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같은 순수한 이들에게 왜 시련은 끊이지 않을까

천상병 시인

[아시아엔=김창수 시인] 천상병(1930~1993)은 일본에서 출생해 해방 후 마산중학교 재학 중 시인 김춘수와 조우했다. 유치환 추천을 받아 등단하였다. ‘문단의 마지막 순수시인’, ‘문단의 마지막 기인’으로 불린다. 시집 <귀천> 등이 있다. 첫 시집 <새>는, 행려병자로 오인된 그가 서울시립정신병원에 수용되었을 때, 친구들이 그가 죽은 줄 알고 유고시집으로 엮은 것이다.

왜 순백의 영혼들은 이 땅에서 시련 속에서 살아야 하는가? 어찌하여 그들은 설 자리가 없이 유리방황을 해야만 하는가?

임제선사는 “수처작주(隨處作主)요 입처개진(立處皆眞)”(가는 곳마다 머물기에 적절하고 머무는 곳마다 거기가 바로 참의 자리이다) 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순수한 영혼의 사람들이 고난을 겪고 세상에 부적응한 것이, 그들이 도통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만 말할 수 있겠는가?

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소유에서 만족을 찾지 않고 깨달음이나 진리에서 행복을 찾는다. 팔덴 가쵸는 그의 저서 <가둘 수 없는 영혼>에서 중국공산당에게 점령당해 억압과 착취를 당하면서도, 진정으로 티베트인들이 염려한 것은 자신들이 중국인들을 증오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라고 말한다.

천상병은 1967년 7월 8일, 당시 중앙정보부가 조작해서 만들어 낸 ‘동백림 사건’(간첩단 사건)에 몰리어, 어처구니없게도 간첩몰이의 희생자가 되었으면서도 그들을 미워하거나 증오하지 않았다.

모진 고문과 회유에도 그 여린 사람이, 극심한 역경을 뚫고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다가 간 인사동 거리는 아직도 천상병을 기억하고 있다. ‘귀천’이라는, 술집인지 밥집인지 아무튼 거기에도 그의 부인의 때 묻은 손길이 곳곳에 배어 있다.

“이슬과 더불어 하늘로 돌아간” 천상병은 분명히 “노을빛과 단 둘이서”, “소풍을 끝내고 세상이 아름다웠다”고 하늘에서 말하고 있을 것이다.

천상병!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 그립다.

귀 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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