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대로 알기] 덴노와 아베 총리, 누가 더 높아?

나루히토(2019.5. 즉위)

[아시아엔=심형철, 이선우, 장은지, 김미정, 한윤경 교사] 국가원수(元首)란,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지? 외국에 대해서는 나라를 대표하고 말이야. 우리 나라 국가원수는 대통령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을 거야. 그런데 일본에 대통령이 있던가? 한일정상회담 때 일본에 서는 누가 나와? 그래, 바로 총리야. 총리의 일본어 정식명 칭은 나이카쿠 소리 다이진(내각총리대신, 內閣總理大臣)이야. 꽤 긴 이름이지? 2018년 현재 일본 총리가 아베 신조인 거 다 알지? 일본이 다른 나라와 정상회담을 하게 되면 아베총리가 일본 대표로 참석해. 그럼 일본의 국가원수는 총리 일까? 일본에는 덴노라는 왕도 있는데 말이야.

예전 일본제국 헌법(메이지 헌법) 제4조에는 ‘덴노는 국가의 원 수’라는 내용이 있었다고 해. 그런데 패전 후 히로히토 덴노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대. 이를 ‘상징 덴노제’라고 해. 덴노는 일본의 상징,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일 뿐이고 정치적인 권한은 없어. 현재의 일본 헌법에는 국가원수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대. 그래서 다양한 의견들이 있나봐. 덴노가 원수라는 의견, 실질적인 기능을 생각해서 총리가 원수라는 의견, 심지어는 원수가 없다는 의견까지 있지. 어쨌거나 분명한 건 외교 관례에서 덴노는 국가 원수와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거야.

덴노와 총리가 함께 참석하는 행사를 보면, 총리가 덴노를 향해 깍듯이 90도로 인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정치, 군사 등 결정 권한으로 치면 총리가 최고지만 상징적인 면에 서는 실질적 권한이 없는 덴노가 최고인 거야. 덴노는 형식 적이긴 해도 총리 임명권을 가지고 있어. 형식적이란 건 덴 노가 맘대로 총리를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그래.

내각의 수장인 일본 총리는 국회의원 중에서 다수당의 당 수가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일본 정당은 다당제(多黨制) 이긴한데 일부 기간을 제외하고는 우리가 자민당이라고 부르는 자유민주당(自由民主?)이 집권하고 있어. 거의 일당 독재라는 느낌이 들지.

일본 의회는 중의원(衆議院)과 참의원(參議院)의 양원제야. 양원에서 각각 총리 후보를 선출하는데 양원의 총리 후보가 다를 때는 헌법에 따라 중의원에서 선출한 후보가 당선 된대. 총리 지명뿐 아니라 국가예산 의결, 조약의 승인 등에서도 중의원이 참의원보다 우위에 있어.

의회에서 총리를 지명한다는 건 일본 국민이 직접 총리를 결정할 수는 없다는 얘기야. 국민은 여당과 야당만을 결정해. 여당은 지지하지만 총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해도 어쩔 수 없지. 일본은 총리의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아. 당의 규정에 따라 당총재의 임기가 있을 뿐이지. 자민당의 경우 임기 3년에 재임만 가능했던 규정을 2017년 세 번 연임이 가능하도록 바꿔 총재 임기가 총 9년으로 늘어났대. 아베는 2018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총리를 96대, 97대, 98대, 세 번이나 연임하게 되었어. 이렇게 아베는 일본 최장수 재임 총리로 이름을 올리게 된 거야. 지금 까지 총리 최장 역임 기록은 아베의 종조부인 사토 에이사 쿠(佐藤?作) 총리가 가지고 있었다고 해. 아베 총리는 2006년 최초 집권 당시에 만 52세로 최연소 총리라는 기록도 세웠어.

아키히토 (1989.1.~2019.4.30)

그렇다면 덴노인 아키히토(明仁, 1933.12.23.~)의 임기는 언제 까지일까? 사실 지금까지 덴노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덴노 자리를 지켜 왔어. 그런데 1989년 1월 즉위한 아키히토 덴노는 생전에 퇴위하겠다고 선언했어. 그래서 2019년 4월 30일 퇴위하고, 2019년 5월 1일 그의 장남인 나루히토(?仁, 1960.2.23.~) 친왕에게 덴노 자리를 물려주기로 했지. 아키히토 덴노는 1990년 노태우 전대 통령이 방일했을 때 과거사에 대한 사과 발언을 하기도 했고, 2001년 천황의 모계 혈통이 백제계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어. 최근 아베 총리의 우경화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고 말이야. 덴노 자리에서는 물러 나지만 친한(親韓) 성향의 아키히토 덴노를 기억해주면 좋겠네.

우리나라 대통령은 당선이 되면 청와대로 이사해서 생활을 하는데 일본의 덴노와 총리는 어디에서 생활할까? 덴노는 도쿄의 고쿄(皇居, 황거)라는 곳에서 지내. 완전 개방은 아니지만, 일반인 관람이 허용되는 곳도 있고, 미리 신청을 하면 관람할 수 있는 곳도 있지. 관람 신청은 인터넷으로 하면 돼.

일본 총리는 도쿄 치요다구(千代田?)에 위치하고 있는 총리 관저에서 지내는 게 보통이야. 그런데 아베 총리는 관저에서 가까운 시부야의 사저에서 출퇴근하고 있어. 2006년 취임 때 국가를 위해 24시간 근무하기 위해 공관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던 아베 총리가 1년 만에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한 일이 있었거든. 2012년 다시 총리에 취임해서는 업무와 사생활이 분리되어야 기분 전환도 된다며 사저에서 출퇴근하고 있어. 총리의 사저 출퇴근 이유에 대한 다양한 추측 중에는 믿기지 않는 소문도 있어. 바로 관저에 출몰 한다는 유령이 두려워서 그렇다는 설이지. 그동안 총리들의 임기가 짧았던 것도 그렇고, 2006년 아베에게 건강 문제가 생기기도 해서 소문이 사실로 둔갑하기 시작한 거지.

우리나라 대통령이 사저에서 출퇴근한다고 하면 국민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출처=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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