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의 행복한 도전 39] “학생들에게 죄짓지 말자”
[아시아엔=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 회장, 이해찬 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임] 내가 재능대학에 와서 가장 먼저 내세운 철칙은 “학생들에게 죄짓지 말자”였다. 교수와 직원들에게 수시로 당부해 온 말이다.
학부모들이 뼈 빠지게 일해서 마련해 준 등록금을 내고 뭔가 배우겠다고 나온 학생들에게 죄를 지으면 안 된다. 죄짓지 말자니, 이거 참 무서운 말이다. 교수가 교수 노릇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직원이 직원 노릇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총장이 총장 노릇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교수가 교수 노릇을 제대로 못하면 학생이 배우고 싶은 것을 제대로 배울 수가 없다. 직원이 직원 노릇을 제대로 못하면 학생이 행정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가 없다. 총장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총장이 총장 노릇을 제대로 해야 대학이 제대로 경영된다. 그래서 말했다. “내가 총장 노릇 제대로 할 테니 교수는 교수 노릇 잘하고, 직원은 직원 노릇 잘해 주세요.” 교육 문제를 이야기하면 다들 남의 탓으로 돌린다. 학부모는 정부의 교육정책이 문제라고 하고, 정부는 교육 현장이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학교는 기업의 채용 조건이 변해야 한다고 말하고, 기업은 학생의 취업 마인드가 문제라고 한다. 저마다 그럴싸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사실 모든 문제는 나에게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첫출발은 나 자신이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자기 자신부터 바꾼다”는 말은 그래서 맞는 말이다. 학교 발전을 위해서라면 나는 언제라도 ‘영업부 대리’가 될 자세가 되어 있다. 사실이 그렇다. 나는 세포 구조가 이미 그렇게 훈련되어 있다. ‘어제의 나’는 철저하게 죽인다. 나는 오늘 새롭게 태어난다. 오늘 지금 이 순간 건강한 내게 감사한다.
“지금 당신과 이야기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우리가 같이 맛있는 한 끼 밥을 나눠 먹을 수 있어서 즐겁다. 지금 내게 주어진 이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기쁘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정성을 다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총장으로서 내 꿈을 나에게 되새긴다.
“내가 이 대학의 총장을 맡고 있는 한 나는 우리 대학을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명품 대학으로 만들고 싶다. 그래서 열심히 한다. 정성을 다한다. 이것 말고 나는 더 좋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대로 매 순간 나는 행복하다. 당신도 나처럼 행복하면 좋겠다.”
세상에는 간단한 일이 없고, 만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의외로 단순한 것에서 일이 풀린다. 생각이 미래를 바꾼다. 지금 내가 웃기는 이야기를 하면 내 곁의 사람들이 따라 웃는다. 내가 1초 뒤의 미래를 웃음의 미래로 만드는 것이다. 생각이 달라지면 행동이 달라지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 그래서 다르게 볼 줄 아는 사람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창조한다. 남과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이 남다른 일을 이루어 낸다. 한 줌의 흙이 쌓여 태산을 이루고, 한 방울의 물이 모여 장강을 이룬다.
내가 학생들에게 죄를 짓지 말자고 하는 것은 우리가 먼저 자기 본분의 노릇을 제대로 하자는 뜻이다. 교수는 교수답게, 직원은 직원답게, 총장은 총장답게 자기가 해야 할 사명을 다하자는 말이다. 자기 위치에서 ‘답게 운동’을 펼치면서 자기의 사명을 다하는 것이다. 언제나 모든 일을 남의 탓이 아닌 내 탓으로 돌리자. 먼저 내 안에서 변화를 시작해야만 내 곁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진리를 실천하자. 매일 새롭게 다시 태어나자. 나의 원칙은 여기에 있다.
“학생들에게 죄짓지 말자”는 현수막을 대강당 벽면에 걸어놓고 모든 구성원이 잊지 않도록 했다. 몇 해 전 우리 학교에서 개최된 ‘사립 중고교 교장단 연수’에 참여했던 교장 선생님 한 분이 이 현수막을 보고 감동을 받아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이 대학은 정말 무서운 학교다”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