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동이 남긴 것②] ‘금 달걀’···’동물복지 계란’ 인기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최근 ‘살충제 계란’ 사태를 계기로 동물복지(動物福祉)를 고려해 사육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국내산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잇따라 검출된 사태의 원인을 ‘공장식 밀집 사육’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들은 “닭 한 마리당 A4 한 장 크기도 안 되는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 일련의 계사 철골구조)에 닭들을 가둬 놓고 키우는 밀집사육에 원인이 있다”고 한다.
동물복지(animal welfare) 또는 동물복리(動物福利)란 인간이 동물에 미치는 고통이나 스트레스 등을 최소화하여, 동물의 심리적 행복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에 동물학대, 살상 등을 금지하고 그 동물의 특성에 알맞게 다룰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보호 대상 동물은 반려(伴侶) 동물이나 축산산업 동물 뿐만 아니라, 의학용 실험동물까지 포함하는 경향이 있다.
1822년 영국에서 동물복지법이 만들어진 후 프랑스, 캐나다 등이 동물보호를 잇달아 제도화 했다. 현대적이고 구체적인 ‘동물보호법(動物保護法)은 1933년 11월 24일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와 나치당(Nazi)에 의해 제정됐다.
영국의 ‘농장동물복지위원회’는 농장동물의 5대 자유로 △배고픔 및 갈증 △불편함 △질병 및 고통과 부상 △두려움과 스트레스 등으로부터의 자유와 마지막으로 △본능적 행동의 자유 등을 주장했다. 동물복지 정책은 질 좋은 축산물 생산으로 이어져 인간의 건강도 지켜주고 고부가가치 산업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은 선진국에 비해 늦게 시작되었지만, 2011년 8월 4일 법률 개정에 따라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및 축산식품 표시제가 도입되어 2012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축종(畜種)별 동물복지 인증제 도입 시기는 2012년 산란계(産卵鷄), 돼지(2013), 육계(2014), 그리고 2015년에는 한우, 육우, 젖소 인증제가 도입됐다.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는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농장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Animal, Plant and Fisheries Quarantine and Inspection Agency)가 인정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동물의 건강관리, 복지적인 사육시설 및 환경 등에 관한 동물복지 인증기준을 준수토록 하여 동물복지의 수준과 더불어 축산물의 품질과 안전성을 높이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동물복지국회포럼’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지난 8월 23일 열린 간담회에서 정부 관계자들과 첫 상견례를 갖고 새 정부의 정책 업무 설명을 들었다. 포럼 참석자들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후보들이 역대 어느 때보다 많은 동물복지 공약을 내놓았다며, 인간과 동물이 시대의 변화에 맞춰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닭을 방목하여 키우는 ‘동물복지축산농장’에서 사육된 닭은 운동량이 많아 면역력이 강하며 계란의 질도 더 좋다. 이에 케이지(가로, 세로 50cm 공간에 암탉 6-8마리 사육)가 아닌 땅바닥에 만든 닭장인 평사(平舍)에서 사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닭 사육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하여 바닥 면적 1㎡당 9마리 이하를 사육하고, 횃대(perch)를 설치하여야 한다.
하지만 동물복지 농장은 밀집사육 농장에 비해 AI(조류인풀루엔자) 등 질병과 진드기 등 해충으로부터 안전하지만, 계란 생산량이 적고 밀집사육 농장의 것보다 2배 가량 비싼 가격에 판매해야 한다. 이에 복지농장 확대를 위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 2011년 동물복지 개념이 도입됐지만 올해 8월 현재 동물복지인증 허가를 받은 농가는 132곳에 그쳤다. 이 중 닭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방목형 농장’인 동물복지 인증 농장은 16곳에 불과하다. 주된 이유는 초기 시설비용이 많이 들고 자사 브랜드로 달걀을 유통시키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계란 한 판(30개)의 평균 소매가격(8월 18일 기준)은 7358원으로, 살충제 계란 사태 직전인 14일보다 3% 하략했다. 이는 계란 공급량은 5% 가량 감소했지만, 수요가 40%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달걀 가격도 개당 232원(알찬란), 540원(풀무원 목초 특란), 698원(유기종 有精卵) 등 10여 종의 계란이 마트 판매대에 쌓여있다. ‘살충제 계란’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동물복지 계란’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유정란(有精卵, fertile egg)이란 난자와 정자가 결합하여 낳은 계란으로 부화(孵化)가 가능한 달걀이다. 유정란은 암탉 10마리 정도에 수탉 1마리를 같이 사육하고, 닭들이 자유롭게 뛰어놀면서 먹이를 먹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가능하다. 무정란(無精卵, unfertilized egg)은 비좁은 닭장에서 많은 달걀을 낳게 하기 위해 배합사료를 먹이고 강제로 배란시켜서 낳은 계란이다. 이에 유정란은 영양이 풍부하고 생명 에너지가 충만한 달걀이지만, 무정란은 생명 에너지가 없고 사료나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독성물질이 함유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