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대로 알기] ‘관동대지진’ ‘동일본대지진’ 겪었지만…

2018년 6월 18일 일본 오사카부(大阪府)에서 규모 5.9의 지진이 발생, 도로가 함몰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글은 필자들이 펴낸 <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이에 대화체로 표현됐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편집자>

[아시아엔=심형철, 이선우, 장은지, 김미정, 한윤경 교사] 다들 뉴스에서 일본의 지진 소식을 접한 적 있지? 우리나라는 비교적 지진에 안전한 편에 속하지만 일본에는 크고 작은 지진이 매일매일 일어나고 있어.

일본에 이렇게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바로 불의 고리라고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해 있기 때문이야.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일본은 환태평양 조산대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어. 판구조론에 따르면 일본 열도는 유라시아판, 태평양판, 필리핀판, 북아메리카판 이렇게 네개의 판이 만나는 곳에 위치해 있어. 판과 판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일본 열도가 만들어진 거지. 그래서 지금도 지진과 화산활동이 계속되고 있는 거야.

지진은 일본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지진은 일본에 여러 번의 큰 피해를 입혔어. 메이지유신 이후(1868년) 가장 피해가 컸던 지진은 1923년에 있었던 ‘관동대지진’이야. 리히터 규모 7.9의 지진이 도쿄 인근에서 일어났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잡히지? 대한민국 지진 관측 이래 가장 큰 지진이었던 2016년 경주지진의 규모가 5.8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관동대지진의 파괴력은 경주 지진의 약 1,024배나 돼. 지진은 규모가 1 증가할 때마다 에너지가 약 32배 증가한대. 어마어마하지? 관동대지진은 행방불명자를 포함한 사망자가 약 10만 5천 명에 달했을 정도로 피해가 컸어.

지진은 식사 준비로 한창인 점심시간 즈음 발생해서 화재까지 일으켰지. 예상치 못한 큰지진으로 정부 기능이 마비되자 패닉에 빠진 일본 사회에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킨다” 등의 유언비어가 퍼졌고, 이 때문에 일본에 살고 있던 조선인들이 어처구니 없이 학살당했던 슬픈 역사가 있는 지진이야. 이렇게 터무니 없고 말도 안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질 정도로 관동대지진은 일본인에게 큰 충격을 주었어.

일본의 재난대응체계는 관동대지진 이전과 이후로 나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어. 관동대지진과 같은 커다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상수도, 전력, 통신 등의 사회기반시설이 파괴 되고, 많은 국민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는지를 피부로 느끼게 되었지. 그래서 이를 계기로 건물의 내진 설계와 소방 시설, 응급 상황에 대비하는 방법 등을 새롭게 정비하게 됐어. 관동대지진이 재해 대책을 쳬계적으로 마련하는 전환 점이 되었던 거야.

가장 최근에도 잊을 수 없는 지진 피해가 있었지. 바로 ‘동일본대지진’이야. 2011년 3월 11일 일본의 도호쿠지방(東北地方) 앞바다에서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했어. 1900년 이래 관측된 지진 중 세계에서 4번째로 규모가 큰 지진이었지. 앞에서 이야기한 ‘관동대지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지진이 일본의 동북지방, 즉 센다이 인근 지역에 일어났지. 일본 정부 통계에 따르면 행방불명자를 포함한 사망자가 1만 8천 명이 넘었고, 부상자도 6천 명이 넘었대. 내진설 계가 잘되어 있는 일본에서 이렇게 피해가 컸던 이유는 바로 지진 해일, 즉 쓰나미에 의한 것이었는데, 전체 사망자 중에 익사자가 90% 이상을 차지했지.

동일본대지진의 피해가 유난히 컸던 또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야.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 쓰나미가 밀려들어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었거든. 그 때문에 반경 20km 이내의 주민들에게 피난 지시가 내려졌고, 8만명 정도가 집을 떠나 피난생활을 해야 했어. 원전에 의한 피해 복 구는 지금도 진행 중으로 많은 사람이 아직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친지의 집이나 임시주택 등에서 피난생활을 이어가고 있어.

2018년 6월 18일 오전 일본 오사카부(大阪府)에서 규모 5.9의 지진이 발생해 오사카부 이케다(池田)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여 대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렇게 수시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지진들은 일본인들에게 정신적, 물리적으로 커다란 피해를 주었어. 그렇다고 언제 지진이 일어날지 모르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일본인들은 항상 불안에 떨고 있을까? 일본인들은 잦은 자연재해를 겪으며 어떻게 하면 자연재해로부터 피해를 덜 입을까에 집중하며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어. 어떤 대비책들이 있는지 좀 알아볼까?

첫째로, 건물을 지을때 지진에 잘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를 하고 있어. 지진피해 사망자의 대부분이 건물이나 가구에 깔려서 사망하기 때문에 내진 설계는 매우 중요해. 일본 건축물은 보통 진도 6~7 정도의 강진에도 건물이 붕괴 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어. 현재 전체 건물의 80퍼센트 이상이 내진 설계가 되어 있지만, 도쿄올림픽이 개최되는 2020년까지 내진 설계 건축물을 95퍼센트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더욱 신경을 쓰고 있대. 그럼 우리나라는? 안타 깝게도 20퍼센트 미만이라네.

둘째, 지진 대피 훈련을 실시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하지 않느냐고? 일본에서는 유치원에서부터 실시하고 있지. 일년에 2~3회 정도 실제로 대피하는 연습을 하는 거야. 어릴적부터 습관화해서 실제로 지진이 일어났을 때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지. 초중고는 물론 대학교에서도 수시로 실시하는데, 이렇게 철저히 대비하니 실제 지진이 일어나도 그다지 당황하지 않고 대피하더라고. 일본의 재난 발생 뉴스를 보면 우리와 다르게 침착한 모습들을 보이잖아. 때론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싶을 만큼 말 이야.

셋째, 재난 대비가 생활화되어 있어. 다양한 기관에서 재난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거든.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일본의 도쿄도에서 발행한 지진대피요령 메뉴얼 한글판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었어. 위급상황 시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소개되어 있어서 실제 상황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뒷얘기도 있더라고. 또한 가정과 공공기관에서는 방재용품을 구비해 두는데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생존배낭’ 같은 것이야. 일본의 마트에는 방재용품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이고, 집집마다 재난 대비 용품을 미리 구비해 둔다고 해.

경주 지진 발생 후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란 걸 깨닫게 됐지. 지진 직후에는 모두들 지진 대피 요령을 익히고 지진 피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시간이 흐르니 그조차 잊혀진 듯해 안타깝지만 말이야. 오랜 기간 지진에 대비해 온 일본의 경우를 참고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지? <출처=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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