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의 행복한 도전 38] “학생이 최고이자 우선인 재능대”
“전문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경우가 많은데 대학이 학생들의 등록금을 받아 눈먼 돈 쓰듯이 하면 되겠는가. 이런 학생들에게 죄를 지어서는 정말 안 되는 것이다. 나를 비롯한 교직원들이 그들을 귀하게 여겨 주어야 한다. 정성을 다해 그들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이끌어 주어야 한다.”
[아시아엔=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 회장, 이해찬 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임] 한국과 같은 학벌사회에서 어찌 되었든 재능대학 학생들은 학교에 진학하기까지 어느 정도 마음의 상처가 있다. 대체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아서 제대로 된 기회를 누려 보지 못하고 일반 학생들과는 출발선부터 다른 학생이 적지 않다. 공부 때문에 받은 이런저런 설움과 상처가 많다고 할 수 있으리라.
내가 재능대학에 와서 제일 중심에 둔 것도 바로 학생들이었다. 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왜 교직원들의 비리나 부정을 단호하게 처벌해야 하는가? 바로 학생들 때문이다. 전문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경우가 많은데 대학이 학생들의 등록금을 받아 눈먼 돈 쓰듯이 하면 되겠는가.
이런 학생들에게 죄를 지어서는 정말 안 되는 것이다. 대학에 와서까지 사기가 떨어진 채로 힘없이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면 그것은 정말 문제가 아닌가. 학생들도 스스로 자신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을 지니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나를 비롯한 교직원들이 그들을 귀하게 여겨 주어야 한다. 정성을 다해 그들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이끌어 주어야 한다.
교수나 직원의 진정성이 학생들에게 전달되어야 비로소 학생들도 ‘우리가 대접을 받는구나.’, ‘나는 소중한 사람이구나.’, ‘나를 쓰임새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꿈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나는 처음부터 교직원들에게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볼 것을 강조했다. “학생들을 자신의 아들딸로 생각하고 사랑으로 안아 주세요”라는 말을 수시로 했다. 나부터도 학생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며 그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항상 눈과 귀를 열고 만났다.
매일 출근과 동시에 학교를 한 바퀴 돌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학생에게 잘 지내냐는 인사도 하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했다. 물론 처음에 학생들은 총장인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지속되면서 교수들이 동참하기 시작했고, 학생들에게 안부를 묻고 인사를 건네는 것이 학내 구성원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 갔다. 더불어 교수들이 학생들과 더욱 가깝게 만나도록 유도했다.
전문대학을 찾는 학생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물론 결손 가정의 자녀인 경우가 많다. 이런 학생들은 대부분 자신이 불우하다고 생각하고 타인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 고민이 생겨도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그게 가장 먼저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결석이었다. 나는 결석이 잦은 학생은 그냥 지나치지 말고 왜 결석하는지 마음을 다해 물어보라고 권했다.
기본은 전화였다. 학생들이 결석하면 교수가 직접 전화를 걸어 학생이 갖고 있는 문제를 파악하도록 했다. 물론 처음에는 전화를 피하지만 교수가 정성을 다해 진심을 보여 주면 학생들은 마음을 열고 학교에 정을 붙이게 된다. 사실 요즘과 같은 세태에서 학생들이 교수의 말을 귀담아 들을 리가 없다. 부모 이야기도 제대로 듣지 않는데 다 큰 성인이 대학에 와서 교수의 말을 듣겠는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수들이 다가가야 했다.
어떤 교수는 결석이 잦은 학생에게 전화를 했으나 받지를 않자 정성스럽게 문자를 남겼다. 문자를 본 학생이 전화를 걸어 “교수님께서 전화하시고 문자까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출석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그 후 정말로 성실한 학생이 되어 모든 수업을 무사히 마쳤다. 또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고 불러 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 모든 교수가 학생들의 이름과 얼굴을 외우고 학생들을 대한 결과 출석률이 높아진 사례도 있었다.
부임 초기만 해도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학생의 얼굴을 모르는 학과 교수가 많았는데, 교수가 직접 전화를 걸어 이름도 불러 주고 고민 상담도 하니 학생들도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어찌 되었든 수시로 학생들에게 전화를 하고 관심을 가져 주면 그 교수에 대해 절대로 나쁘게 생각할 수가 없다.
일반대학이라면 하지 않을 일이겠지만 전문대학에서는 학생들과 교수들의 관계가 더 돈독해질 필요가 있었다. 만약 학과 학생 중에 연락 두절자가 생기면 주소지를 찾아 교수가 직접 방문하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복학 예정자인 학생들에게도 미리 전화를 걸어 면담하도록 했다. 복학생의 경우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복학하기 힘들다는 학생에게는 100만원의 장학금을 주었다. 복학생 영어 교육과정도 새로 만들었다. 자신이 진학한 학과가 잘 맞지 않는 학생에게는 적극적으로 전과의 기회를 주었다. 마음에 안 드는 과를 억지로 마치게 하여 졸업시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뿐만 아니라 중도 탈락자를 위한 조기경고체계도 갖추었다. 학생들 자신도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 완전히 분석을 해서 이 학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맞춤형 지도를 하자는 생각으로 만든 시스템이다. 그 결과에 따라 분석을 하고 멘토링을 하도록 했다. 심지어는 자퇴를 생각하는 학생일수록 더욱 철저하게 면담을 진행시켰다.
물론 이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생활 지도도 아닌데 대학에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고.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별 노력 없이도 우리 대학에 올 수 있는 학생이라면 우리 대학의 발전에 맞추어 자기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저런 어려움 때문에 우리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을 포기하려는 학생들이다. 학교에 대한 아쉬움도 문제가 되겠지만 개인이나 집안의 어려움이 그런 결정을 하도록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학생들에게 재능대학과의 인연이 비록 처음에는 좋지 않은 기억이었을지라도 끝낼 때까지 그렇게 끝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의 이런저런 발전 사항을 알리고 어떤 식으로든 의사소통을 거쳐 좋게 마무리를 하면 자기 인생에서 학교와 가졌던 인연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예전의 나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학생 개인에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교육적 가치도 있다. 대학의 구성원인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되는 것을 안 하고 내버려 두는 것이 더 나쁜 일이 아닌가. 학교를 떠나기로 한 학생이 우리 대학으로 끝내 돌아오지 않더라도 그 학생이 재능대학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쪽으로 변화되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했다.
그러면 그 학생은 앞으로 다른 학교 혹은 다른 분야에 진출해서도 재능대학이 자신을 어떻게 귀하게 여겨 응원해 주었는지를 되새기면서 자기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힘을 얻게 된다. 그 학생을 돌려세워 다시 학교로 복귀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학생이 지닌 마음의 고민을 공유하고 학생을 생각하는 학교의 정성을 보여 주면서 마무리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교육자의 본분은 바로 그런 면에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