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의 문 대통령 여름휴가 논평이 관심 끄는 이유

<사진=뉴시스>

문재인 ‘불비불명’으로 국민대통합 이루길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문재인 대통령이 7월 30일부터 6박7일간 여름휴가를 떠났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 도발로 인해 예정보다 하루 늦춰졌지만 예정대로 휴가를 떠났다. 그런데 야당 일각에서는 안보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휴가를 떠났다며 연일 불편한 시각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여름휴가는 여러 가지 상징성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휴가에도 고도의 정치학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불비불명(不飛不鳴)’이라는 말이 있다. “새가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초장왕(楚莊王, BC 613~591)이 부친인 초목왕이 급사하여 아주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선왕 때부터 불안정한 왕권과 각지에서 일어난 반란, 어린 나이 때문에 그의 제위는 매우 불안정하였다. 거기에 재위 초반에 일어난 홍수·냉해로 인한 기근까지 발생하여 민심이 흉흉해졌으며, 반란군에게 수도가 함락되어 감금되었다가 다시 풀려나는 등의 고난을 겪는다.

이러한 불안정한 정국이 조금 진정되자 장왕은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조회를 폐지한 채 매일 사냥과 주연을 벌인다. 몇몇 대신들이 간언을 했지만, 오히려 장왕은 “간언을 하는 자는 대부(大夫)와 상오(常晤)라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호통친다. 이런 생활이 3년이나 지속되면서 국정은 간신들이 들끓게 되며, 국력은 나날이 쇠락해진다.

이렇게 매일 같은 방탕생활을 하는 장왕의 행동을 보다 못해 오거(伍擧)라는 신하가 목숨을 걸고 간언을 올린다. “초나라 정원에 큰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는데, 3년 동안을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습니다(三年不飛又不鳴) 이 새는 어떤 새입니까?” “그 새는 날지 않았으니 일단 날면 높은 하늘까지 이를 것이고(此鳥不飛卽已 一飛沖天), 울지 않았으니 일단 울면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오(不鳴卽已 一鳴驚人). 경의 뜻은 알았으니 이만 물러가시오.”

그 뒤로 몇 달이 지나도록 장왕은 여전히 향락을 그치지 않았다. 그러자 오거의 친구이자 또 다른 충신인 대부 소종(蘇從)이 찾아와서 목숨을 걸고 간언을 올린다. 그때서야 장왕은 비로소 잔치 상을 치우고 소종과 오거와 마주 앉아 국정을 논한다.

다음날 그동안 아부하던 간신들을 숙청하고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는다. 3년에 걸친 사치와 향락은 나라가 너무나도 혼탁해 충신과 간신을 구분할 수 없자, 일부러 사치와 향락을 즐겨 옥석을 가리고자 했던 것이다. 간신을 처단한 장왕은 오거와 소종에게 국정을 맡겨 패업(霸業)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이것이 유명한 ‘불비불명’ 고사다.

“암울한 시대가 저를 정치로 불러냈다. 이제 국민과 함께 높이 날고 크게 울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민주통합당 시절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불비불명’(三年 不飛不鳴)의 고사를 인용했다. “3년 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는 이 성어(成語)는 웅비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웅지를 나타낸 말이 아닐까?

문재인 대통령은 첫 번째 대권 도전에서 패배 ‘3년 불비불명’의 웅지를 펴는데 실패했다. 이제 재도전에서 승리함으로써 ‘3년 불비불명’의 웅지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그러한 문재인 대통령이 화급한 국정의 최우선 과제를 제쳐 두고 한가하게 휴가를 떠났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의 ‘대통령 휴가’에 대한 논평이 돋보인다.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와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는 것은 휴가문화 정착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전 정권의 헌정파괴와 국정농단으로 인수위도 없이 선출된 다음날 바로 업무에 돌입해야 했던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그 후 80여일이 넘는 기간 동안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엄중한 상황이긴 하지만 휴가지에서도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하니 가능한 만큼 ‘망중한’을 즐겨주시기 바란다. 대한민국은 과중한 노동시간으로 병들어있는 사회다. 처방은 오로지 노동시간 단축과 충분한 휴식 보장뿐이다. 이번 휴가를 통해 심신을 가다듬고 재충전해서 돌아오시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30일 오후 취임 후 처음 맞는 여름휴가를 이용해 평창에 들러 동계올림픽 시설물을 둘러보았습니다. 이렇게 문 대통령의 휴가 풍경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기는 힘든다.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내려놓으면 보통사람의 모습 그대로 아닌가? 지나는 사람들과 웃으며 인사하고, 모노레일 안내원의 설명에 어린 아이처럼 연신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스키점프대의 아찔함에 눈을 질끈 감는 영락없는 보통사람 모습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휴가 모습이 좋아보이는 것이다. 인간미 물씬 풍기는, 진득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대통령이 너무나 좋다. 이것이 바로 특별하지 않은 문 대통령의 휴가가 아주 ‘특별’해 보이는 이유다.

대통령 한 사람을 바꾸니 세상이 이처럼 달라지고 있다. 3년간 그렇게 해도 안 되던 세월호 문제가 뚝딱 해결이 됐다. 죽음과 희생에도 천형처럼 따라붙었던 기간제 딱지가 속 후련하게 떨어졌다. 인천공항에 불쑥 찾아가서는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다.

태어난 날에 아버지를 잃어야 했던 ‘5.18둥이’를 안아주는 대통령의 모습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꼬맹이가 책가방에서 사인 받을 공책을 찾을 때까지 몸을 낮춰 기다려주는 인자한 대통령 할아버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들이지만 그렇게 변해가는, 사람 사는 세상으로 달려가는 변화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국민들은 행복해진다. 바로 이것이 우리들이 꿈에서라도 보고 싶던 자랑스런 나라의 모습이 아닐까?

합하면 강해지고 나눠지면 약해진다. 합하면 흥하고 나눠지면 망하는 것이 만고의 이치다. 만년대업을 경영하는 정치는 먼저 이 근본 되는 마음단결을 이룩하지 않고서는 나라가 발전할 수 없다. ‘불비불명’의 웅지(雄志)를 모르는 연작(燕雀)들의 지저귐은 한갓 노랫소리로 여기고 통합을 향한 본래의 대지(大志)를 묵묵히 펼쳐가면 나라가 얼마나 편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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