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대로 알기] 한일 갈등 ‘최악’···일본인의 친절은 과연 진심인가?
[아시아엔=심형철, 이선우, 장은지, 김미정, 한윤경 교사] “내일 같이 영화 볼래요?”라고 묻는데, “내일은 좀…”이라 며 말끝을 흐리는 것은 일본인들이 거절하는 하나의 방법 이야.
비즈니스에서 “그 건은 생각해보겠습니다”, “검토해보겠습니다” 하는 식으로 뭔가 여지를 남기는 듯한 답은 대부분 거절이고 말이야.
이렇게 애매하게 대답하니 외국인 입장에서는 일본인의 속 마음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할 만하지. 왜 일본인들은 그렇게 헷갈리게 말하는 걸까? 심지어 칭찬에 대한 반응도 때로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겸손이 지나치잖아? 자기 비하로 비춰질 만큼 지나친 경우가 많거든.
어느 정도인지「갓파 쿠와 여름방학을」이라는 애니 메이션의 대사 일부를 보자.
東京の子はしゃべることが違うな”
(도쿄의 아이는 말하는 게 다르구나.) 여행지 숙소에서 처음 만난 어르신이 칭찬을 하니, 주인공 아이가 하는 대답이,
えっ、いや、そんなことないです。僕なんか全然。とんでもないですよ。いや、?なんか東京って言っても周りは畑だらけで全然田?なんですよ”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저는 전혀… 별 말씀을 다 하세요. 저희 집은 도쿄라고 해도 주변은 밭 투성이인 시골인 걸요.)
왜 이렇게까지 겸손한 걸까?
그건 일본인들이 단도직입적으로 본심을 드러내는 걸 무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래. 그러니까 말끝 흐리기는 직접
적인 거절로 인해 서로 마음 상하는 일을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거지. 또 칭찬에 대해 지나친 겸손도 거 만해 보이지 않기 위한 방편인 거야. 자신을 낮추는 것도 나름대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 차원이고.
이런 일본인의 사고방식은 혼네(本音, 본심), 다테마에(建前, 표면상의 방침)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어. 다테마에는 본심, 즉 진짜 마음인 혼네를 있는 그대로 내보이지 않고, 돌려 말하는 매우 형식적인 표현이야.
일본인들이 불협화음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네마와시(根回し, 사전 교섭) 문화에서도 엿볼 수 있어. ‘네마와 시’라는 건 나무를 옮겨 심기 전에 행하는 준비작업으로 먼저 나무의 둘레를 파낸 후 뿌리를 쳐내는 걸 말해. 뿌리의 일부를 잘라 내고 잔뿌리를 나오게 해서 나무를 옮겨 심은 후에도 새 뿌리의 힘으로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원 예활동이지. 이 단어가 의사결정 전에 미리 비공식적으로 관계자들끼리 의견을 조정하는 사전 의견 조율, 물밑 작업 의 의미로 쓰이는 거야.
거절의 애매한 표현,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겸손 등의 문화는 고립된 섬나라에서 서로 충돌을 피하기 위함이었다고 해. 그리고 사무라이 시대 속마음을 표현했다가 자칫 칼이 날아올까 두려워 꺼리게 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도 하고.
친밀도에 따라 혼네와 다테마에 사용 정도가 달라진다고는 하나 다테마에라는 게 전체적인 화합을 위한 일본인들의 미덕이다 보니 친해지더라도 다테마에 적인 표현을 하는게 일반적이야.
일본인은 속마음에 분노가 있더라도 미소를 유지하니 상대방이 오해하기 쉽지. 이런 독특한 문화에 대해 알고 나면, 겉으론 웃고 있어도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의심이 들거야. 하지만 일본인들의 친절은 워낙 어려서부터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니 친절함마저 의심할 필요는 없어. 그들로선 그게 예의이기도 하고, 본심을 표정에 담아 분란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적극적인 노력인 거니까.
혼네, 다테마에 문화를 생각하면 일본인의 말은 잘 새겨들어야 해. 일본인이 방문했을 때 “날이 많이 더워졌네요”라고 한다면 “그렇지요, 날이 더워졌네요”라고 대답만 할 게 아니라 혼네를 잘 포착해서 시원한 물을 한 잔 가져다 주거나 선풍기를 틀어 주는 센스를 발휘해야 한다는 거지.
일본인이 우리에게 권유의 말을 할 때도 마찬가지야. 한 번 놀러 오라는 일본인의 인사치레에 바로 약속을 잡으려고 덤비면 큰 실례가 될 수 있어. 또 일본인에게 부탁을 했는데 말 끝을 흐린다면? 거절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접는 게 좋아. 그리고 거꾸로 일본인의 부탁을 거절할 때는 딱 잘라 단호하게 거절하기보다는 말끝을 얼버무려주는 것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거야. 이런 것이 다 문화의 차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거야. <출처=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