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의 행복한 도전 37] 재능대 총장 취임 반년만에 흑자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

[아시아엔=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 회장, 이해찬 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임] 학교법인 재능학원은 국내에서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모범적으로 교육사업을 해 오고 있다. 교육문화 기업인 ㈜재능교육은 1997년 대헌공업전문대학을 인수하여 재능대학으로 교명을 바꾸었다. 교육 시설 확충과 여건 개선을 위해 본관 신축, 교육관 신축, 벤처관 신축 등에 3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매년 법인 부담금도 충실히 지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학교는 교육전문가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교육전문가를 영입하여 운영을 맡기고 최대한의 자율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취임할 당시 대학의 상황은 입시 경쟁률이 인천 지역 하위권 수준으로 일부 학과의 신입생 미충원이 발생하고, 미복학자가 증가함에 따라 등록금 수입이 감소하여 매년 적지 않은 적자를 보이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시도나 노력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모두 관성대로 움직일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 부임 첫해부터 재정 부문에서 외부 수혈을 받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구매 시스템, 비효율적 인력 구성, 실험 실습 기자재 미흡 등 산적한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그럼에도 부채 등 재정 적자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매 학기말이 되면 현금이 없어서 법인에서 10억원 내외의 돈을 꾸어다가 집행을 먼저 했다. 그리고 학생이 새로 입학해서 들어오면 등록금을 받아서 그 돈을 갚는 등 운영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악순환이었다.

우선 절실하게 필요한 첫 단계는 학교 내 시스템의 정상화였다. 대학 내에 잔존하는 불합리한 관행들을 제거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집안 청소부터 깨끗이 하고 새 마음으로 새 출발하자는 의미였다. 두 번째 단계는 제대로 된 새 출발이었다. 활기찬 교육, 전략적 교수·학습, 최고의 대학을 위한 관리시스템 구축이 필요했다. 세 번째는 도약 단계로, 질 높은 재능대학, 산업체에서 필요한 시장 친화적 졸업생 배출로 설정해, 재능대학이 지향해야 할 최종 지점을 명확히 밝혀 주려고 했다. 나는 이 세 단계를 염두에 두고 조직을 변화시켜 나갔다.

부채를 줄이기 위해 우선 교직원의 불필요한 외부 출장을 금지했다. 1년에 한두 번씩 있었던 업무 관련 세미나와 학과 관련 세미나, 해외 출장 등 불요불급한 출장을 모두 금지한 것이다. 그동안 외부 세미나는 때로 여흥을 위한 명목상의 핑계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요인을 모두 찾아내 예산이 새는 것을 차단했다. 예결산 시스템을 개선하고 예산 집행의 새 기준을 엄격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마련한 재원으로 실험 실습 기자재를 추가 확보하고, 교수 연구실에 지금까지 없었던 에어컨을 전부 설치했다.

과감한 제도·조직 혁신도 단행했다. 대학 발전의 기본 동력이 될 규정 제·개정만 400여 건에 이르렀고, 잡다하게 늘어서 있던 위원회와 연구소 등을 정리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조직을 슬림화하여 힘의 낭비를 줄이고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한 것이다. 또 경쟁력 있는 미래학과를 개설하여 캠퍼스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무엇보다 우리는 안 될 것이라는 패배적인 사고를 불식하고, 대학 구성원 간의 대립적 관계를 해소하여 창의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일에 매진했다.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나는 교내 구성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함께 발전을 모색할 수 있도록 설득했다. 그들과 나는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었으므로 인식을 전환하여 협력적인 관계를 만드는 일이 필요했다. 제도와 절차의 측면에서 교내 구성원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는 장치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

총장 부임 첫해 6개월 만에 재정은 흑자로 전환되었다. 2006년 말에 부채를 26억원이나 상환했다. 내 목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7년과 2008년에도 합리적인 예산 관리는 계속되었다. 2008년도 마지막으로 교직원의 급여를 지급하고 학교 통장을 확인했다. 이 숫자가 맞는 것일까? 거래 은행들이 숫자를 잘못 기입해 보낸 것은 아닐까?

대학 운영비 통장에는 분명히 30억원이라는 숫자가 찍혀 있었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교수 연구실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학교 실험 실습 장비를 다 교체하는 등 할 일을 다 하면서도 비효율적인 거품을 제거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니 돈이 이만큼이나 남은 것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