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김창수 시인의 교단 40년 자기비평 ‘선생님,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아시아엔=김세라 ‘내일을여는책’ 기획실장] “선생으로 살면서 선생을 찾아온 세월.”
최근 <선생님,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를 낸 저자 김창수 시인은 학창 시절 한번도 선생을 꿈꿔본 적 없다고 한다.
저자는 ‘어쩌다 보니’ 보육원 야학 선생이 되어 이후 40년을 선생으로 살아왔다고 했다. 그의 말마따나 ‘고달프지만 황홀하고도 신나고 행복한’ 그 여정은 참선생을 찾아가는 순탄치 않은 길이었을 터다.
고창 행복원(기독교 박애주의)을 시작으로 장성 삼동고등공민학교(자유주의 교육사상), 서울 중앙고등학교(비판적 역사의식교육), 무주 푸른꿈고등학교·담양 한빛고등학교·함양 녹색대학교(대안교육·생태교육)를 거쳐 광주 지혜학교(지혜교육)에 이르기까지 김창수 시인의 교육 역정은 교육의 이상을 이루기 위한 실천의 역정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선생님,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이 책은 교사론이자 동시에 저자가 추구해온 교육사상의 변천과 성숙의 과정이 담겨 있는 한 편의 역사서다. 그와 함께 ‘피교육’과 ‘교육’의 현장에서 직접 겪고 나눈 희망과 좌절, 성취와 아쉬움, 보람과 다짐 등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색다른 자서전이라고 해도 되겠다. 평생 교육자이자 대안교육 운동가로 살아온 그의 제자들과 동지들이 풀어놓는 추억담에서도 그의 일관된 교육철학을 엿볼 수 있다.
부록으로 실린 내용도 읽을 만하다. 우리 사회에서 대안교육 운동의 연원과 개념 및 종류가 잘 요약되어 있다. 아울러 그가 꿈꾸고, 실천에 옮긴 푸른꿈고등학교 설립제안서와 한빛고등학교 교장 취임사는 현업 은퇴자나, 조기 퇴직을 생각하는 이들이 이후 삶을 설계하는데 보탬이 될 수도 있겠다.
이 책을 낸 ‘내일을여는책’의 리뷰를 덧붙인다.
“자신만 눈을 뜨면 모든 것이 선생인 것을!”
어린 시절 학교 가기를 거부해 한동안 ‘학교 밖 어린이’로 지냈던 저자는 결국 학교로 되돌아간다. 친구들보다 1년 늦게 초등 6학년이 된 그는 초·중·고 시기 내내 강압적인 학교문화 속에서 내적 갈등을 겪는다. 그가 그 시기에 만난 진정한 선생은 거의 모두 ‘학교 밖’에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선생이 되어서도 선생다운 선생, 제대로 된 선생, 참선생에 대한 갈구는 계속되었다.
그러다 마흔셋에 만난 거대한 느티나무는 그에게 선생에 관한 깊은 통찰을 안겨준다. 선생을 찾아다니는 일에서 비로소 해방된 그에게, 이제부터는 선생이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묻고 답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제대로 된 선생이 무엇인지 물으며 살아야 하는 것”을 “선생에게 주어진 고통스러우면서도 행복한 형벌”이라고 말하는 그는 기꺼이 그 형벌을 감내해왔다. 옛날의 ‘스승’이 지혜와 인품, 권위를 인정받는 존재였다면 지금의 ‘선생’은 전문자격을 지닌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이다.
저자는 여기에 더해 ‘지혜로운 사람, 성숙한 사람’일 것을 주문하고 있으니, 어쩌면 다시 ‘스승’에 가까워졌다고 할까. 안정성 덕분에 직업으로서 교직에 대한 선호도는 높지만, ‘교권 추락’은 해마다 교사들의 ‘명퇴’ 신청이 늘어나는 주된 이유다. 이 시점에 정면으로 ‘선생’을 화두로 삼고 ‘선생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이 더욱 값지게 다가오는 까닭이다.
덧붙임:저자는 이 책 후편을 집필 중이다. 책에 ‘선생이란 무엇인가’에 1번을 붙여 낸 연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