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동] 인증마크의 배신에 식약청장의 무능···”세상에 믿을 게 없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이제 맘놓고 믿고 살게 없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정부 인증마크를 믿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그동안 ‘친환경’ 농장에서 생산한 계란은 살충제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반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된 ‘살충제 달걀’ 사태를 계기로 계란에 대한 식품안전 관리가 엉터리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살충제 달걀에 ‘친환경 인증’ ‘HACCP’(해썹) 마크가 붙어있어 소비자들이 ‘달걀 공포증’(Eggphobia)을 호소하고 있다. 달걀은 값은 싸지만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여 온 국민이 즐겨 먹는다. 국민 1인당 1년에 240여개의 달걀을 소비하여, 시장규모가 연 1조8천억원에 달한다.

지난 8월 14일 살충제 계란이 확인된 뒤 농림축산식품부가 전국 산란계 농장 1239곳을 전수 검사한 결과 49곳에서 살충제 계란이 나온 것으로 18일 최종 집계됐다. 하지만 전수(全數)검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살충제가 검출된 농장 가운데 31곳이 친환경 농장, 그리고 18곳이 일반 농장이었다. 또한 살충제 사용이 적발된 산란계 농장 29곳(59%)이 ‘식품안전관리 인증기준’(HACCP·해썹)을 획득한 곳으로 드러났다.

농림축산식품부 소속기관인 경상북도 김천시 소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NAQS) 고시에 따르면 ‘친환경’ 축산 인증을 받으려면 유기합성 과정을 거친 농약(살충제, 살균제, 제초제 등)과 해당 성분이 함유된 동물용 의약외품 등을 축사뿐 아니라 축사 주변에도 사용하면 안 된다.

친환경 농장은 살충제, 방부제 등을 사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정부로부터 연간 최고 3천만원의 직불금을 받았다. 또 달걀에 ‘친환경 마크’를 붙여 일반 달걀보다 최대 40%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친환경 농장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금을 받으면서 소비자 신뢰를 배신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저지르는 악덕 행위를 한 것이다. 이에 이들 농장주들을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을 해야 한다. 벨기에 정부는 살충제 계란 파동을 일으킨 책임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한다.

대한의사협회는 기자회견(8월 18일)을 통해 정부조사에서 검출된 5가지 살충제 성분에 대한 정보를 제시했다. 즉, ‘피프로닐’은 과다 섭취하면 구토, 복통,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간장, 신장 등 장기가 손상될 수 있다. ‘비펜트린’은 두통, 울렁거림 등의 부작용이 있지만, 에톡사졸·플루페녹수론·피리다벤 등은 상대적으로 약한 독성을 띠는 물질이다. 독성에 가장 민감한 체중 10kg 미만 아동이 살충제 계란을 하루 두개 먹어도 급성 독성의 20% 수준이므로 건강상에 큰 우려는 생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식료품을 구입하다 보면 제품에 HACCP, GAP, PGI, 친환경 인증 등 다양한 인증마크를 확인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관리인증인 해썹(HACCP·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은 사전 예방적 식품안전관리체계를 거친 제품에 붙는다. 친환경 인증은 △유기농(organic) △무농약(non pesticide) △무항생제(non antibiotic) △유기가공식품(organic) 등으로 구분된다.

해썹(HACCP)은 식품의 원재료부터 소비자가 섭취하기 직전의 모든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위해요소를 확인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중요 관리점을 정해 식품 안정성을 확보하는 위생관리체계다. HACCP은 과자, 음료, 즉석식품 등 다양한 식품류를 대상으로 한다. 국제기구에서 적극 권장하고 있는 인증제도이며, 한국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관리하고 있다.

계란의 경우 HACCP은 크게 생산ㆍ출하 단계와 유통ㆍ소비 과정으로 나뉘어 이뤄진다. 닭이 병원균인 살모넬라 감염 여부, 사육 과정에서 항생제 사용 여부 등을 따져 생산·출하 단계에서 농장들이 기준을 만족하면 농장 입구에 ‘HACCP 마크’를 붙여준다. 작년 11월부터는 살충제 잔류검사도 HACCP 인증 기준에 포함했으나 이번에 살충제 달걀이 나온 농장 중 절반 이상이 ‘안전관리 인증’을 획득한 것으로 나타나, 인증제도가 엉터리로 운영된 것을 알 수 있다.

친환경농장을 민간 인증기관이 인증하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이 감독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민간 인증기관 64곳의 대표 중 5명, 인증심사원 649명 중 85명이 ‘농관원 출신’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감독기관과 민간 인증기관 간에 유착과 봐주기 혐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농관원 퇴직자가 설립 또는 취업한 인증기관이 부실 인증으로 인하여 인증기관 지정이 취소되거나 인증업무가 정지된 바 있다.

우수농산물 인증 마크인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는 농산물의 생산단계에서 판매단계까지의 농산식품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여 소비자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인증 마크다. 과일, 채소 등 농산물의 생산, 유통 과정에서 각종 유해성분에 노출될 염려가 있어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기준을 통과한 농산물에 ‘GAP’ 마크를 붙인다. 국내 소비자 신뢰제고 및 국제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2006년에 도입됐다.

‘지리적 표시’ 인증으로도 불리는 PGI(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는 식품의 명성과 품질 등의 성질이 특정 지역의 지리적인 특성에 기인하는 경우 해당 원산지의 이름을 상표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식품의 지리적 표시를 등록하고 이를 보호하여 지역 생산자와 지역 사회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도입되었으며, WTO와 EU에서 권고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프랑스 코냑(cognac) 지역에서 생산되는 ‘코냑’ 브랜디를 들 수 있다.

정부 인증마크에도 안전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 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파동’은 산업통상자원부의 KC(국가통합인정) 인증을 받은 제품에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등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되어 폐(肺)질환 등 현재까지 388명 피해자가 발생했다.

2014년 ‘항생제 쇠고기·돼지고기 유통’은 농림축산식품부의 무항생제(non antibiotic) 인증 쇠고기·돼지고기 9만 마리분에서 항생제가 검출되었으며, 올해 발생한 ‘살충제 계란’ 사태는 산란계 농장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어 발생했다.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인증 마크’는 너무 다양하고 기준이 제각각이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운영하는 농축산물 인증 마크는 유기축산물, 무항생제 축산물 등 13가지이며, 사육 공간, 호르몬제, 항생제, 유기 사료, 유전자변형식품(GMO)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분류되고 있다.

정부가 공인한 친환경 인증 업무도 실제로는 민간업체가 대행하고 있다. 정부는 민간업체와 함께 수행하던 인증 업무를 지난 6월부터 64곳의 민간업체에 모두 넘겼다. 민간 업체들은 친환경 인증을 내줄 때마다 수수료를 받기에 수익을 위해 더 많은 인증을 내주고 있다. 이에 민간업체들은 건당 80만원짜리 인증서 장사로 변질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민간 업체의 부실인증 적발 건수는 총 2639건이라고 밝혔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청와대-세종 을지 국무회의에 참석, 국무1차장과 얘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류영진 처장은 지난 8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산 달걀은 문제가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당시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살충제 달걀을 확인 중이었다. 결국 8월 14일 남양주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되면서 ‘계란 대란’이 벌어졌고, 16일 식약처장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사과를 했다.

이에 정부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살충제 계란 파동을 확대시킨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청와대는 그를 식약처장에 임명하면서 “국민 건강을 책임질 적임자”라고 했지만, 이번 사태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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