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찜통더위 김일성 사망 1994년보다 올해 더 무더운 까닭
더위에 지친 어린이가 쇼핑몰 분수대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39.5도! 더워도 너무 덥다. 체온보다 3도 높은 올해 낮 최고 기온이 8월 11일 경북 경산에서 기록되었다. 2008년 ‘폭염특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일부 섬 지역을 제외한 전국 내륙지방 전역에 폭염특보가 발령됐다. 폭염특보의 기준은 6~9월에 낮 최고기온이 섭씨 33도 이상인 경우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폭염주의보’, 그리고 35도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때 ‘폭염경보’가 발령된다.
입추(8월 7일)가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낮에는 폭염 그리고 밤에는 열대야로 인하여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입추는 대서(7월 22일)와 처서(8월 23일) 사이에 들어 있는 절후이다. 삼복더위의 마지막인 말복이 금년에는 8월 16일이다. 기상청은 “올여름 더위는 11일부터 14일까지 절정에 이를 것이며, 15일 이후에도 더위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올해 우리나라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8년 이후 역대 최고 더위를 기록한 때는 1994년 여름이다. 당시 북한의 김일성이 7월 8일 82세를 일기로 사망한 이후 폭염이 지속된 적이 있다.
1994년 폭염은 서해에 자리 잡은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전체를 ‘찜통’처럼 덮어 무더위가 이어졌다. 한편 올해 여름은 1994년과 달리 중국 동북부 쪽에서 형성된 뜨거운 공기가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넘어오면서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1994년에는 7월 말과 8월 초에 2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쳐 잠시 더위를 식혔으나, 올해는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7월 하순부터 시작된 전국적인 무더위로 인하여 병원을 찾은 온열환자가 1290명(8월9일 현재) 발생했고 10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 폭염의 강도가 심했던 2012년 2013년 2015년에는 온열환자가 약 1000명 정도, 그리고 폭염이 적었던 2011년 2014년에는 약 500명 환자가 신고됐다.
최근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성균관대 의과대학 김영민 교수팀이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폭염에 따른 쪽방촌 건강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민 70%가 폭염으로 인한 건강이상 증상을 호소했다. 주요 증상으로는 △어지럼 65% △두통 45% △극심한 무력감과 피로 40% △호흡곤란 35% 등(복수 응답)이었다.
우리 인체는 체온조절기능을 갖고 있기에 폭염에 노출되면 체온을 조절한다. 그러나 무더위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온열질환이 발생한다. 온열질환은 일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등으로 구분된다. 증상은 발열, 두통, 어지럼증, 구토, 근육 경련 등이 나타나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또한 고온현상이 이어지면 폭염으로 인한 직접 사망자뿐 아니라 노약자, 심혈관질환자 등이 무더위 영향으로 조기 사망하면서 사망률을 급격하게 높인다.
우리 속담에 “더위 먹은 소, 달만 봐도 허덕거린다”는 말은 한낮 태양이 너무 뜨겁다 보니 밤에 달만 봐도 놀란다는 뜻이다. 기상청이 2009년 정립한 열대야(Tropical Night)의 기준은 한여름의 밤 최저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인 무더위로 잠들기 어려운 밤을 말한다. 열대야는 사람, 건물, 공장 등에서 인공열이 발생하고, 포장된 도로가 쉽게 가열되고 건조해지는 도시 지역에서 많이 나타난다. 최근 10년 동안 열대야의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열대야 현상은 1994년에는 여름동안 찌는 듯한 더위가 밤낮없이 이어지면서 서울에서 열대야 현상이 36일 이어졌다. 올해는 서울의 경우 지난달 22일 이후부터 16일 동안, 그리고 최근에도 연속으로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면서 체감 더위가 절정에 달한 상태다. 이에 낮 동안에는 섭씨 33~35도 폭염에 시달리고, 밤에도 열대야로 인하여 잠을 잘 못 이루는 날이 연속되면서 더위를 견디기 어렵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방에 폭염 경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고등학교는 단축수업 또는 휴업을 하고 있다. 전국 대부분 중·고교가 개학하는 8월 16일까지도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하고 있다. 과거 금기시됐던 ‘낮잠’을 기업들이 권장하는 것은 30분 이내로 짧게 자면 인지능력과 업무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낮잠으로 최적의 시간인 26분을 자면 업무수행 능력은 34%, 집중력은 54%가 향상된다고 밝혔다.
열대야가 가장 심한 영향을 주는 것은 기온 영향을 많이 받는 수면이다. 수면부족으로 극심한 피로감, 집중력 저하, 두통, 소화불량 등 ‘열대야 증후군’ 이 나타난다. 기온이 높으면 잠자는 동안 체내 온도조절 중추가 발동하면서 중추신경계가 흥분돼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졸림증은 회의, 운전, 업무처리 중에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잠들 수 있으며, 가장 큰 문제는 사고위험이다.