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필리핀 ‘최고 유명세’ 反두테르테 여성정치인 2명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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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문종구 <아시아엔> 필리핀 특파원] 지난 5월, 필리핀에서는 대통령, 부통령을 포함한 상하원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동시에 치러졌다.

그 후 새로 선출된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여 현재까지 6천명에 가까운 마약용의자들이 경찰 또는 마약범들에 의해 살해되었다. 현재 필리핀에서는 두 명의 여성 정치인들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 중 한명이 데리마(57) 상원의원이다. 그녀는 두테르테가 초법적인 살인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인권문제를 강력하게 비난해왔다. 그런데 최근?2개월간 진행되고 있는 상원과 하원 청문회에서 마약범들은 오히려 그녀가 마약범죄에 연루되었다고 폭로했다. 데리마 상원의원은 지금 구속될 위기에 처해있다. 직전 아키노 대통령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이던 그녀는 자신의 운전사와 불륜관계를 맺었다는 사실까지 밝혀져 도덕성에도 흠집을 남겼다.

그들의 불륜 동영상을 하원 청문회장에서 상영하는 것이 합법이냐, 인권침해냐를 놓고 여야 정치인들이 날선 공방을 벌인 것이 전국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데리마 상원의원은 야당 지도자로서의 위상이 크게 훼손돼 정치생명까지 위협받을 위기에 놓여있다.

또 한명은 로브레도(52) 부통령이다. 최근 한국 언론들은 그녀가 장관급인 주택도시개발조정위원회 위원장직 사임 소식과 함께 그녀가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 및 인권문제 등에 대해 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녀는 아키노 정권에서 내무부 장관으로 재직 중 사망한 남편의 후광과 동정표, 그리고 아키노 전 정권의 지원으로 부통령에 출마해 당선했다.

그녀는 두테르테 대통령에 의해 주택도시개발조정위원장에 임명됐다. 도시개발과 재해복구 등이 그녀의 업무다. 두테르테는 지난 달 하이옌 태풍발생 3주년을 맞아 재해지역을 방문했다. 그가 발견한 것은 피해복구 부진과 주민들의 불만뿐이었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대통령이 세 번에 걸쳐 피해지역을 방문하여 복구와 재건작업을 독려한데 비해, 재건사업을 책임지고 지휘해야 하는 주택도시개발조정위원회 위원장인 부통령은 겨우 두번 방문했다고 전했다.

두테르테는 현장에서 “한달 내에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하고 재해현장 방문을 마치고 마닐라로 돌아와 부통령의 국무회의 참석을 통보했다. 무능하거나 직무유기를 하는 각료들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자 로브레도는 주택도시개발조정위원장직을 사임했다. 물론 부통령직은 사임하지 않았다.

필리핀 야당(지난 아키노 정권 정치인들)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데리마 상원의원이 두테르테 대통령에 맞서는 강력한 야당지도자가 되어 줄 것을 기대했다. 데리마의 위상이 추락한 현재에는 부통령 로브레도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지난 아키노 정권의 무능과 부패에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는 많은 필리핀 국민들은 지난 정권의 상속자인 그녀들의 능력과 자질을 의심하고 있다.

두테르테가 펼치고 있는, 싱가포르의 리관유와 같은 강력한 (독재) 리더십이 성공할 것인지 여부는 이곳 필리핀은 물론 해외에서도 관심이 많다. 이와 함께 야당과 언론에서 투사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두 여성 정치인의 앞날 역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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