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의 리테일 트렌드-센트마케팅①] 캐주얼 SPA 브랜드 후아유(WHO.A.U)를 주목하는 이유
[아시아엔=석혜탁 <아시아엔> 트렌드 전문기자] ‘향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미국의 권위 있는 광고 마케팅 전문지 <애드버타이징 에이지>(Advertising Age)는 “브랜드가 계속해서 자신을 차별화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찾으려 함에 따라 센트 마케팅(scent marketing)이 또 다른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센트 마케팅이란 ‘향기(scent)’를 이용한 마케팅 기법을 일컫는다. 소비자의 후각을 자극함으로써 매장진입과 상품구입, 재방문 및 재구매 등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후각은 시각 혹은 청각 신호보다 기억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후각은 대뇌의 변연계(limbic system)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유일한 감각기관이기 때문이다. 변연계는 인체의 기본적인 감정·욕구 등을 관장하는 신경계다. 감정, 욕구, 기억은 소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이기에 향기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후아유(WHO.A.U)는 센트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브랜드다. 캘리포니아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캐주얼 브랜드 후아유는 일찍이 향기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후아유 매장은 기분을 좋게 하는 향긋한 오렌지 향기를 머금고 있다. ‘드림’이라는 이름의 향이다. 후아유는 ‘드림’을 전 매장에 분사하는 조치를 취했다. 소비자들은 어떤 후아유 매장을 방문하든 후아유만의 향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글로벌 저널 오브커머스 앤 매니지먼트 퍼스펙티브>(Global Journal of Commerce and Management Perspective)는 잔잔한 향기(ambient scent)가 소비자 행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후아유는 ‘잔잔한 향기’가 주는 효능에 대해 간과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왜 많고 많은 향 중에서 오렌지향일까? 후아유의 기본 컨셉은 ‘캘리포니안 드림’(Californian Dream)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제일 유명한 과일이 오렌지라는 사실에서 착안했다.
10년 이상 꾸준하게 센트 마케팅 전략을 펼쳐온 후아유는 후아유만의 브랜드 정체성과 긍정적 이미지를 확보하게 된다. 후아유를 상징하는 브랜드 컬러인 오렌지색과 매장 내에 은은하게 퍼지는 오렌지향이 자연스레 조응되었기 때문이다.
오렌지주스를 나눠주는 이색 프로모션도 주효했다. 시각(브랜드 컬러), 후각(오렌지 향기), 미각(오렌지주스)을 동시에 공략함으로써 소비자의 공감각적 경험의 외연을 넓혀주었다.
특정한 냄새를 통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것을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이라고 한다.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이름(마르셀 프루스트)에서 따온 용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홍차에 적신 과자의 향을 맡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치열한 마케팅 전장에서 각 기업은 특정 향기를 통해 자신들의 브랜드를 상기시키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 과연 어떤 기업이 고객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줄 수 있을까? 향기를 통한 시간여행, 괜스레 설레고 자못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