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의 행복한 도전 45] ‘세계적인 셰프가 될 이민’···”총장님 제 명함입니다”

이민씨가 재능대학 재학 시절 조리실에서 동기들과 함께 한식조리실습을 하고 있는 모습. 이 학교 09학번인 이민씨는 7성급 호텔 버즈알아랍을 거쳐 중국 상하이 메리어트호텔 한식당 주방장으로 있다.

[아시아엔=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 회장, 이해찬 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임] 한번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조금은 특별한 여학생을 만났다. 나는 자주 학교 안을 돌아다니는데, 그 학생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반갑게 인사를 해 왔다.

“총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호텔외식조리과 이민이라고 합니다.” 나는 속으로 ‘참 신통하게 인사도 잘한다.’라고 생각하며 미소로 인사를 받아 주었다. 곧이어 이 학생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찾더니 내게 조그마한 종이 한 장을 건네는 게 아닌가.

“총장님, 이거 제 명함인데요. 총장님이시니까 특별히 제가 드리는 거예요.” “그래요, 고맙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네모난 명함 왼쪽에는 조리모를 쓰고 찍은 본인 사진과 오른쪽에는 ‘세계적인 셰프(chef)가 될 이민’이란 문구와 연락처가 기재되어 있었다. 아마도 호텔외식조리과 학생인 것 같았다. 그 명함을 보는 순간 ‘참 재미있는 학생이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당당하고 적극적인 그 성격이 반가웠다.

나는 셰프가 꿈이냐고 물어보았다. “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조리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 음식을 드시는 모든 분에게 행복과 감동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두바이 7성급 호텔 버즈알아랍에서 한식을 세계에 알리고 있는 이민 셰프와의 첫 대면이었다. 나중에 자세히 알게 되었지만 이민 학생은 조리과학고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기본기를 다졌다. 우리 학교 호텔외식조리과에 입학한 후 한식 실습 조교를 자원하여, 실습 시간마다 레시피 준비는 물론 교수 시연 조교를 하며 열심히 실습에 임했다.

한식 전공 동아리 활동에서는 동아리 대표의 역할도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한식에 유난히 관심을 보였지만 그 외에도 양식, 중식, 일식, 제과 제빵, 복어 조리 등 여러 분야에서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졸업할 때까지 그녀가 취득한 조리 관련 자격증만 일곱 개나 되었다. 또 각종 국내외 조리 경연 대회에서 장관상과 금상 등을 수상했고, 특급 호텔 출신의 실기 교수들을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자문을 구했다. 한 가지 방법을 알려 주면 열 가지 이상의 다양한 방법을 창조해 내는 학생이었다. 2010년 2월 졸업도 하기 전, 1차 서류 전형과 다섯 차례에 걸친 다양한 인사 담당자들과의 영어 인터뷰 면접을 통과했다.

마침내 이민 학생은 다들 세계 최고라고 손꼽는 두바이 7성급 호텔 버즈알아랍의 셰프가 되었다. 두바이 버즈알아랍호텔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아랍에미리트 국왕 소유의 특급 호텔로 투숙이나 사전 식사 예약을 통해서만 호텔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하루 숙박비가 최소 750만 원, 레스토랑 음식이 최소 1인당 약 30만원에 달해 왕족, 대기업 CEO, 헐리우드 스타 등이 주 고객인 초특급 호텔이다. 채용 시 특급 호텔 경력과 외국어 실력을 우선으로 선발해 신입 조리사 채용이 특히 까다롭기로 유명한 곳이다.

이민 학생이 바로 이 호텔에 2급 조리사 정규직으로 채용된 것이었다. 꿈을 가지고 꿈을 실행하기 위해 열심히 하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걸 이민 학생이 보여 주었다.

이민 학생이 두바이에 도착해 나에게 전화를 걸어온 적이 있다. “총장님, 걱정해 주신 덕분에 잘 도착했습니다. 학교의 명예를 걸고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이민 학생은 지금도 휴가를 받아 한국에 들어오면 학교에서 후배들을 위해 강의를 한다. 본인이 해외에서 보고 배운 것을 후배들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다. 이때마다 꼭 나를 찾아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녀의 뒤를 이어 3년 연속으로 재학생 총 여섯 명이 이 호텔에 취업한 것을 비롯해 많은 학생이 해외로 진출하여, 호텔외식조리과는 명품 학과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대회에서 입상하는 쾌거를 이루는 등 지속적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이민 학생은 중국 상하이에 있는 메리어트호텔 한식당 주방장으로서 한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그런 선배에게 동기 부여를 이어받아 매년 30여 명의 학생이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취득하여 영국, 호주, 캐나다, 미국, 싱가포르 등에서 취업 역량을 키우고 있다. 이를 계기로 호텔외식조리과는 학과명을 글로벌호텔외식조리과로 개명하고 전국 최고의 해외 취업률을 매년 이어 가면서 해외 취업에 강한 학과로 역량을 키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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