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의 행복한 도전 20] 김대중 정부 교사 정년단축의 비밀

교원정년 단축을 발표하는 이해찬 교육부장관(1998년 11월 16일)

[아시아엔=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 회장, 이해찬 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임] 이해찬 장관 재임 중에 한국 교육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고교 야간 자율학습, 모의고사, 보충 수업 폐지 등의 일이 바로 이 시기에 추진된 일들이다.

특히 많은 사람에게 이해찬 장관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정책 하나만 꼽으라면 아마도 ‘하나만 잘하면 대학에 가게 하겠다’는 기치를 내걸었던 입시제도의 변화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언론에 의해 잘못 소개된 예 중 하나이다. 하나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다 잘해야 하지만 그래도 하나만은 더 잘하는 게 있어야 한다’는 의미였지만 기자들이 그렇게 자세하게 기사를 내주지는 않았다.

그 당시 이해찬 장관이 누구에게든 거침없이 말하는 스타일이었기에 장관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변호하는 기자가 많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해찬 장관은 언론을 타면서 피해를 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 더 중요한 것은 교원 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낮춘 일이었다. 이 정책을 추진할 때 한 가지 숨겨진 일화가 있다. 그 당시 이해찬 장관의 생각은 단계적으로 정년을 64세, 다시 63세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단계를 밟기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의지가 너무 강했다. 단칼에 60세로 줄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정 과제 속에 이 문제는 포함이 안 된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는 교원 정년 조정의 문제는 반드시 국정 수행 과제에 들어가야 했는데 빠진 셈이 되었고, 이것을 확인한 대통령이 엄청 화를 내게 된 배경이 있다.

게다가 그 당시 기자들은 대체로 자녀들이 초등학교 1, 2학년인 경우가 많았다. 학부모 입장에서 젊은 선생님이 아무래도 아이들 교육에 적극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기자들이 똘똘 뭉쳐서 이 안이 국정 수행 과제에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대통령을 강력하게 성토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아무리 김대중 대통령과 이해찬 장관의 관계가 돈독해도 이 분야만큼은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 다만 대통령은 60세를 원했지만 이해찬 장관이 정치권과 겨우 타협하여 62세로 조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해찬 장관은 지금 이때까지 그 당시 교원 정년 조정이 대통령의 의지라는 걸 한 번도 입 밖에 낸 적이 없다. 모든 것을 자기 책임하에 결정한 것으로 하고 언론을 비롯한 교원 단체의 온갖 돌팔매를 자기가 받아 막고 끝까지 대통령을 지킨 것이다.

이런 일을 겪으며 나 역시 차츰 이해찬 장관을 더욱 남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