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의 행복한 도전 34] 김영삼·문재인 두 대통령 배출한 내 고향 거제

[아시아엔=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 회장, 이해찬 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임] 거제(巨濟)는 ‘크게 구제한다’는 뜻이다. 풍수적으로도 한반도 남쪽 끝자락에 위치해 땅의 기운이 매우 왕성한 곳이다. 그래서일까. 내 고향 거제는 대통령을 두 분이나 배출했다. 김영삼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국가원수이며 행정부의 수반이니 공무원 출신인 나에게는 대통령이 가장 높은 상사인 셈이다.

공무원 출신으로서 두 분 대통령과 고향이 같다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먼저 고 김영삼(YS) 대통령부터 소개한다. 김영삼 대통령 재임 중에 나도 교육부에 근무하고 있었으니 그분에 대한 일화는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 공무원 재임 중에 관련된 일들은 생략하고, 고향에 관련된 일을 회고해 본다.

김영삼 대통령의 고향은 거제시 장목면이다. 내 고향은 이웃 면인 연초면이다. 내 아내가 김영삼 대통령과 같은 장목면 출신이다. 2010년도에 나는 ‘재경거제향인회’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하지만 향인회가 몇 년 동안 와해되어 이름만 겨우 유지되고 있었다.

향인회 재건을 위해 기금 2억 원을 모금하고 조직을 새로이 구축했다. 나는 연말 송년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영삼 대통령을 모시기로 마음먹고, 초청장을 들고 회장단 다섯 명이 상도동으로 찾아뵈었다.

김영삼 대통령(가운데)을 예방한 재경 거제향인회 회장단. 이기우 회장(김 대통령 오른쪽)

김영삼 대통령은 불편한 노구임에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처음부터 고향 이야기를 시작하여 끝없이 이어졌다. 점심때가 되자 거제도 토속 음식의 하나인 멸치를 넣은 시락국이 나왔다. 선물로 준비한 포도주를 보고 말씀했다.

“너거, 내가 ‘딸보’ 와인 좋아하는 줄 우찌 알았노? 내야 와인 맛을 제대로 아나. 클린턴 대통령이 국빈 방문했을 때 딸보를 좋아한다고 해서 만찬주로 준비하라고 했더니 그 후로 내가 딸보를 좋아한다꼬 소문이 난기라. 딸보, 그거 마셔 보니 맛이 시금텁텁한 기 특별한 맛은 아인 것 같던데, 와인 맛이 다 그서 그 아이가.”

그 말씀에 우리도 웃고 대통령도 파안대소했다. 12월 17일에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송년의 밤 행사에 김영삼 대통령은 건강이 악화되어 운신이 자유롭지 않은데 불구하고, 부축받고 참석해 향인회에 힘을 실으며 격려말씀을 했다.

“우리는 거제에서 태어난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고향을 자랑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기우 회장을 중심으로 자주 모이고 단합하여 향인회가 거제 사랑의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배웅하는 호텔 로비에서 “이 회장, 고향을 위해 수고가 많다. 니만 믿는다”라는 말과 함께 어깨를 다정하게 다독이고 떠났다. 이를 계기로 재경거제향인회는 공백기를 딛고 재기하여 본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고향을 사랑하는 큰 어른이다. 영면 후에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고 그리운 마음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거제에서 지기(地氣)가 매우 왕성한 계룡산 아래에서 태어났다. 문재인 대통령 부모는 6.25 전쟁 때 거제도로 피란 온 분들이다. 1950년 12월 23일, 흥남 철수 작전 때 마지막 피란선인 매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12월 25일 거제도 장승포항에 도착했다. 이후 행정 절차에 따라 14,005명의 피란민들은 거제의 각 읍면으로 분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953년 1월 24일 거제시 거제면 명진리 남정마을에서 출생했다. 거제에서 태어나, 부산 영도에서 성장해 경남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일가도 친척도 거의 없다. 씨족이나 가문, 집안의 후광도 없이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된 것이다. 나와의 인연은 내가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그 당시에 많은 교감을 하고 이심전심으로 가까워졌다. 그 후에 대통령 비서실장도 역임했다.

인구에 회자되는 일화가 있다. 부임 때 서류가방 하나 달랑 들고 청와대에 와 임기 마칠 때 서류가방 하나 달랑 들고 나갔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2016년 9월 26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시절 더케이호텔에서 개최한 ‘거제향인회 운영협의회’에 내가 초청을 드렸다. 기꺼이 시간을 내 참석해, 향인회 고문 추대에 흔쾌히 승낙했다. 그 자리에서 “오늘 재경거제향인회 운영협의회에 참석하여 인사말을 하게 되어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문으로 위촉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고향이 거제도인 것에 무한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으며 자랑으로 여깁니다. 앞으로 향인회 발전과 고향 거제 발전에 힘을 모으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요즈음 거제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거제의 숙원들이 하나둘씩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한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음은 큰 영광이 아니겠는가. 조선소 문제, 남부내륙철도 거제 연장, 저도 반환 등이 착착 진행됨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 거제인 모두는 커다란 자랑으로 여긴다. 우리 거제인들은 두 분의 대통령을 배출한 거제가 고향이라는 사실에 무한한 자긍심을 지니고 있다. 훌륭한 업적을 남겨서 후대에까지 칭송받는,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는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나만의 기원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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