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대로 알기] ‘최악’ 한일관계···마네키네코(복고양이)는 무슨 생각할까?
[아시아엔=심형철, 이선우, 장은지, 김미정, 한윤경 교사] 일본인은 행운을 비는, 기복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 미신을 좋아한다고 해야 할까? 초자연적인 신비한 힘을 믿는 경향이 강한 것 같아.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물품, 행운 아이템을 일본어로 ‘엥기모노’(?起物, 인연의 연, 일어난다는 기, 물건의 물)라고 하는데 그 종류가 상당히 다양해. 그중 몇 가지만 살펴볼까?
1. 마네키네코(招き猫, 복고양이)
우리나라에서도 식당을 비롯한 상점에서 자주 눈에 띄는 복고양이, 일본에서는 ‘마네키네코’(招き猫)라고 불러. 문자 그대로 ‘손짓하여 부르는 고양이’라는 뜻이야. 오른손을 들고 있는 고양이는 돈을 부른다고 하고 왼손을 들고 있는 고양이는 사람을 부른다고 해. 양손을 든 고양이도 있지만 욕심이 지나치면 오히려 나쁠 수 있다고 생각한대. 본래는 흰색, 빨간색, 검은색의 삼색 고양이지만, 요즘에는 흰색[개운 초복(開運招福), 운이 열리고 복을 불러옴], 분홍색(연애), 빨간색(건강), 노란색(금전), 녹색(학업, 합격), 검은색(액막이) 등 각기 다른 행운을 뜻하는 다양한 색의 마네키네코를 만날 수 있어.
마네키네코의 유래는 분분해.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유별나 반려묘의 수가 반려견을 앞지른 나라답게 일본에는 옛날부터 사람이 고양이에게 은혜를 입었다는 이야기가 많았어. 그 이야기의 발상지가 도쿄도 세타가야구(東京都 世田谷?)의 고토 쿠지(豪?寺)라는 설이 가장 유력해. 에도 시대 히코네번(彦根藩)의 영주 이이 나오타카(井伊直孝)가 사냥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고토쿠지라는 절 앞을 지나게 되었 대. 그런데 마치 고양이가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듯해서 절에 들어가 잠시 쉬게 되었다네. 그런데 바로 그때 천둥번개를 동반한 엄청난 비가 쏟아져 벼락과 비를 피할 수 있었 다는 거야. 고양이 덕분에 비를 피한 영주는 낡은 절의 재건을 위해 거액을 기부하게 되었고 고양이가 죽은 후에는 고마운 고양이를 기리기 위해 마네키네코당(招猫堂)을 지었다고 해.
2. 에마(?馬)
‘에마’(?馬)는 일본 신사나 절에서 볼 수 있는, 소원을 적는 나무판이야. 한쪽 면에는 말 등이 그려져 있고 다른 한쪽 면에는 ‘가내안전, 합격기원’ 등의 소원을 적게 되어 있지.
옛날 제사 지낼 때에는 살아 있는 말을 신에게 바쳤는데 후에 그림을 그려 넣는 것으로 대신하게 되었다고 해. 지금은 말 이외에도 다양한 그림을 그리지만. 신사에 가서 에마에 소원을 적어 매달아 보는 것도 좋은 체험이 되겠지.
3. 다루마(達磨, 오뚝이)
다루마(達磨)는 인도인이면서 중국 선종의 시조인 달마대사를 본뜬 오뚝이 모양의 장식물이야. 손발이 없는 독특한 모양이지. 달마대사가 9년간 벽을 마주하고 좌선을 하다 손발이 썩어 문드러졌다는 전설이 있는데 그 형상을 본뜬 게 다루마래. 다루마의 색이 빨간 건 달마대사가 늘 입었던 옷이 빨간색이어서이기도 하고, 빨간색이 마귀를 쫓는다고 생각해서이기도 해. 요즘엔 색마다 다양한 행운을 상징하는 컬러풀한 다루마도 판매되고 있어.
다루마는 일본인들에게 칠전팔기,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불굴의 정신을 상기시켜 주며 행운의 상징으로 통하는 엥기모노야. 시험 합격, 가족의 안전과 건강 등을 기원하는 의미를 갖고 있지. 새해가 되면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이 다루마의 한쪽 눈에 점을 찍는 점안식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시험 합격이나 선거에서의 필승, 사업 번창, 가내 안전 등의 염원을 담아 다루마의 한쪽 눈을 그리고, 소원이 이루 어지면 나머지 한쪽 눈을 그려 넣어 얼굴을 완성시키는 거야. 이 ‘눈 그리기’에 관련해서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일반 적으로는 다루마의 왼쪽눈부터 그려 넣고 소원이 이루어지면 오른쪽 눈을 그려 넣어. 그런 다음 절에 봉납하면 태워줘. 그런데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이럴땐 한쪽 눈만 그린 채로 태우기도 하고, 소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봐 줬으니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나머지 눈을 그려 넣은 후 태우기도 한대. 다루마를 그저 장식물로만 여기지 않고 소중히 다루는 모습이 경건해 보일 정도야.
