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대로 알기] ‘장수기업의 나라’…1500년 된 ‘곤고구마’ 등 ‘천년 기업’이 7개
[아시아엔=심형철 <아시아엔> 자문위원, 오금고 교사] 일본은 장수기업이 많기로 유명하다. 장수기업 숫자가 단연 세계 1위다. 200년 이상 된 기업은 3000개가 넘고, 100년 이상은 5만개가 넘는다. 1000년 이상 된 기업도 7개나 된다고 하니 정말 놀랍다. 일본의 기업은 어떻게 이렇게 오래 유지될까?
그 바탕에는 일본의 쇼쿠닌(職人)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 말로 하면 장인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쇼쿠닌은 특별한 기술을 가진 기술자(craftsman)를 말한다. 쇼쿠닌들은 중세시대 영주로부터 세금을 면제받는 등의 지원을 받으면서 성장·발전했다. 대대로 가업을 이어가며 직업에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놀라운 점은 가업을 물려주는 것이 혈연에 그치지 않고, 양자를 들여서라도 가업을 잇게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국가에서 입양 대상이 거의 어린이들인 데 반해, 일본은 성인 남성을 많이 입양한다고 한다. 가업을 잇기 위해 입양하는 것이다. 혈연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와는 참 다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은 서기 578년에 창업한 건설회사 ‘곤고구미’(金剛組)’다. 현재는 사찰과 문화재 수리와 복원을 전문으로 하는 건설회사인데, 그 시작은 쇼토쿠태자(聖?太子)의 초청으로 백제에서 건너간 백제인 유중광(일본명, 곤고 시게미츠)에 의해서 설립됐다. 오사카의 시텐노지(四天王寺)를 건립하고, 보수관리 업무를 맡게 되어 일본에 남게 된 후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여관도 일본에 있다. 705년 창업한 게온칸(慶雲館)이다. 야마나시현에 위치한 게온칸은 현재 52代에 걸쳐서 영업 중이다. 2011년에는 가장 오래된 호텔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1300년간 마르지 않는 온천을 자랑하는 곳으로 전국시대를 통일하고 에도시대를 열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두번이나 방문했다고 한다. 1000년이 넘는 동안 증축과 수리가 이루어졌지만, 서기 705년 문을 열 당시 모습도 일부 간직하고 있다.
이케노보카도카이(池坊華道會)는 587년 창업한 일본의 유명한 꽃꽂이 가문이자 기업이다. 현재까지도 꽃꽂이 강습을 하는 기업으로 남아 있다. 2017년에는 초대 당주 이케노보센코(池坊?好)의 이야기를 다룬 <하나이쿠사>(花戰さ)라는 영화도 개봉했다.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 동안 맛을 지키고 있는 가게들이 있다. 첫번째는 교토에 위치한 이치몬지야와스케(一文字屋和輔)이다. 아부리모찌(あぶり?)라고 하는 떡꼬치를 파는 가게인데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 세워졌다고 한다. 아부리모찌는 한국어로 구운 떡이라는 뜻이다. 인절미를 숯불에 구워 소스에 찍어 먹는 음식으로 교토 토박이의 ‘소울 푸드’라고 할 수 있다. 다타미 방에 앉아서 1000년의 세월을 느껴보는 재미가 1인분 500엔으로 가능하다. 위치는 이마미야 신사 앞에 있다.
두번째는 교토부 우지시에 위치한 나카무라토키치(中村藤
吉)이다. 차(茶)를 제조·판매하는 전통차 전문점으로 1854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국가에서 선정한 중요 문화 경관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전까지는 차를 생산해서 판매하는 도매업만 해오다가 1998년부터는 직접 매장에서도 판매한다고 한다. 이곳은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녹차뿐만 아니라 녹차 젤리, 녹차 치즈케이크, 녹차 아이스크림 등 녹차를 활용한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세번째는 오사카부 사카이시에 위치한 간부쿠로(かん袋)다. 1329년 창업했고, 구루미모찌(くるみ?)만 판매하고 있다. 구루미모찌는 갈아서 만든 완두콩 소스를 올린 떡을 말한다. 구루미(호두)라는 이름 때문에 호두가 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떡을 감싼다’는 뜻의 구루미(包み)라고 하니 주인에게 왜 호두가 없냐고 따지면 곤란하다. 1인분 360엔(약 36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