라의 NGO에서 일한 흔적이 있으면 좋을 텐데…안타깝기만 하다.
“미스터 리 맞아. 내가 그런 일을 한 게 없어.”
-모하메드, 네가 그런 일을 한 흔적이 있다면 한국에서 출발하는 군용기에 너와 너의 가족을 한국으로 데려올 수 있을 텐데. 안타깝고, 아쉽다.
모하메드와 어제(8월 24일) 다시 연락이 오갔다.
그가 제법 길게 메시지를 남겼다.
“매일 밤 탈레반이 동네의 집집마다 방문하여 부역자를 색출하고 있어. 언제까지 이렇게 숨어 있을 수가 없어서 탈레반에게 대항하여 싸우겠노라고 했더니 집안의 반대가 극심해서 설득하느라 너무 힘들었던 하루였어. 소문엔 판지시르에 탈레반에 대항하고자 병력이 집결된다는데 약 100여명의 우리 소수민족 친구들과 뜻을 같이 하려고 해.”
모하메드는 H족으로, 이 부족은 아프간 내 대표적인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다.
내가 이렇게 답했다. “잘했어, 모하메드. 나라도 그랬을 거야.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수는 없지. 탈레반이 집권해서 어둠과 망각의 세월이 시작될 텐데 너의 인생과 가족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래야겠지. 모하메드 네가 판지시르로 간다면 나도 갈게.”
“맙소사! 토니 대체 여기를 어떻게 들어온다는 거야?”(모하메드)
“방법이 있겠지. 난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을 지난 5년간 7차례 갔었어.”(기자)
그는 몇번이나 “정말?”이냐고 되물었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현지 조력 가능한 인맥도 있고 어떻게든 해봐야지. 모하메드! 탈레반 치하에 미래는 없어. 어떻게든 너와 내가 내일을 만들어보자. 그게 설령 노력으로만 끝날지라도.”
우리는 며칠 후 다시 교신하기로 했다. 그 사이 그가 무사하길 빌고 또 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