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리포트] 전세계가 핀란드 교육을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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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핀란드 오룰루 박채아 <아시아엔> 통신원] 왜 핀란드 교육 체계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까? 특히 최근에는 핀란드가 세계 최초로 수학, 언어, 과학, 역사 등을 융합하여 가르치는 이른바 주제중심수업(phenomenon based learning)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2016년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핀란드 교육 변화에 세계의 이목이 다시 한 번 집중되고 있다.

특히 핀란드 교육 변화에 대한 미국과 한국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 학생들 간 경쟁이 치열하고, 돈이 있어야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이 두 나라에게 핀란드는 교육의 유토피아처럼 여겨진다. 얼마 전에 본 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의 <Where to invade next>에서는 미국의 교육제도와 상업화를 비판했다. 또한 핀란드 교육이 ‘학생들의 행복’ 이라는 최종 목표를 위해서 ‘학생 친화적’ 교육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점을 극찬하였다. 그의 다큐멘터리에서 핀란드는 세계가 꿈꾸는 교육 시스템을 갖춘 나라처럼 보인다.

지난 여름 이곳으로 유학 오기 전, 교육을 업으로 삼은 나도 경쟁이 지독히 심한 한국에서 행복한 교육에 대한 답을 얻고자 틈틈이 핀란드 교육에 관한 책을 읽곤 했다. 당시 책으로 만난 핀란드는 나에게 그야말로 교육의 이상향처럼 여겨졌다. 그러다가 직접 눈과 경험으로 이들의 교육을 확인하고 싶어 이곳 핀란드 오울루까지 오게 되었다. 올해 8월부터 나는 오울루대학교(University of Oulu) 에서 교육공학(Learning, education and technology)을 공부하고 있다.

석사과정을 시작하고 한 학기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들 교육을 직접 경험하고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에 있을 때 책에서 만난 교육과 이곳 현지의 실제 교육 사이에 꽤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테면, 어떤 학교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숙제를 많이 내주기도 하고, 필요할 때면 다지선다형 시험을 내기도 한다. 반면에 이들 교육의 문화적인 면에서 핀란드 교육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경쟁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는 학습문화에서 한국이 배울 점이 많다. 핀란드에서는 함께 공부하는 동기들은 학점의 경쟁자가 아닌 학업의 조력자다. 이것을 직접 경험해 볼 기회가 아주 맘에 들었다. 첫 학기동안 수강한 ‘Introduction to Learning and Educational Technology’ 과목은 한달간 협동학습(collaborative learning)에 관한 이론 강의를 들은 뒤, 마지막날에 그간 다룬 주제에 대해 모의법정을 하는 수업이다. 수업 마지막 날 전체 수강생이 피고팀, 원고팀, 배심원단팀으로 나뉘어 모의 법정에 참여했다. 이 마지막 과제가 전체 학점 평가의 50%를 차지하기 때문에 모의법정 당일 각 팀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모든 학생들이 90분 동안 열띤 분위기로 토론과 변호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놀란 것은, 그들의 성적에서 중요한 이 모의법정이 소위 ‘말 잘 하는’ 친구들만의 리그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영어실력이 부족하여 상대적으로 말수가 적은 학생들에게 교수와 같은 팀원들이 발언 기회를 먼저 주려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실력이 부족하거나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친구들도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는 기회를 최소 한번씩은 갖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잘 하는 학생들에게는 보다 많고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 나도 이 한정된 기회를 갖기 위해 16년 동안 치열하게 경쟁하며 공부했고, 학교수업 외에 과외와 학원을 병행하였다. 그러나 핀란드에서는 모두가 동등하다. 모두에게 고른 기회가 주어지고 이러한 기회를 가질 권리가 있다. 얼마 전 과제를 위해 방문했던 메이커 스페이스 ‘Fab Lab Oulu’ 담당자는 시골에서 사는 아이들도 도시 학생들처럼 최신 기술로 공부할 권리를 갖춰야 한다며 향후 오울루 근처 시골을 방문해 교육할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이런 협력학습이 가능한 이유는 경쟁이 요구되지 않는 평가제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달리 핀란드의 모든 대학에서 학점은 학생들 간 비교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주어진다. 한국에서는 점수를 서열화 해서 특정 비율에 들어간 학생들만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반면에, 핀란드에서는 모두가 잘하면 다 함께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협동을 지향하는 평가 시스템을 바탕으로 학생들은 서로를 도우며 공부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는 그들이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가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경쟁자인 환경과 서로가 서로를 돕는 환경. 두 극단적인 환경에서 10년 넘게 공부한 학생들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는지 또 그들이 만들어 가는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그 차이를 직접 실감하면서 한국에서도 핀란드 같은 협력 학습 문화가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은 경쟁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돕는 분위기 속에서 형성될 것이 틀림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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