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 칼럼] ‘국군의날’과 ‘전쟁기념관’

 2022년 10월 1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열린 제74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사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엔=김국헌 예비역 소장,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지난 주 건군 70주년 국군의날 행진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뿌듯함을 느낀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첨단 무기체계와 신세대 장병들의 발랄한 모습은 외국, 특히 사회주의권 군사행진과 비교된다.  

북한 인민군의 행진은 오리발(goose step) 행군이다. 독일군에서 시작했고 소련군을 거쳐 중공군, 북한군으로 옮겨졌다. 멋있어 보이지만 장병들은 죽을 지경이다.

전체주의나 독재국가에서만 가능하다. 이에 비해 자유국가의 행진은 자연스러우면서 위엄이 있다. 영국 근위병의 행진은 영국을 대표하는 관광자산이다. 미국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행진은 미군을 대표한다.

우리 행진은 이 가운데쯤이라고 하겠다. 기백이 있어 보인다고 장병들이 팔을 90도를 넘어 100도로 올리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가 전쟁기념관에서 몇 차례 열리던 때가 있었다. 군 현역과 예비역들의 조화로운 동참이 가능한 곳이다.

건군 75주년 국군의날 기념 국군 태권도 시범단 시가행진 <사진 윤일원>

여의도에서 국군 퍼레이드가 장관을 이루던 박정희 시대는 40년이 훨씬 지났다. 5공 이후 시가행진이 열린 강남은 상전벽해가 되었다. 그 후의 계룡대는 장소가 치우쳐서 군만의 행사가 되었다.

전쟁기념관은 육군본부가 있던 자리에 지었다. 노태우 대통령은 자신이 연대장일 때 군단장으로 모셨던 이병형 장군께 기념관 건설과 관장을 맡아주도록 강청하면서 장관급 예우를 했다. 이병형 장군은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을 두루 돌아보고 기념관을 건립했다.

전쟁기념관은 국립박물관 가운데 관객이 가장 많다. 경주와 서울, 부여로 나뉘어져 있는 고궁박물관은 유물의 분량으로 보아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와 비교할 수 없다.

전쟁기념관은 한국의 특색을 살렸다. 외국인이 한국 현대를 짧은 시간에 이해하는 것뿐 아니다.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이 어떻게 지켜졌는가, 유엔이 우리를 어떻게 도왔는가를 알게 하는데 효과적이다.

전사자 명단이 나라별로 벽에 부각되어 있다. 희생자를 두고두고 기억하자는 이병형 장군의 혼이 새겨져 있다. 말로만 듣던 전설적인 할아버지 존함을 발견한 관광객은 경악한다.

크레믈린 위병들의 교대는 발레리노들이 공연하는 것 같다. 중국 천안문광장에서 벌어지는 국기 게양식도 장관이다. 북한도 여기에 배웠다. 서방 선진국에서는 프랑스의 7·4혁명기념일에 벌어지는 퍼레이드가 웅대하다.

영국 에딘버러성에서 벌어지는 행사에는 여러 나라 의장대와 군악대가 선을 보인다. 영국의 인도 경영은 높은 문화로 압도했다. 영화 <인도로의 여행>은 영국 총독이 부임하는 행사부터 인도인의 경탄을 자아내도록 연출한다.

국군의날을 맞아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군사문화 정착을 위해 군과 함께 온 국민이 힘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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