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대로 알기] “아저씨를 빌려드립니다”…렌탈 문화 ‘천국’
이 글은 필자들이 공동으로 지은 <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이에 대화체로 엮어졌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편집자>
[아시아엔=심형철, 이선우, 장은지, 김미정, 한윤경 교사] 최근 일본에 렌타루 옷상(レンタルおっさん)이라는 말이 등장했는데, 이건 무엇을 말하는 걸까? 렌타루 바이크는 알지? 자전거를 빌리는 것 말이야. 옷상(おっさん)은 아저씨, 중년 남성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거든. 따라서 렌타루 옷상은 아저씨를 빌린다는 건데, 대체 아저씨를 빌려서 뭘 한다는 걸까? 일본에만 존재하는 신기한 서비스, 한번 알아볼까?
렌타루 옷상이란 말을 처음 들으면 조금 이상한 직업이 아 닐까 생각되겠지만 의외로 매우 건설적이야. 이 일을 하는 아저씨들 중에는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고 퇴직하신 분들 이 많거든. 때문에 아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말하기 힘든 고 민을 렌타루 옷상에게는 털어놓게 된대.
렌타루 옷상들은 사회초년생들의 업무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나 직장생활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편안하게 상담하는 일을 주로 해. 또 부동산이나 고가의 물건을 거래 혹은 매입하는 등 잘 모르면 손해 볼 것 같은 경우에도 경험치 높은 렌타루 옷상이 동행해 안심할 수 있게 하지. 실제로 개인 프로필에 ‘부동산 경력 oo년’과 같은 PR도 꽤 많은 걸 보면 그런 수요도 많은 것 같아.
바로 위 사진이 ‘렌타루 옷상’을 검색하면 나오는 사이트의 아저씨들인데 나이도 직업도 다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지. 사진을 눌러 보면 본인이 이러이러한 것들을 잘 한다든지, 어떤 특기가 있다든지 하는 자기 PR을 적어놓았어. 한 예로 어떤 사람의 이력을 잠깐 살펴보면 회사에 근무하다가 사업 을 시작했는데 회사가 도산해서 힘든 시기를 겪었다고 해.
하지만 다시 재기해서 회사를 일으켜 세웠고 이후에 퇴직 해서 지금은 요리사로 일하고 있대. 이런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했고 고난을 이겨냈으니 어려운 일을 겪고 있는 사람 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겠지? 렌탈료는 대부분 한 시간에 천엔(약 만 원)으로 그렇게 비싸 보이진 않아.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게 불편한 사람들에겐 전화상담도 가능하다니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켜주는 직업인 셈이지.
‘렌탈’이라는 것은 본인이 소유하지 않고 잠시 빌려 쓴다는 의미잖아. 사실 물건의 경우에는 이런 서비스가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여지지만 사람이 렌탈의 대상이 될 수 있다니, 신선한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 없어. 이렇게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물건을 다른 사람과 공유함으로써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 ‘공유경제’는 일본에 이미 활성화되어 있지. 최근에 일본에서 인기있는 ‘공유경제’ 서비스는 명품 가방, 명품 시계의 렌탈 서비스야.
일본사람들의 명품사랑 역사는 상당히 오래 되었는데, 중고등학생 커플들도 서로 명품을 선물할 정도래. 하지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가방이나 시계를 옷에 맞춰 몇 개씩 소유하는 것이 일반인들에겐 무리잖아. 그러다 보니 구입가보다 훨씬 낮은 이용 가격으로 렌트해서 쓰는 문화가 일찍 정착한 거야.
렌탈 문화가 어느 정도인지 일본의 고가 시계 렌탈 서비 스로 유명한 ‘카리토케’라는 회사의 서비스를 예로 들어볼 게. 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매달 3,980엔(약 4만 원) 부터 19,800엔(약 20만 원)까지 본인의 회원제에 가입하면 한달에 한 개씩 고가의 시계를 빌릴 수 있어. 만약 월 19,800엔 (약 20만 원)짜리 서비스를 구매하면 2,000만 원이 훌쩍 넘는 HUBLOT이나 IWC와 같은 시계를 한 달 동안 자기 것처럼 차고 다닐 수 있지. 하지만 부주의로 고장이라도 나면 시계 가격을 물어줘야 한다니, 서민들 입장에선 차는 시계가 아 니라 모시는 시계가 되지 않을까?
