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소설'(小雪) 신성수 ‘먼 데 여인의 옷 벗는 소리’

눈덮인 산을 그리며 꿈 꾼다

소설을 누군가는 소춘(小春)이라고 했다.
아직은 가을 시샘이 남아서

겨울을 더디게 만드는데
내일 첫 눈이 온다는 설레는 뉴스 담는다.

오늘 십일 년 전 세상을 떠난 김광균 선생은
‘먼 데 여인의 옷 벗는 소리’라고 했다.

새벽 출근길에 철길 위에 누운 서리를 보았다.
정말 첫눈도 가까이 벅찬 걸음으로 와 있다고
나는 확신하였다.

세상 혼란을 모두 지우고 새 옷을 입힐
그 거룩한 첫눈을 기다리는 아침
안개도 마저 걷히고

맑게 세수를 마치고
싱그러운 낯빛으로 선
하늘,

나는 창을 활짝 열었다.
창가에 남은 이슬이 떨어지는데
귀 기울이면 못 들을까 더 다가가
거기 아직 머물러 있는 가을을 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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