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아줌마’ 김나영 “수다로 그녀의 하루가 시작된다”

대한민국 대표 수다꾼으로 꼽히는 선우용녀, 전원주, 고 여운계씨. 그들이 던지는한마디 한마디는 편안함과 즐거움을 시청자들에게 주었다

어디선가 들었던 저 말투,
찜질방에서던가, 반상회에서던가
특별한 것 없는 게 특징인,
입만 열면
그 밥에 그 반찬인
수다로 그녀의 하루가 시작된다.

103호가 그렇고
옆집 새댁도 그렇고
새침데기 영숙이도 그렇고
하나같이 약속이나 한 듯이
자식과 남편과 시누이가 이야기의 주어이자 주제이다.
심각하게 들어주는 것 같다 싶으면
어머, 정말! 하고 응수라도 하면
집안 내력까지 주르륵 쏟아낸다.
돌아서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그런 얘기들로
하나의 주제를 위한 몇 개의 부제를
침 발라가며 풀,풀,풀 풀어낸다.

오늘 여고 동창 영숙을, 민자를 만나고 왔다.
아니다, 영숙이 아들의 성적표와 여자 친구를 만났고
민자 시어머니의 치매까지 만나고 돌아왔지만
영숙이는 민자는 만나지 못했다.
아니다, 띵똥! 벨만 누르면
영숙이는 민자는 우리 옆집에서도 103호에서도 튀어나온다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똑같은 레파토리 줄, 줄, 줄 쏟아내는
흔하디 흔한 보통명사
그녀의 이름은
아줌마.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