다루마 구경도 하고 구입도 할 수 있는 다루마이치(達磨市, 다루마 시장)도 있는데 일본 전역에 여러 개의 시장이 열려. 시즈오카현(靜岡縣) 후지시(富士市)의 비샤몬텐 묘호지(毘沙門天 妙法寺)의 다루마이치는 음력 1월 7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일본 최대 규모의 시장이야. 다루마 생산량은 군마현(群馬?)이 가장 많고 최대 산지답게 다카사키시(高崎市) 쇼린잔 다루마지(少林山 達磨寺)의 다루마이치가 유명해. 이 시장은 매년 1월 6~7일에 열려. 특색 있는 새해를 맞고 싶다면 장이 열리는 시기에 맞춰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지? 물론 방문 전에 일정 확인하는 것 잊지 말고.
4. 오마모리(お守り, 부적)
오마모리는 신사나 절 등에서 판매 하는, 악을 물리치고 복을 부르는 엥기모노야. 오마모리에는 신불(神?)의 명칭이나 주문, 특수한 문자나 기호 등이 쓰여 있어. 나무 조각이나 나뭇잎 같은 것이 오마모리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보통 몸에 지니고 다니거나 자동차 등에 달고 다니지. 목적은 개운 초복, 가내 안전, 교통 안전, 사업 번창 화재 방지, 해충 방지 등 다양해. 하지만 오마모리를 그저 가지고만 있다고 소원이 저절로 이루어질까? 오마모리의 신불이 지켜보는 가운데 본인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노력하느냐가 중요하겠지?
5. 5엔(円,¥)
신사에 가면 참배를 하거나 소원을 비는 뜻에서 동전을 던지는데 주로 5엔짜리를 사용하는 걸 볼 수 있어. 심지어 물할 때 5엔 동전을 붙여서 주기도 하지. 부적으로 만들어 가지기도 하고 말이야. 5엔이 이렇게 대접받는 이유는 ‘인연’이라는 뜻의 단어 ‘ご?(えん)’과 5엔의 발음이 모두 ‘고엔’으로 같기 때문이야. 게다가 5엔은 엽전처럼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어 거기로 행운이 들어온다고 믿는다니, 꿈은 다 해몽이라고나 할까?
6. 구마데(熊手, 복갈퀴)
‘구마데’는 곰이라는 일본어 ‘구마’(熊)와 손을 뜻하는 ‘데’(手)의 합성어로 곰의 손이라는 뜻이야. 곰의 손과 같은 모양의 갈퀴에는 농사용 갈퀴나 무시무시한 무기용 갈퀴도 있지만, 복을 긁어 모으는 엥기모노 구마데가 최고지.
구마데는 매년 11월 유일[酉日, 12지(支)의 닭의 날]에 오토리신 사(鷲神社, 大鳥神社)에서 열리는 축제때 열리는 장, 도리노 이치(酉の市)에서 판매하는 행운의 갈퀴야. 도리노이치는 도쿄나 오사카 등 일본 각지의 오토리신사에서 열리는데, 도쿄 아사쿠사(?草)의 도리노이치가 유명해. 도리노이치에는 천차만별한 구마데 등 볼거리가 참 많아.
구마데를 구입할 때는 작은 것부터 사는게 좋아. 일단 구마데를 구입하기 시작하면 매년 전년도 것보다 큰 것을 구입 해 나가는 것이 사업 번창, 출세와 성공을 위해 좋다고 여겨지거든.
7. 꿈 속의 엥기모노
우리나라에도 ‘길몽’이라는 게 있지? 일본에서는 특히 하츠 유메(初夢, 보통 새해 첫날이나 이튿날 꾸는 첫 꿈)에서 보면 길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어. ‘이치 후지, 니 다카, 산 나스(一富士, 二鷹, 三茄子)’라고 해서 첫째는 ‘후지산’, 둘째는 ‘매’, 셋째는 ‘가지’가 나오는 꿈 이야.
어쩌다 길몽 아이템이 됐을까? 일본인들에게 후지산은 일본에서 둘도 없는 높은 산이면서 신앙의 대상이기도 한 명산이야. 매는 높이 날지? 가지는 일본어로 ‘나스(茄子)’라고 하는데 ‘이루어지다’의 ‘나스(成す)’와 발음이 같기도 하고, 에도 시대에는 가지가 귀해서 쇼군에게 헌상되던 것이었대. 높고 귀하다는 이유로 길몽이 되었다는 건 여러 설 중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알고 나니 김 빠지지?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한 과학 강국 일본. 우습게도 뭐가 그리 불안한지 끊임없이 행운을 비는 비과학적인 면이 의외로 많은 나라이기도 하지. 진지함과 재미가 공존하는 엥기모노는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 속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 나름의 삶의 방식으로 자리매김되었다고 생각해. <출처=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