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대덕면 고려인마을①] “그곳에 행복이 싹트고 있다”

안성시 대덕면 내리 대학인마을 ‘글로벌동네 공동부엌’ 플래카드가 이곳의 행복지수를 보여주는 듯하다.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2021년 3월 아시아발전재단 지원으로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 : 위키백과와 연결된 스토리 가이드북>이 나왔다. 한중문화학당 연구팀이 2019년과 2020년 2년에 걸쳐 수도권의 귀환동포⸱외국인집거지와 지방의 고려인마을을 탐방⸱조사한 기록이다.

책이 나오자 <연합뉴스>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처럼 전국 이주민 지도를 그렸다”고 평가했다. 사실 충북 진천의 고려인마을은 청주 편에 더해 짧게 언급했고, 경기 북부 지역의 외국인집거지는 아예 빠졌다. 다만, 처음부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집단지성의 플랫폼인 위키백과와 연결했다. ‘한국 속의 아시아타운’ 이야기를 계속 수정⸱보완할 예정이다.

한국이 구소련(러시아)과 수교한 것이 1990년이다. 그러나 고려인동포가 많이 사는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또 키르기스스탄과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 해체에 이어 1992년 수교했다. 내년이면 30주년이다. 근래 고려인동포의 가족동반이 많아져, 이미 ‘정착’이 트렌드가 된 중국동포처럼, 고려인동포의 ‘정착과 귀환’도 ‘현실’이 되었다.

역사적인 조국 대한민국을 찾은 고려인동포의 고향이자 집합지인 안산시 선부동, 전국의 이주민집거지의 롤모델을 이룬 광주광역시 월곡동, 또 최근 고려인주민회를 구성한 인천광역시 연수동 등 전국의 고려인마을을 <한아찾_시니어 탐방단>이 찾고 있다.

먼저, 안성의 ‘이태원’이 되려는 대덕 행복마을관리소 사업이 시행 중인 안성시 대덕면 내리 대학인마을을 소개한다. <편집자>

경기도가 2018년부터 시행 중인 경기 행복마을관리소는 생활밀착형 공공서비스 제공·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택배보관, 공구대여, 환경개선 등 주민생활 불편사항 처리를 위해 구도심 지역의 빈집이나 공공시설, 유휴공간 등에 조성된 일종의 마을관리소다. 2021년 현재 경기도 31개 시군 76개소에서 운영 중인데, 안성시 대덕면 행복마을관리소는 2020년 9월부터 사업이 시행 중이다. 내리 대학인마을 원룸촌에 가건물을 지어 행복마을사업을 펼치고 있다.

내리 대학인⸱고려인마을을 찾은 ‘한아찾_시니어 탐방단’. 앞줄 왼쪽이 필자

“행복마을로 달려가는 안성시 대덕면 대학인⸱고려인마을”

2021년 6월 11일 대덕면사무소와 내리 대학인마을 행복마을관리소 방문 후 ‘소감’이다. 물론 대학인마을을 ‘대학인⸱고려인마을’로 바꾼 것은 필자 생각이다. 사업 진행이 불과 9개월이니 너무 성급한 평가가 아닐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전국의 많은 이주민집거지를 방문했지만, 이런 마을이 또 어디 있을까?

동행했던 단국대학교 러시아학 전공 함영준 교수도 6월 26일 개최될 ‘내리 다문화가족 축제계획서’를 보고 ‘안성과 고려인 그리고 러시아 문화와 한국 문화의 콜라보’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2020년 11월 7일 내리 대학인마을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마을축제에서 우리는 이미 내리의 비전을 읽을 수 있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서로 인정하고 이해하며 내리에서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작은 천사들의 귀여운 모습, 미소가 언제나 이어지길 바란다”(김보라 안성시장), “대덕 행복마을이 거주민들과 소통하는 징검다리가 되었다. 내리 거주민의 절반 정도가 외국인이며, 이들도 안성시민이다”(최승린 대덕면장), “내리에 살며 처음으로 이런 행사에 참여했다. 내리 거주민들과 서로 도와 지역 발전을 위해 역할을 다하겠다. 내리에 사는 외국인 대부분이 고려인들이다. 우리네 할아버지들이 살던 조국에서 당당하게 안성시민으로 살아갈 것이다”(러시아 상인 대표 유 세르게이) (<안성투데이> 2020-11-9)

대덕면 인구는 안성시의 8.5%에 해당하는 1만5617명이다. 그중에 등록 외국인은 3191명(비등록 외국인을 합친다면 4천명이 훨씬 넘는다)인데, 외국인 대부분이 고려인이다. 또 2019년부터 경기교육청이 운영하는 다문화 국제혁신학교인 내리 광덕초등학교의 2020년 학생수는 유치부를 포함 192명인데, 다문화 학생이 142명이고 그중에 고려인 학생이 105명(73.9%)이다. 러시아어교육을 담당하는 원어민(고려인) 보조교사도 2명이다. 고려인 학생의 독서지도를 위해 2020년 5월 러시아대사관으로부터 러시아어 교과서 5종 등 총 71권을 기증받기도 했다. 내리의 대학인마을이 고려인마을로 변한 것은 이미 ‘사실’(fact)이 되었다.

대덕면사무소에서 대덕면 행복마을관리소 현황을 들으면서, “아! 참 대단하구나. 저런 사업들까지… 대덕면 고려인마을은 가히 행복마을로 달려가고 있구나!”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러시아어 통역 도우미 고려인 김이리나씨.

먼저, 다문화 대덕면을 상징하는 벽화를 주민자치센터 입구에 그렸고, 관내에 고려인을 포함해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구소련 출신 외국인이 많은 것을 고려해 러시아어 통역도우미로 고려인 김이리나 직원이 일하고 있다. 또한, 2명의 사무원과 8명의 마을지킴이가 지키는 행복마을관리소도 실질적인 사업 장소인 내리 대학인마을 원룸촌 한가운데 비록 임시건물 상태이지만 번듯하게 세워졌다.

대덕면 행복마을관리소는 공통사업으로 ‘아파트관리사무소’ 역할을 하면서 자체사업으로 지역주민이 ‘행복’을 체감할 수 있는 현장중심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담배꽁초 수집기를 14곳 설치한 결과 바닥에 꽁초가 크게 줄었다. 버려지는 현수막으로 앞치마, 마대자루, 에코백을 만드는 재활용 사업이 고려인 주민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받았다.

담배꽁초 수집기를 14곳에 설치한 결과 바닥에 꽁초가 크게 줄었다. 

공모사업도 활발히 참여해 주민의 호응을 받고 있다. 시민동아리 사업인 ‘언어교환교실’ 프로그램으로 고려인에게 한글교실을 열고 있다. 1인가구가 많은 원룸촌 지역에 맞게 ‘1인가구공동체부엌’ 프로그램으로 다문화가정 요리교실, 어르신 영양 반찬 배달 서비스, 로컬푸드 요리경연대회 등을 개최했다. 또 ‘자원순환마을’ 프로그램으로 쓰레기 무단 투기로 마을 환경을 해치던 공터에 꽃밭을 조성하고 주민 누구나 텃밭에서 수확한 작물을 가져갈 수 있는 ‘누구나 텃밭&꽃밭’을 분양했다.

텃밭을 일구고 있는 대학인마을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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