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함박마을①] ‘귀환’ 고려인 동포 집단 거주
‘자동차 모양’ 인천 연수동 함박마을에 고려인 6500명 이상 거주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인천광역시 연수구 연수1동 연수 4단지 함박마을은 원래 고급 주택단지로 계획되었으나 난개발로 인해 저가의 빌라, 원룸들이 들어섰다. 집값이 싸자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과 남동공단 외국인노동자 등이 많이 사는 연수구의 가난한 동네로 변했다.
2017년경부터 싼 집을 찾아 고려인들이 몰려오자 상가건물이 작은 원룸으로 개조되어 더 많은 고려인이 살 수 있게 되었다. 2020년 기준 고려인과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CIS 출신 이주민이 7천명인데, 90% 이상이 고려인이다. 자동차 모양의 ‘함박고려인마을’은 전국에서 면적대비 고려인 밀집률에서 가장 높은데, 함박마을을 넘어 고려인의 삶터가 확산 중이다.
자녀를 돌보기 위해 들어온 노부모와 함께 3세대가 사는 고려인 가족도 많아졌다. 문남초등학교는 고려인 학생 비율이 39%이며 한국어를 가르치는 이중언어교사가 7명이다. 한국인 교사의 1, 2학년 수업에는 보조교사가 들어가 러시아어로 설명해주고 있다. 고려인 중학생과 고등학생도 많아졌다. 연수구 교육 여건이 좋기 때문이다.
2021년 4월 17일 국내 최초로 고려인마을주민회가 연수구 함박종합사회복지관에서 발족했다. 인천고려인문화원의 관심과 지원으로 가능했지만, 고려인 주민들은 2020년 5월부터 자신들의 의견을 대변할 고려인자치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아왔다. 이미 자체 활동 중인 고려인 할머니봉사단, 엄마들 모임, 상인회와 청년회 등이 주축이 되었다.
이날 행사에 이용한 함박마을공동체 회장, 김재석 함박마을상가번영회장, 이빅토르 함박마을고려인주민회장 등 지역 주민대표와 박찬대 국회의원, 고남석 연수구청장, 이정미 정의당 연수지역위원장, 김국환·김준식·김희철·조선희 인천시의원, 노알렉산드르 대한고려인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빅토르 고려인주민회장은 함박마을 주민과 협력해 고려인의 권익 보호와 마을발전을 위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고, 이용한 함박마을공동체회장도 마을주민과 이주민이 서로 상생해 발전하는 마을이 되자고 화답했다.
2018년 8월 디아스포라연구소 소장인 박봉수 박사 안내를 받아 함박마을을 찾았다. 10월에는 인천고려인문화원 창립식에 앞서 한 시간 가량 함박마을을 걸었다. 안산과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보지 못한 레표시카(主食用 빵집), 멜니차(방앗간-식품점)와 아써르티(모든 종류의 빵집) 상점이 눈에 들어왔다. 구소련 러시아문화를 느낄 수 있는 간판이다.
2019년부터 한국외대 ‘세계의 한민족’ 수강생의 주말현장수업으로 연수동 함박마을을 추가했다. 2019년 3월 30일 토요일 오전, 아직 손님이 없는 상태에서, 학생들과 함께 2018년 12월 문을 연 ASSORTI(아쏘티)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특별했다. 별도의 웨딩홀과 4개의 작은 방과 식사 후 춤을 출 수 있는 홀, 그리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방과 숯불을 사용하는 커다란 황토 화덕까지 보였다.
이 레스토랑은 한번에 200명이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컸다. 중국동포사회의 결혼식, 회갑연, 돌잔치, 향우회 등 각종 대규모 행사장소인 대림동의 ‘예식장’이 고려인마을에도 생긴 것이었다.
아쏘티 레스토랑은 우즈벡 출신이나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온 김엘리자베타(36) 사장이 한국인 남편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인천뿐만 아니라 서울과 김포, 화성 등 수도권 고려인들의 결혼식, 돌잔치, 환갑잔치가 이곳에서 열렸다.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어서였다. 상견례 장소로도 많이 이용되는데, 한번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다시 찾는다. 한국식의 친절한 서비스에 가격도 한국예식장이나 뷔페의 절반 정도로 책정한 덕택이라고 한다.
지난 6월3일 ‘한아찾_시니어 탐방단’이 2020년부터 국토부의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인 연수동 함박고려인마을을 찾았다. 건물 2층에 자리한 아쏘티 바로 옆 건물 1, 2층에 아즈브카 브쿠사(AZBUKA VKUSA, 맛의 알파벳) 베이커리 카페 개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100평 규모의 넓은 고려인 상점이 들어서는데, 카페 안에 ‘고려인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실내장식이 들어갔으면 어떨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