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대로 알기] 일출 장면 연상시키는 ‘일장기’···욱일기, 스포츠 ‘응원기’로 사용 되기도

일본 국기

[아시아엔=심형철, 이선우, 장은지, 김미정, 한윤경] 일본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물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누가 뭐래도 일장기일 거야. 일장기는 간단명료해서 보는 이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주지. 흰색 바탕에 새빨간 동그라미 하나뿐이니 한번 본 사람은 좀처럼 잊지 못할 거야. ‘일본’의 의미가 ‘태양이 떠오르는 땅’이라고 했던 거 기억하지? 일장기는 바로 태양이 떠오르는 일출 장면을 연상시켜. 일장기의 빨간 태양이 마치 과녁판의 정중앙처럼 사람의 시선을 한 곳으로 끌어 모으는 힘을 가진다는 게 포인트지. 그럼 일장기는 언제부터 일본의 국기가 되었을까?

우리는 일본의 국기를 일장기(日章旗)라고 하는데, 일본인들은 히노마루라고 해. 일장기가 국기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868년 메이지 유신에 따른 일본 제국의 성립으로부터 2년 후인 1870년 2월이래. 일장기를 처음 사용한 곳은 일본제국을 수립했던 사츠마번(薩摩藩)이라고 해. 일본 제국 성립 8년 전인 1860년에 미일 수호 통상 조약 비준으로 미국에 건너간 사절단이 일장기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는 걸로 보아 그 이전부터 비공식적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말이야.

일장기는 메이지 유신 이후부터 일본 제국이 망하는 1945년까지 공식 국기 역할을 했어. 물론 그 사이 잠깐 천황기에 밀려난 적도 있었지만 계속 일본의 국기로 사용되었다고 보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여.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일본에서는 공식 기관에 일장기를 게양해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었대. 실질적 국기로서 이미 사용되고 있었지만 국기 지정을 위한 법률 처리가 안 되어 있었거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률로 정하려고 했으나 그때마다 이런저런 일들이 발생하여 처리가 안 되었대. 1996년에야 문부성은 일장기 게양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공식 지도요령을 발표하여 일장기 게양을 의무화했지. 그런데 1999년에 일장기 게양을 반대하는 일본교원조합과 학교 측의 마찰로 교장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어.

그러자 지도요령이 아닌, 국가의 법률로써 정식으로 국기를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들끓었지. 그 결과 1999년에 「국기와 국가에 관한 법률」을 공포했고, 이에 따라서 일장기를 일본의 국기로 정하는 법적 근거가 부여되었어. 일본의 국기가 정식으로 인정되는 데 100년이 넘는 긴 시간이 걸렸다는 게 놀랍지?

욱일기(旭日旗)

이런 깃발 본 적 있지?

혹시 이것을 일본 국기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 이건 일본 국기가 아니라 욱일기(旭日旗)야. 일본어로는 교쿠지츠키(きょくじつき)라고 하지. 욱일기는 일본의 군기(軍旗)로 군국주의를 상징하고 현재 일본 자위대의 깃발이기도 해. 앞에서 본 일장기에 16줄기의 햇살을 그려 넣은 모양이지.

이 욱일기는 일본이 제국주의 국가가 되는 시기에 출현했어. 욱일기는 1870년 제국주의 일본 육군의 군기가 되었고, 1889년부터는 해군의 군기로도 쓰이기 시작했어. 사실 욱일기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패망과 함께 사라져야 했는데 지금도 버젓이 여기저기에서 사용되고 있어. 일본인 스스로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 일본과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인 독일은 나치를 상징하는 하켄크로이츠(Hakenkreuz)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했는데 말이야. 하지만 일본은 전쟁에서 패한 후 잠시 사용하지 않다가 1952년 해상자위대와 육상자위대를 창설하면서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어. 현재 육상자위대의 깃발이 과거 16줄기의 무늬에서 8줄기로 바뀌었을 뿐이지.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전범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지금도 욱일기 문양을 상품의 로고나 스포츠 종목의 응원기 등에 사용하고 있어. 그러나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자인 우리나라와 중국,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는 일본의 욱일기를 제국주의, 군국주의 상징으로 여기기 때문에 욱일기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커. 실제로 중국 유명 여배우가 공식 석상에 욱일기가 디자인된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 그러자 여배우는 자신이 입은 드레스의 디자인이 욱일기인지 몰랐다며 눈물의 기자회견을 했어. 그런데 기자회견 후 그 여배우는 재기의 기회마저 잃어버렸어. 왜냐고?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 욱일기도 못 알아보는 게 말이 되냐, 몰랐다는 게 사실이면 무식한 것도 문제고 역사교육도 문제라는 여론이 들끓었거든. 결국 그 여배우는 다시 사과했지만 화려한 명성과는 점점 멀어져갔어.

중국인들은 욱일기를 고약기(膏藥旗)라고 해. 고약한 마음이 들어 고약기라고 부르는 거 아니냐고? 고약은 옛날에 종기가 나면 붙이던 약이었어. 지금은 종기쯤이야 수술로 간단히 제거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종기로 죽은 사람이 무척 많았거든. 고약은 마치 검은색 찰흙 같아 이것을 붙였다 떼면 자국이 욱일기처럼 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야. 욱일기에 대한 중국인들의 생각이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겠지? 그러니 욱일기 모양을 잘 기억해 둬. 혹시라도 옷이나 가방 등에 비슷한 무늬가 그려져 있으면 낭패니까. <출처=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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