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식날 뉴욕 거리에선 어떤 일이?
[아시아엔=윤석희 <아시아엔> 미국 특파원] 1월 21일 수백만명의 여성들이 미국 전국 곳곳에서 행진했다. 워싱턴의 주된 행진에 발맞춰 시카고, 뉴욕 등지에서 女男 수백만명이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해 행진을 한 것이다.
기자는 50만명 가까운 인파와 맨해튼 미드타운 시위를 지켜봤다. 지하철은 시위대로 가득했고 미드타운에 도착할 무렵 열차는 이미 플래카드를 든 여남노소로 가득했다. 거리로 나서자 분홍색 모자나 옷차림을 한 여성들이 팻말을 들고 “도널드 트럼프는 물러가라” “여성 인권보호를 위해 투쟁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팻말은 피자 상자를 재활용한 것부터 대형 현수막까지 다양했고, 대부분은 익살스러웠다. 이들은 주로 여성의 신체자유권(특히 낙태의 자유), 환경보호, 성 소수자 보호, 이민자 보호를 요구했다. 일부여성은 ‘힐러리는 영웅’이라는 팻말을 들어 그들의 패배한 투사를 위로하고 있었다. 또 일부 샌더스의 운동에 감화된 시민들은 ‘민주 사회주의자’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뉴욕 경찰은 대로 2곳과 42번가 교통을 통제하였다. 유엔 광장에서 모인 군중은 5번가 ‘트럼프 타워’까지 행진할 계획이었으나 거대한 인파에 의해 공식 경로는 곧 막혔다. 이에 군중은 뉴욕시민들이 가장 즐기는 ‘시민 불복종 행위’(도로교통법 위반)를 하며 도로를 점거하였다.
토요일인 까닭에 맨해튼 미드타운의 차량은 대체로 쓰레기 수거 및 공무 차량, 택시, 트럭 등이었다. 일부는 창문을 올리고 기다리고, 일부는 거리에 주차 후 시위에 참여했다. 트럭은 경적을 울려 연대를 표시했다. 택시 운전사들은 택시 위에 뛰어올라 깃발을 흔들었다. 몇 시간에 불과했지만 도시는 시민들의 것이었다.
행진이 끝나고 돌아오는 기차에서 기자는 두 자녀와 함께 시위에 참여한 부부와 이야기를 나눴다. 브루클린 출신의 40대 남성은 희망과 동시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을 이야기했다.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의 최초 기획자 중 한 명인 마이카 화이트(Micah White) 역시 <가디언>에서 같은 고민을 표현했다.
마이카는 “오늘날 미국에서 앞장서서 정권을 잡고 유능한 통치를 할 수 있는 민주적, 비기득권 정당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모인 군중은 거대했지만 어떠한 목표도 없는 시위대는 민심의 분노를 표현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시위대가 거리를 점거한 와중에도 백악관 대변인 션 스파이서(Sean Spicer)는 트럼프 정부 최초의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역대 취임식 중 가장 많은 관객이 모였다”고 자랑했다
<CNN>은 이를 잘못된 사실이라고 보도하자(레이건이 더 높은 시청률, 오바마가 더 많은 방문객을 기록) 트럼프 정부 고문 켈리앤 콘웨이(Kellyanne Conway)는 이를 ‘다른 진실’(alternative facts)이라고 주장했다. 그뿐 아니라 콘웨이는 “<CNN>이 대변인이 발표한 사실에 대해 계속 다른 주장을 할 경우 관계를 재고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1월 24일, 트럼프 정부는 다코타 송유관, 액세스 송유관 공사강행을 대통령령으로 통과시켰다. 시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환경파괴, 언론탄압을 계속하는 행보다.
1789년 10월 5일 여성의 행진은 프랑스혁명의 신호탄이 되었다. 여성이 이끄는 미국 정치운동이 트럼프 대통령을 막을 수 있을지가 향후 4년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