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로봇 개발자 핀란드 가다①] 도서관, 공연장인지 시장통인지···더 정겹다
[아시아엔=<아시아엔> 박은찬 핀란드 통신원] 내가 8월초 도착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은 핀란드 중부의 오울루(Oulu)라는 곳이다. 처음 온 나라, 처음 온 동네이기 때문에 정보가 많이 부족하여 이것저것 뒤져보다가 발견한 게 이 도시의 페이스북 페이지다. 이 페이스북 페이지의 팔로워는 약 1만3000명으로 오울루 인구가 20만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숫자다.
어느 날 포스팅이 하나 올라왔는데 아직 잘 읽을 수 없는 핀란드어로 되어 있었다. 보통 페이스북 페이지에 온통 알 수 없는 텍스트뿐이라면 넘기기 십상인데 그날은 그냥 ‘번역보기’를 클릭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오늘은 오울루에서! 오울루 예술의 밤!”
http://www.oulunjuhlaviikot.fi/tapahtum…/oulun-taiteiden-yo/
오울루 지역에서 축제가 열린다는 알림이었다. 마침 그날이 ‘오울루 예술의 밤’ 행사가 열리는 날이었다. 한국의 지역축제와 다른 점은, 한국은 어느 곳 한 군데를 정해놓고 그곳에서 집중적으로 콘텐츠를 모아놓는 느낌인 반면 이 지역은 수십개 건물에서 각자 갖고 있는 정체성을 보여주는 행사를 일제히 진행한다.
예를 들면 어디 호텔에서는 미디어 작품을 연속 상영하고, 시립극장에서는 음악연주회, 도서관에서는 세미나, 패션거리에서는 패션쇼를 한다.
여기 와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도서관이다. 시립도서관 앞에는 온통 알록달록한 자전거가 질서정연하게 세워져 있다.
‘교육의 나라’답게 도서관이 참 잘 돼있다. 도서관 입구에서부터 아름다운 화음이 들려온다. 여럿이 모여서 합창을 하고 있었던 거다. 바로 옆 공간에서는 어르신들께서 책을 가지고 공예를 만드는 수업을 듣고 계셨다. 합창소리를 들으며 노후를 보내는 할머니는 누구를 위해 저렇게 열심히 만들고 계실까?
한층 더 올라가 보았다. 여느 도서관처럼 책을 골라 열람하는 곳이다. 한국에는 없는 시스템 같다. 신기했다. 책을 반납하면 알아서 척척 카트에 실어주는 장비도 보인다.
책꽂이 옆에는 멋진 경치가 있고 그 사이 안락한 벤치가 놓여있다. 지금이라도 당장 책을 뽑아서 앉고 싶은 그런 공간이다. 도서관 한켠에는 아이들을 위한 도서와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있다. 아이들이 잘 볼 수 있도록 책장도 낮게 배치되어 있고 떠들고 놀 수 있도록 커다란 소파와 공간이 있다.
내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가장 자주 그리고 오래 머물 곳이 바로 도서관일 것 같다. 즐거운 일만 가득하길! 휘바휘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