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취임] 임기 내내 꼭 새기시길···”언제나 사람이 우선이다”
‘나라를 나라답게’ ‘사람이 먼저다’
[아시아엔=김종수 목포 산돌교회 담임목사]?저는 목포의 작은 교회 목사입니다. 저의 하루는 대부분의 목사들처럼 새벽 5시 예배로 시작합니다. 예배 후 저는 교우들 하나 하나를 생각하며 기도합니다. 이것은 마음을 담는 일입니다. 마음이 담겨있지 않은 그 어떤 것도 공허합니다. 대통령 후보들의 公約이 空約이 되는 것도 마음을 담지 않아서입니다. 사실 신앙도 마음을 가꾸고 담는 것입니다. 생택쥐페리는 어린 왕자에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대통령께서 내놓은 인상적인 구호 ‘사람이 먼저다’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일 것입니다. 사람이 먼저라면 마음을 담아 먼저 찾아가야 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음을 담아 이들을 찾아가는 것으로 국정을 시작하십시오.
벌써 900일이 가까워 옵니다. 광화문 광장 근처 40m 높이 광고판에서 농성하고 있는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입니다. 법적으로 이겨도 법을 무시한 기업가의 냉대는 잔인하기조차 합니다. 이것은 일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전체의 일입니다. 이번 선거 구호인 ‘나라를 나라답게’는 ‘사람이 먼저’라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에서 시작할 때 비로소 空約이 아닌 公約이 될 것입니다. 물론 이들만이 아닙니다. 위안부 할머니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도 있습니다. 위한부 할머니들에게 가서 위안부 합의 무효를 선언하시어 상처 투성이 할머니들의 마음을 매만져 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살고 있는 목포 신항에 가셔서 세월호 가족들을 만나십시오. 이들이 공권력에 의해 당한 폭력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세상이 어디 있습니까? 이들로 경제가 어려워졌니, 잃어버린 자식으로 시체 장사를 하니, 받을 만큼 돈을 받았다는 등, 심지어는 빨갱이, 종북으로 몰려 위로 받아야 할 그들이 오히려 비난받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목포는 노란 색 리본으로 도시가 수놓아져 있습니다. 목포시민들은 누구보다도 세월호 가족들의 마음을 잘 압니다. 당해봤으니까요. 독재자가 만든 지역 감정으로 인한 차별의 아픔을 얼마나 오랫동안 안고 살아왔는지를 몸으로 느끼셔야 합니다.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나라가 나라답게 되기 위해서는 내 나라에 대한 목포 시민의 자부심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목포의 산업 단지는 수 십 년 텅 비어 있습니다. 일할 곳이 없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고향을 등집니다. 우습게도 기업들이 들어오지 않아 공기가 깨끗한 탓인지 노인들이 살기 좋습니다. 헛웃음이 나옵니다. 지역의 균등한 발전이 이렇게 힘이 드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서울에서부터 멀면 멀수록 산업이 낙후되어가고 있습니다.
‘용산참사?세월호참사가 5.18이다’
무엇보다도 호남의 자부심은 지나온 역사에 대한 진실 회복에 있습니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은 노골적으로 5.18을 폄하했습니다. 심지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식에서 제창하는 것마저 금지시켰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론분열을 일으키지 않는 차원에서 좋은 방안을 찾아보도록 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말했지만 이것은 보훈처장 뒤에 숨어버리는 비열한 말이었습니다. 사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지정은 그리 크지 않은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은 일마저 호남 백성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전두환은 그의 회고록에서 5.18 민중 항쟁을 폭도들에 의한 반란으로 쓰고 있습니다.
또 말을 바꾸어 5.18에 북한군 특수부대가 투입되었다는 거짓을 사실인 양 쓰고 있습니다. 심지어 스스로를 5.18의 피해자라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황당한 그들의 변명에 아연실색입니다. 저는 이들과의 통합이 대통령이 후보로서 공약했던 국민대통합은 아니라고 여깁니다. 5.18에 대한 보다 철저한 진실 규명, 분명한 발포 명령자를 가려내어 처벌하는 것이 호남 백성의 상처를 씻어주고 이 나라를 나라다운 나라로 느끼게 하는 첫 걸음이라고 여깁니다.
우리 호남 백성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준 일은 작가 한 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폭력과 상처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감수성을 지닌 한강은 광주항쟁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의 작가이기도해서 더욱 그럴 것입니다. 5·18이 여전히 방치와 고립과 왜곡에 갇혀 있는 지금,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왜 우리가 5·18을 생각하고 기념해야 하는지, 그래야 할 이유가 왜 새롭게 닥쳐오는지 말하고 있습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강은 <소년이 온다>의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2009년 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 중얼거린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이 귀한 지면에 이렇게 5.18을 많이 할애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 모두 5.18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입니다. 용산참사가 5.18이고 세월호가 5.18입니다. 이 모든 비극에 수구 보수 세력의 무책임이 있습니다. 두말 할 필요 없이 이 사건들의 가장 큰 뿌리는 친일 독재입니다. 우리 역사가 제대로 된 통합을 이루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친일 독재에 대한 확실한 청산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청산이 없는 한 통합은 물론 있을 수 없고 5.18은 다른 형태로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 성서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개는 자기가 토한 것을 도로 먹는다.” 그리고 “돼지는 몸을 씻고 나서, 다시 진창에 뒹군다”(베드로후서 2:22)
이제 이 청산을 하셔야 합니다. 이 청산 없이 진정한 통합은 없습니다. 이 역사의 죄의 고리를 끊는 대통령이 되셔야 합니다. 경제문제도 중요하고 교육 문제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의 걸림돌은 항상 기득권을 누리고 온 친일 독재세력에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아야 합니다. 밥만 먹여주면 만사가 해결된 듯이 여겨온 경제도 친일 독재의 더러운 거짓 신화에 있었습니다. 국정교과서 문제는 친일 독재를 정당화하려는 음모였음을 대다수 국민은 잘 알고 있습니다. 새 정부의 수반으로 할 일이 많을 줄 압니다. 그러나 정작 이 청산이 없이는 그 어떤 것도 건강하게 이룰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죄악의 뿌리를 끊어내지 않고서는 나라다운 나라를 이룰 수 없습니다.
사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축하를 드린다고 말씀 드리고 싶었지만 당신의 대통령 당선이 축하할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너무나 무거운 일이기에 위로를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길 없는 길을 가실 것입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실 것입니다. 부디 이 한 많은 백성의 마음을 다시 아프게 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