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대로 알기] ‘일본’ 국호와 ‘일장기’의 유래

 

일장기

[아시아엔=심형철 <아시아엔> 자문위원, 오금고 교사] ‘일본’ 하면 뭐가 떠오를까? 사람마다 경험한 것이 다르니 떠오르는 것도 서로 다를 것이다. 할아버지·할머니 세대의 생각과 아버지·어머니 세대의 생각이 다를 테고, 지금 우리의 생각도 다를 것이다. 우선 일본 하면 사무라이, 쪽바리, 우동, 사시미, 쓰나미 같은 단어가 떠오른다. 이어서 친절한, 정확한, 깨끗한, 얍삽한, 잔인한 등과 같은 형용사도 떠오른다. 떠오르는 말을 정리해 보니 부정적인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일장기가 지워진 손기정 선수의 사진<사진=위키피디아>

일본을 생각할 때 민족감정에서 벗어나기는 매우 어렵다. 축구경기만 봐도 그렇지 않을까? 축구는 수많은 스포츠 종목 중 하나일 뿐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일전을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전쟁처럼 여긴다. 실제로 국가대표 선수들도 다른 나라와 싸울 때와는 다르게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더 큰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다. 한일전에서 지면 언론에서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앞다퉈 보도하는 걸 보면 분명 일본에 대한 민족감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그렇다고 민족감정만 앞세우면 우리한테 무슨 도움이 될까? 일본은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부정적인 측면이 많은 나라일까? 혹시 우리가 편견에 사로잡혀 나쁜 점만 보(려)는 건 아닐까?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을 통해 일본을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일본을 미화하거나 일본을 좋아하자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일본에 대해 바로 알자는 것이다.

먼저 일본이라는 나라이름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리고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아보자. 일본의 나라이름은 일본어로 ‘닛폰’(にっぽん) 또는 ‘니혼’(にほん)이라고 한다. 왜 이름이 두 개일까? 한자를 읽는 방식이 여러 가지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둘다 한자로 일본(日本)이라고 표기하지만 두 가지 방법으로 읽는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닛폰이 더 많이 쓰인다. 니혼은 일본인을 가리키는 ‘니혼진’(日本人, にほんじん), 일본어를 가리키는 ‘니홍고’(日本語, にほんご) 등에 많이 쓰인다.

일본을 일본어로 어떻게 읽든 “태양이 떠오르는 땅”이라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 이름을 붙일 당시 중국 입장에서 보면 가장 동쪽에 있는 나라가 지금의 일본이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태평양 건너에 지금의 아메리카대륙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태양이 가장 먼저 뜨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아 일본(日本)이라고 표기했을 것이다. 한자로 ‘日本’이라는 명칭은 중국 수나라 시대 이후부터 사용되었다.

그러면 니혼과 닛폰이라는 명칭이 사용되기 전에 일본은 어떻게 불렸을까? 우리나라와 중국은 일본을 ‘왜’(倭) 또는 ‘왜국’(倭國)이라 불렀다. ‘왜’는 “문화적으로 미개하다”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에 멸시하며 부른 이름이다. 역사시간에 배운 왜구, 임진왜란 등에서의 ‘왜’가 바로 그러한 의미다. 한자 왜(倭)에는 “추하다, 보기 흉하다”라는 뜻이 있다. 반드시 외모만을 평가하는 말은 아니고, 문화적으로 발전이 덜 되었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일본인들은 자신을 ‘왜’라고 부르면 기분 나빠한다.

서양 사람들은 일본을 ‘재팬’(Japan)이라고 부른다. 이 단어는 중국 원나라 시대에 아시아 지역을 여행했던 이탈리아 사람 마르코 폴로(Marco Polo)가 처음 사용했다. <동방견문록>을 쓴 사람이 바로 마르코 폴로이다.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서 일본을 ‘지팡구’(Gipangu)라고 소개했다. 마르코 폴로가 현재 중국의 항주(杭州) 지역을 여행할 때, 당시 그 지역의 중국인들이 일본을 지칭하는 발음을 듣고 책에 소개했다고 한다. 마르코 폴로가 들었던 그 발음은 고대 중국어의 한 갈래인 오어(吳語)였다고 한다.

오어는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손권의 오나라가 있던 지역에서 사용하던 언어다. 당시 중국에는 표준어라는 개념이 없었겠지만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인들이 사투리로 일본을 부르던 말이 수백년 동안 변화를 거쳐 지금의 재팬이 된 것이다. 요즘은 ‘자퐁’(Japon)이라고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일본을 가리키는 영문 이니셜이 JP가 된 것이다.

일본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물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일장기(日章旗)다. 흰색 바탕에 새빨간 동그라미의 일장기는 간단명료해서 보는 이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준다. 일장기가 상징하는 빨간 태양이 마치 과녁판의 정중앙처럼 사람의 시선을 한 곳으로 끌어 모으는 힘이 포인트다. 일본인들은 일장기를 ‘히노마루’라고 부르는데, 1868년 메이지유신으로 일본제국이 성립한 2년 뒤인 1870년 2월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일장기를 처음 사용한 곳은 일본제국을 수립했던 사츠마번(薩摩藩)으로 일본제국 성립 8년 전인 1860년 미일수호통상조약 비준 때 미국에 건너간 사절단이 일장기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즉 비공식적으로는 이때 이미 사용한 셈이다.

일장기는 메이지유신 이후부터 일본제국이 망하는 1945년까지 공식 국기 역할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일본에서는 공식기관에 일장기 게양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일장기가 실질적인 국기로서 사용되고 있었지만 국기 지정을 위한 법률 처리가 안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1996년 들어서야 일장기 게양을 위한 ‘지도요령’이 제정돼 일장기 게양이 의무화됐다. 그런데 1999년 일장기 게양을 반대하는 일본교원조합과 학교측의 마찰로 교장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자 지도요령이 아닌, 국가의 법률에 의해 정식으로 국기를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들끓어 그해 ‘국기와 국가에 관한 법률’이 제정·공포됐다. 일본의 국기가 정식으로 인정되는 데 100년이 넘는 긴 시간이 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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