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보호구역 르포 제6신] “트럼프는 송유관 공사 무조건 강행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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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윤석희 <아시아엔> 미주특파원] ‘무딘 칼같은 친구’쯤으로 해석되는 이름을 가진 ‘Guy Dull Knife’는 하루 종일 회의하는 곳을 돌아다니며 회의 시작과 끝에 기도를 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가뜩이나 진지한 그의 자세가?말할 수 없이 진지하다.

Q 살면서 어떤 고난을 겪었다고 생각하나?

A 베트남전쟁에 징집되는 것부터 시작했다. 전역하고 보니 우리 부족은 전쟁 중이었다. 1970년대부터 꾸준히 계속된 전쟁이다. 협정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물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하나의 싸움이 끝나면 또 다른 것을 빼앗기며 싸워왔다. 부족의 어른으로서 우리는 미국의 모든 인디언을 위해 싸우고 있다. 새로 뽑힌 대통령(트럼프)은 송유관을 무조건 강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인디언보호구역을 모두 제거할 계획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우리는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주정부에 흡수될 수는 없다. 우리도 권리가 있다. 우리는 미국에 항복한 적이 없다. 우리는 미국 정부와 협정을 맺었다. 이 땅은 우리의 땅이다. 미국은 협정의 모든 조항을 어겼다. 땅을 가져가겠다는 조항만 지켰을 뿐이다. 사람들이 다칠까봐 두려울 뿐이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다치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거인을 상대하려면 말이다. 그래도 우리 라코타족은 살아남는다. 저들은 우리를 수백년간 죽이려 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아직도 라코타다. 미국은 우리를 수용소에 가두고 몇명 남았는지 세고 있다. 우리는 힘을 합쳐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살아남았다. 흩어지면 죽는다. 뭉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매일 강조한다. 연대가 우리의 무기다. 우리는 아직 신성한 담뱃대를 가지고 있다. 힘을 합쳐 기도하면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다.

Q 지금 이 캠프에 닥친 최고의 위기는 무엇인가?

A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되었으면 송유관이 취소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선된 사람은 백인 우월주의자다. 그래서 미래가 불투명하다. 그가 인디언에게 마음을 열어주기를 기도한다. 미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싸워야 한다. 그것만은 분명하다. 무기를 들고 싶지는 않지만 싸울 것이다.

Q 원주민 자주독립운동 등은 거론되고 있나.

A 말들은 무성하다. 그러나 아직 선거 후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 모두를 죽이려고 한 대통령들은 많았다. 버펄로를 다 죽이고 우리를 굶겨 죽이려던 대통령도 있었다. 수백만명이 죽었지만 라코타는 여전히 살아있다. 이번에도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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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라코타족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A 우리는 하얀 버펄로를 타고 온 여성이 우리에게 맡긴 평화의 담뱃대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 담뱃대를 믿고 뭉쳤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있는 것이다. 유럽인들이 이 대륙에 도착한 이후 그들은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혔다. 화학무기와 생물학무기를 사용하여 우리를 학살했다. 우리는 엎드렸다. 그런데도 가만두지 않는다. 계속 발로 걷어차고 있다. 그들은 우리를 강제로 기숙사학교에 보냈다. 라코타어를 사용하면 처벌했다. 그들은 우리의 종교와 언어가 나쁘다고 가르쳤다. 우리는 1·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을 위해서 싸웠다. 인디언 언어가 전쟁 암호에 사용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를 끊임없이 공격하는 것이다.

Q 미래에 대한 희망은 무엇인가?

A 지금 당장 유일한 희망은 앞으로 4년을 살아남는 것이다. 4년간 인디언보호구역을 지키는 것이다. 힘을 합쳐서 함께하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다.

Q 미국 원주민 첫번째 국가(First Nation)와 관련해 <아시아엔> 독자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A 우리는 닮았다. 우리는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원래 한 인류였으나 이제는 갈라져버렸다. 모두 하나의 강이다.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달라. 우리가 믿는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가 자유를 위해서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용당하고, 투옥당하고, 징집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귀 기울여달라. 우리가 동물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널리 전파해달라.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항복하지 않는다. 수용소에 갇히고 협정문이 짓밟혀도 우리는 살아남는다. 우리는 여기 있다. 우리의 이야기를 꼭, 꼭 들어달라.

짧은 대화가 끝나고 그는 다시 원형텐트로 돌아가 회의를 주재하기 시작했다. 세이지 향을 피워서 몸을 닦아내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저 멀리 들려오는 북 소리와 함께 그는 여전히 기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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