명품 가방의 경우, 이전에는 회사에서 매입한 중고제품을 렌트하는 방식이 많았다면 지금은 개인 소장자와 빌리는 사람을 연결해 주는 방식이 늘고 있대. 사실은 이런게 진정한 공유경제잖아? 이 방식은 사업자가 소장비용을 줄이며 훨씬 다양하고 많은 상품을 제공할 수 있어서 사업자, 개인 소장자, 소비자 모두가 이익을 보잖아. 또 주차난이 심각한 일본에 등장한 획기적인 공유경제 서비스 중 하나는 주차장 렌탈 서비스야.
아킵파(アキッパ)라고 하는 이 서비스는 개인 소유의 주차 공간을 본인이 쓰지 않는 시간대에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거지. 대도시 번화가 등 주차하기 힘든 곳에 가야 할 때 미리 이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예약하고 결제도 할 수 있으니 알아두면 편리하지.
유사한 앱으로 ‘스마트파킹’이라는 서비스도 있어. 아킵파는 미리 예약을 해야 이용할 수 있지만 이 서비스는 예약하지 않고 빈곳에 주차를 한 후 주차 고깔을 찍으면 그때부터 주차비가 계산되는 방식이야. 아킵파에 등록되어 있는 주차장의 개수는 2만 여 곳, 사용자 수는 90만명 정도이고, 스마트 파킹은 1,800개 정도가 등록되어 있대.
같은 업계의 이 두 회사가 2018년 9월에 업무제휴를 맺고 스마트 파킹의 주차장을 아킵파에 등록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니 이용자들은 더욱 편리해졌지? 주차장 공유 서비스는 일본에서 매우 각광받는 사업으로 2018년 10월에는 일본 최대의 IT회사인 소프트뱅크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었대.
주차난이 심각하기로 유명 한 도쿄 시내에 있는 큰 회사들을 상대로 회사 주차장 공유 서비스를 시작한 거야.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조회-예약- 결제까지 한번에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해서 제공하고 있어.
노무라 종합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차장 공유 서비스와 같이 공간을 셰어하는 비지니스 일본 국내 시장 규모는 2018년에 953억 엔에 이르렀대. 2023년에는 이 시장이 2,575억 엔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니 일본의 공유 경제 시장이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 알 수 있지?
공유경제라고 하면 뭔가 큰 물건을 빌리고 빌려주는 것이 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공유경제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간단한 물건을 나누는 것에서부터 본인이 가진 재능의 나눔까지 모두 포함한다고 볼 수 있어. 일본은 기업뿐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공유경제 서비스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일본의 기업 중 하나인 ‘아즈마마(アズママ)’는 ‘아이 돌 봄 공유’ 서비스를 하는 회사인데, 각 지역의 지자체와 연계해서 아이를 키우느라 힘든 엄마들을 도와주는 무료 서포터를 지원하고 있지.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함께 서로 도우며 육아를 할 수 있도록 연결도 해주고 말이야. 아이 하나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잖아?
일본은 이걸 공유경제를 이용하여 온 마을 사람들을 연 결하는 서비스를 만들어냈어. 2016년 4월에 구마모토 지진이 났을 때도 공유경제를 적극 활용해 구호활동을 펼쳤고. 피해자들에게 집을 빌려주거나 캠핑카를 지원하거나 주차 장을 제공하는 일뿐만 아니라 구호기금 모금까지 공유 서비스 플랫폼을 활용했어.
공유경제가 단순히 중고 물건을 거래하는 정도가 아니지? 우리나라도 앞으로 점점 더 많은 곳에 다양한 공유경제 서비스가 도입될 거야. 공유하고 공생하는 삶이라면 인생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겠어? <출처=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