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의 행복한 도전 43] 볼쇼이발레단과 함께한 UI 선포식

인천재능대 UI

[아시아엔=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 회장, 이해찬 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임] 취임한 후 2년 동안 학교 정상화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다. 이제 재능대학이 정상 궤도에 올랐으니 또 다른 변화와 발전의 계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재능대학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 격려해 주신 주위 분들을 초청하여 기쁨과 성과를 나누고, 우리 대학의 미래 도약 비전을 천명하는 행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단순히 하품만 나는 형식적인 행사를 할 거라면 아예 처음부터 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좀 더 새롭고 신선한 행사를 꿈꾸었다.

교육부 시절 ‘스승의 날’을 기획하면서 다양한 행사 아이디어를 냈을 때의 기억도 떠올리면서 여러 가능성을 타진해 보았다. 「KBS 열린음악회」 등의 행사를 유치하여 학교를 알리는 길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기존에 많은 대학이 하는 행사여서 좀 더 새로운 방식의 행사가 없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져만 갔다. 그렇게 고민하던 와중에 우연히 공연 기획을 하는 후배 한 명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러시아 볼쇼이 아이스 쇼의 한국 초청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었다. 후배의 근황을 전해 듣던 나는 그 순간 바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혹시 말이야, 볼쇼이 아이스 쇼와 우리 재능대학 행사를 같이 묶어 볼 수 있을까?” 내 말을 들은 후배는 잠시 멈칫하더니 곧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선배님, 그거 좋은 아이디어인데요!” 직접 공연단을 찾아가 우리의 취지를 설명했더니 흔쾌히 받아줘 행사를 열기로 했다. 행사의 정식 명칭은 ‘재능대학과 함께하는 미래를 여는 여행’으로 잡았다. 물론 우리 대학으로서는 벅찬 도전이기도 했다.

공연 구성은 원작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고, 행사는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 각 행정 부서와 학과별 역할을 분담하며, 교수와 직원 각 개인에게도 역할을 분담하여 2개월 동안 준비했다.

2008년 7월과 8월 무더위 속에서 초청장, 행사 리플릿, 자료집, 입시 및 취업 브로슈어, 현수막 등 모든 자료의 디자인과 문안을 교직원이 중심이 되어 새로 제작했다. 호텔외식조리과 학생은 쿠키 등 간식 세트 제작, 사진영상미디어과 학생은 기념 앨범 제작, 실용음악과 학생은 외부 연주 공연, 호텔관광과 학생은 안내 도우미를 자청하여 준비했다. 우리는 우리 대학 학생들과 학부모들, 지역 주민을 비롯하여 인천과 경기 지역의 고등학교 교장·교 감 선생님들과 3학년 선생님을 비롯한 진학 담당 교사들, 학생들의 실습과 취업에 도움을 주었던 기업체와 기관 관계자들을 관람자로 초청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의 진심과 정성을 담기 위해 일체의 우편 발송 없이 직원들은 물론 교수들까지 나서 초청 대상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직접 표를 전했다. 또 학생들을 보내 주어서 감사하다는 평소의 감사 메시지를 전하고, 앞으로 우리 대학이 어떻게 더 큰 발전을 추구할 것인지 학교의 비전과 가능성을 미리 알리는 기회로 삼았다.

그렇게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행사 당일에 대학 상징인 UI(University Identity) 선포식을 통해 모두가 함께하는 기쁨을 나눈 뒤 세계적인 공연을 선물로 안겨 드림으로써 대미를 장식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공연 때 우리 학교의 실용 음악과 재즈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교수진이 노래와 반주도 선보일 계획까지 세웠다. 그해 여름은 정말 더웠다. 그러나 매일 행사장을 찾아가 주차장을 비롯한 모든 동선을 확인하고 점검하며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볼쇼이발레단 공연 모습

드디어 행사 당일이 되었다. 2008년 8월 27일 오후 5시. 나와 교직원, 학생들은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숨을 죽이고 대기하고 있었다. 이 넓은 목동 아이스링크를 채울 수 있을 만큼 많은 분이 참석할 것인가? 공연장 입구에는 재능대학 준비 인원만이 눈에 띌 뿐인데 공연 시작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오후 7시 15분 목동 아이스링크에 조명이 하나둘 들어오고 ‘2008년 재능대학과 함께하는 미래를 여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나는 내 눈을 의심하면서 객석을 몇 번이고 돌아보았다. “입추의 여지가 없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5천5백여명이 넘는 관객이 객석은 물론 계단에까지 가득했다. 대학의 새로운 UI 선포 등 공식 행사를 시작으로 볼쇼이발레단의 현란한 아이스 쇼 공연이 두 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시간이 꿈처럼 흘러 공연이 막을 내리고, 나와 학교 법인 재능학원 박성훈 이사장, 대학 구성원들이 볼쇼이 공연단과 기념 촬영을 마쳤다. 참석해 준 모든 분이 이구동성으로 성공적인 행사를 축하해 주었다.

볼쇼이발레단과 함께한 재능대학의 날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행사에 함께한 지역 주민, 인천과 경기 지역의 고등학교 선생님들은 나와 전화를 하게 되면 한동안 이 이야기부터 하고는 했다.

“말로만 듣던 볼쇼이발레단의 아이스 쇼를, TV에서만 보던 그 장면을 아이스링크에서 직접 눈으로 관람하니 꿈만 같이 느껴졌습니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해 주신 학교와 총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런 영향이었을까. 당일 행사에 초대하지 못했던 인천시청과 인천시교육위원회, 인천 동구청의 관계자들이 ‘이번 행사 기획서와 진행 자료 일체를 보내 줄 수 없겠느냐’는 문의를 해왔다. 그리고 경기도에 있는 장안대학과 연성대학에서도 대규모 행사를 어떻게 유치하고 진행했는지 실무진들의 문의가 뒤따랐다. 본인들 학교에서도 추진을 고민하게 되었던 모양이다.

‘2008년 재능대학과 함께하는 미래를 여는 여행’을 계기로 대학 구성원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우리 대학의 역량은 한껏 높아졌다. 이를 바탕으로 ‘2009년 재능대학 감사의 날’을 개최했다. 뮤지컬 「시카고」의 최정원 공연 팀의 뮤지컬 갈라 쇼, 바리톤 김동규의 클래식 공연, 가수 이선희와 조영남의 무대가 펼쳐졌다. 가수 조영남 씨는 내가 주최하는 무대에 흔쾌히 참여하여 “내 친구 이기우와 함께하게 되어 기쁘다.”라며 그의 히트곡 「딜라일라」, 「모란 동백」 등을 열창해 주었다. 아직도 그때 행사에 참석했던 분들을 만나면 그 환상적인 행사가 잊혀지지 않는다고 칭찬을 듣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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